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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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계절 56화 — 오른 가격은 아직 거래가 아니었다

도시와 산업 현장을 바라보며 H형강 가격 인상 이후의 거래 방향을 논의하는 철강 유통 실무자들
이 작품은 실제 철강시장 자료를 모티프로 창작한 픽션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부 기업·사건은 허구이며, 실제 기업·단체·사건과 관련이 없다. 실제 기업명은 공개된 시장정보와 가격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범위에서만 사용했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유통회사 영업팀의 전화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전날까지 거래처마다 돌렸던 H형강 새 가격표는 이미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숫자는 분명 올라 있었다. 그러나 주문서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문의는 오는데, 발주까지 오는 건 많지 않습니다.”

영업대리가 전날 통화기록을 넘기며 말했다. 구매를 미룬 업체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가격이 오른 사실은 알겠지만 현장에 당장 필요한 물량만 사겠다는 것이었다. 제조사 인상 발표와 유통 호가 상승은 시장의 첫 반응을 만들었지만, 실제 수요가 그 가격을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팀장은 모니터에 띄운 재고표 대신 창고 출고 내역부터 확인했다. 중소형 H형강의 호가는 톤당 122만~123만원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전주보다 약 5만원 높은 수준이었다. 현대제철은 10월 1일부터 소형 판매가격을 톤당 123만원, 대형을 136만원으로 조정했다. 동국제강의 인상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유통업체들도 판매 호가를 빠르게 높였다.


“가격만 보면 두 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셈이네요.”

재고담당이 말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팀장이 답했다. “오른 가격과 거래된 가격은 다르니까.”


문제는 수요였다. 인상 직후 급한 규격을 찾는 주문은 일부 들어왔지만, 시장 전체의 구매가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건설과 설비투자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구매업체들은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고를 먼저 쌓지 않았다. 오히려 인상분이 실제 성약에 반영되는지 며칠 더 지켜보겠다는 쪽이 많았다.


같은 시간, 구매팀에서는 수입재 견적을 다시 펼쳐놓고 있었다. 베트남산 H형강은 톤당 112만원 수준, 일본산은 104만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국산과의 차이는 작지 않았다. 국산 중소형 호가와 비교하면 베트남산은 10만원 이상, 일본산은 18만원 안팎 낮았다.


“수입업체들이 바로 따라 올리지는 않는군요.”

“국산이 실제로 122, 123에 거래되는지 먼저 보는 거지.”


구매팀장은 계산기를 밀어놓았다. 수입재는 납기, 규격 대응, 품질 승인, 최소 주문량 같은 조건이 달랐다. 단순 가격 차이만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수요가 약한 시장에서는 10만원 이상의 격차가 협상력을 만든다.


오전 회의에서는 영업, 구매, 재고관리 세 부서의 판단이 갈렸다. 영업팀은 제조사 인상 직후인 만큼 가격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구매팀은 수입재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며 신규 매입을 서두르지 말자고 했다. 재고담당은 보유 물량이 충분한 규격과 부족한 규격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품목을 같은 속도로 올리면 안 됩니다.” 재고담당이 말했다. “지금 필요한 규격만 비싸게 사는 고객은 있겠지만, 나머지는 기다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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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출고 데이터를 다시 봤다. 가격은 올라갔지만 회전율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 차이를 이번 주의 핵심 신호로 봤다.


원료 측 상황도 인상 가격의 안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9월 28일 스크랩(고철) 구매가격을 추가로 톤당 1만원 인하했다. 스크랩 가격이 두 달 넘게 약세를 이어온 상황에서 제품가격은 5만원 올랐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원가보전보다 시황 정상화와 수익성 회복의 성격이 강한 인상이었다.


“수요가가 그걸 모를 리 없지.” 구매팀장이 말했다. “원료는 내려가는데 제품만 오르면 버티는 쪽이 먼저 나온다.”

다만 공급 쪽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현대제철 인천 형강라인은 10월 중순부터 보수가 예정돼 있었고 포항라인까지 포함한 보수 일정은 12월 말까지 이어질 계획이었다. 동국제강도 11월 중순부터 포항 형강공장 보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실제 출하량이 줄어들면 높은 호가를 지지할 근거가 생길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한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급한 공사 물량 때문에 특정 규격을 바로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가격은 그대로입니까?”

“현재 호가 기준입니다. 다만 수량과 출하 조건을 같이 봐야 합니다.”


영업대리는 평소처럼 바로 할인폭부터 말하지 않았다. 팀장이 오전 회의에서 정한 원칙 때문이었다. 부족 규격은 가격을 지키고, 재고가 넉넉한 규격은 물량과 결제조건을 묶어 협상하기로 했다. 가격표 하나로 모든 거래를 밀어붙이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날 첫 계약은 소량이었다. 시장 전체 방향을 판단할 만큼 크지 않았다. 그러나 팀장은 오히려 그 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가격 인상 직후 시장에서 먼저 살아나는 것은 대량 선매입이 아니라 당장 필요한 물량의 주문이었다. 그 다음 단계는 출고량과 재고가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결정한다.


퇴근 무렵 그는 영업팀에 말했다.

“이번 주는 비싸게 파는 주가 아니라, 오른 가격이 실제 거래가 되는지 확인하는 주다.”


가격은 이미 움직였다. 공급 축소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그 숫자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H형강 시장의 다음 방향은 인상 발표가 아니라, 출고장 바닥에서 재고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가 말해줄 것이었다.


그날의 가격

품목가격주간 변동
국산 중소형 H형강 유통시세122만~123만원/톤전주 대비 약 5만원 상승
현대제철 소형 H형강 판매가격123만원/톤10월 1일부터 조정
현대제철 대형 H형강 판매가격136만원/톤10월 1일부터 조정
베트남산 H형강112만원/톤원자료상 별도 미제시
일본산 H형강104만원/톤원자료상 별도 미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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