2026년 10월 0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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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언] 같은 철강을 더 싸게 만드는 경쟁은 끝이 없다…마이클 포터가 묻는 ‘다르게 팔 수 있는가’

회색의 반복 생산 미로에서 선명한 별도 경로가 빠져나오는 모습을 그래픽노블·에디토리얼 스타일로 표현한 철강 경쟁전략 이미지

마이클 포터의 ‘경쟁자와 다른 활동을 선택하라’는 전략론을 글로벌 철강 과잉설비와 저성장 수요에 적용했다. 

가격과 생산효율만으로 경쟁하면 모방과 가격수렴을 피하기 어렵고, 제품·가공·납기·품질·데이터·서비스를 묶은 활동체계의 차별화가 한국 철강업의 수익성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철강업은 원가를 1달러 낮추고 수율을 0.1%포인트 높이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 온 산업이다. 생산성 향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2026년 글로벌 철강시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수익성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 세계 수요는 완만하게 늘어나는 데 그치는 반면 생산능력은 계속 확대되고, 비슷한 규격의 제품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시장에 나온다. 경쟁사가 같은 설비와 같은 원료를 조달하고 비슷한 품질을 맞출 수 있다면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경쟁은 결국 가격 수렴으로 이어진다.


9월 30일 글로벌 철강 과잉설비 포럼(GFSEC)은 미국 밀워키에서 ‘Milwaukee Framework’를 채택했다. OECD는 세계 철강 초과설비가 2024년 6억1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10월 8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14개 경제가 미국과 함께 구조적 과잉생산과 비시장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장관성명에 참여했다. 과잉설비가 더 이상 철강업계 내부의 수급 문제가 아니라 주요 제조국의 산업정책 의제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The essence of strategy is choosing to perform activities differently than rivals do.” — Michael E. Porter, What Is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1996


마이클 포터의 이 문장은 흔히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라’는 뜻으로만 읽히지만, 원문의 핵심은 제품 하나보다 기업이 수행하는 활동의 조합에 있다. 포터는 운영효율을 경쟁자와 비슷한 일을 더 잘하는 능력으로 보고, 전략은 아예 다른 활동을 선택하거나 같은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결합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처럼 제품 규격이 표준화돼 있고 가격 비교가 쉬운 산업일수록 이 구분은 더 중요하다.


지표최근 확인치경영 의미
세계 철강 생산능력2025년 24억4,500만톤사상 최고 수준의 설비기반
세계 철강 초과설비2025년 6억4,000만톤 → 2028년 7억4,500만톤 전망범용재 가격·마진 압박 지속 가능성
2026~2028년 계획 신규능력최대 1억3,880만톤수요보다 빠른 설비 증가 위험
세계 설비가동률2025년 76% → 2028년 약 74% 또는 그 이하 가능높은 가동률을 전제로 한 수익모델 부담
세계 철강수요2026년 17억2,400만톤(+0.3%)강한 수요회복보다 저성장에 가까움
세계 철강수요2027년 17억6,200만톤(+2.2%)회복 전망에도 과잉능력 흡수에는 한계


같은 제품을 같은 방식으로 팔면 결국 가격이 전략이 된다

열연, 냉연도금, 후판, 철근처럼 국제거래가 활발한 품목은 규격과 품질조건이 명확하다. 구매자는 여러 공급자의 오퍼를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확보되면 가격과 납기 차이가 주문의 향방을 가른다. 이 환경에서 모든 철강사가 비슷한 제품구성, 비슷한 판매조건, 비슷한 물류방식으로 경쟁하면 차이는 빠르게 좁혀진다. 비용절감의 성과도 경쟁사가 따라오면 산업 전체 가격을 낮추는 힘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차별화는 반드시 새로운 합금이나 초고급 강종만을 뜻하지 않는다. 같은 판재류라도 주문 접수부터 생산계획, 가공, 검사, 인증서 발행, 납기, 재고보충, 클레임 대응까지 묶는 방식이 다르면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는 달라진다. 소량 다품종을 빠르게 공급하는 능력, 품질 이력을 LOT 단위로 추적하는 시스템, 수요가의 가공공정을 줄여주는 전처리, 재고를 대신 보유해주는 공급계약, 탄소와 원산지 데이터를 즉시 제공하는 문서체계가 모두 ‘활동의 차이’가 될 수 있다.


고부가가치는 강종 이름보다 고객의 비용을 줄이는 구조에서 나온다

한국 철강업계가 ‘고부가가치’를 말할 때 자동차용 고장력강, 전기강판, 에너지용 후판처럼 기술집약 제품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범용재에서도 고객의 총비용을 줄이면 차별화 여지가 생긴다. 납기를 며칠 줄여 고객 재고를 낮추거나, 절단·슬리팅·가공을 묶어 공정을 줄이거나, 품질 편차를 낮춰 불량과 재작업을 줄이는 서비스는 단순 톤당 판매가격과 다른 경제성을 만든다. 가격 프리미엄이 크지 않더라도 계약 지속성과 재구매율, 재고회전, 클레임 비용까지 합치면 기업의 수익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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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사도 마찬가지다. 철근이나 봉형강처럼 표준화 정도가 높은 제품에서는 생산기술의 차이만으로 장기간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납기 신뢰도, 규격 완결성, 현장별 출하조정, 가공업체와의 연계, 주문 변경 대응력이 함께 움직이면 고객이 공급자를 바꾸는 비용이 높아진다. 재압연사·리롤러와 가공업체는 소재 구매와 가공, 품질보증, 소량 납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을 수 있고, 트레이더는 단순 가격중개를 넘어 원산지·통상·환율·선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능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과잉설비 시대에는 ‘더 많이 파는 영업’보다 ‘왜 우리여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OECD가 전망한 2028년 7억4,500만톤의 초과설비가 현실화된다면 범용재 시장에서 물량 확보 경쟁은 더 거칠어질 수 있다. 동시에 각국의 무역구제와 원산지 규정, 탄소규제가 강화되면 모든 시장에 같은 제품을 같은 방식으로 파는 전략도 어려워진다. 이때 기업은 국가별 가격차를 좇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고객군에서 어떤 품질·납기·가공·데이터 조합이 경쟁사보다 분명한 가치를 주는지 먼저 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 업체는 규모경쟁과 차별화경쟁을 혼동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고객의 모든 주문을 받아들이면 공장과 영업조직은 바빠질 수 있지만, 자원이 저수익 거래에 분산된다. 반대로 특정 산업과 고객군에서 제품·기술지원·물류·문서·가공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면 판매량이 다소 작더라도 더 안정적인 관계와 수익성을 만들 수 있다. 전략은 ‘많이 한다’가 아니라 무엇을 다르게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작업이다.


경영진이 지금 확인할 다섯 가지

  • 첫째, 품목이 아니라 ‘고객가치 단위’로 수익성을 본다. 톤당 마진뿐 아니라 가공비, 물류비, 재고부담, 클레임, 결제조건까지 넣어 고객·제품·시장별 실제 기여도를 계산한다.
  • 둘째, 경쟁사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활동 조합을 2~3개 정의한다. 품질, 납기, 가공, 기술지원, 재고, 데이터 가운데 무엇을 어떤 순서로 묶을지 명확히 해야 한다.
  • 셋째, 영업 KPI를 물량만으로 두지 않는다. 계약 유지율, 재구매율, 납기준수율, 클레임 비용, 재고회전과 함께 평가해야 저가 물량 확대가 성과로 포장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 넷째, 프리미엄은 주장보다 고객의 절감효과로 증명한다. 고객 공정시간, 재고일수, 불량률, 조달인력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수치화할수록 가격협상이 달라진다.
  • 다섯째, 범용 물량과 전략 물량의 운영방식을 분리한다. 범용재는 원가·회전 중심으로 관리하고, 차별화 품목은 기술지원과 고객승인, 장기계약을 중심으로 별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포터의 말이 철강업에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경쟁사보다 더 열심히, 더 싸게 만들고 있는가”가 아니라 “고객에게 도달하는 활동의 방식이 정말 다른가”다. 과잉설비와 저성장 수요가 동시에 이어질수록 가격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가격만 남는 시장에 머물 것인지, 제품과 서비스·데이터·물류를 결합해 다른 선택지를 만들 것인지는 기업이 결정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과잉생산 대응을 강화한다고 해도 공급압력이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 철강기업이 기다릴 수 있는 정책적 해법과 기업이 지금 실행해야 할 전략은 별개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같은 철강을 조금 더 싸게 만드는 능력만이 아니라, 같은 철강이라도 고객이 다른 가치를 느끼게 만드는 활동체계에서 더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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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개자료: Michael E. Porter, Harvard Business Review, 1996 · OECD Steel Outlook 2026 · OECD/GFSEC, 2026-09-30 · worldsteel Short Range Outlook, 2026-04-14 · USTR, 2026-10-08 Joint Ministerial Statement. 철강정보원 재구성·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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