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빌렛·슬래브 수출이 6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7월 가격은 약세권
이란산 공급 공백을 중국·동남아·브라질이 메우며 터키·사우디·유럽 조달망 재편
호르무즈·홍해 물류 위험과 GCC의 빌렛 내재화 투자가 하반기 핵심 변수로 부상

글로벌 철강 반제품 시장에서 물량과 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빌렛과 슬래브 수출은 이란산 공급 차질을 틈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실제 현물시장에서는 우기와 폭염, 봉형강 및 판재류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구매자가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동에서는 낮은 가격만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제강사와 재압연사들은 완제품 판매 부진, 높은 재고 부담, 해상운임과 보험료 변동을 동시에 따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비용과 수입 쿼터가 슬래브의 원산지 선택을 바꾸고 있으며, 브라질산과 일부 동남아산이 중국산과 다른 경쟁축을 형성하고 있다.
수출량은 급증했지만 7월 가격은 눌렸다
중국의 6월 빌렛 수출은 185만 톤으로 전월보다 37%, 전년 동월보다 80% 증가했다. 4월과 5월 초 국제시장에서 이란산 빌렛 공급이 줄어들자,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으로 주문이 몰렸고 해당 계약 물량이 6월 통관 실적에 집중 반영됐다.
튀르키예가 22만8,090톤으로 중국산 빌렛의 최대 수입국이 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20만4,246톤, 필리핀이 18만5,563톤으로 뒤를 이었다. 세 시장 모두 봉형강 생산을 위해 외부 반제품 조달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슬래브 흐름은 더 가팔랐다. 중국의 6월 슬래브 수출은 90만9,845톤으로 5월 41만6,184톤의 두 배를 넘어섰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58% 급증했다. 인도네시아가 42만6,859톤을 구매해 전체의 47%를 차지했고, 이탈리아향 물량은 16만501톤으로 전월보다 191% 늘었다.
상반기 누적 중국 슬래브 수출은 218만5,129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91% 증가했다. 인도네시아가 95만5,475톤, 이탈리아가 50만3,062톤을 각각 인수했다. 중동 사태로 이란산 반제품 조달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의 공급 공백을 동시에 메운 셈이다.
| 주요 반제품 물동량 | 2026년 실적 | 비교 | 특징 |
|---|---|---|---|
| 중국 빌렛 수출, 6월 | 185만 톤 | 전월 대비 37% 증가, 전년 대비 80% 증가 | 튀르키예·사우디·필리핀 중심 |
| 중국 슬래브 수출, 6월 | 90만9,845톤 | 전월 대비 2배 이상, 전년 대비 658% 증가 | 인도네시아 47%, 이탈리아 급증 |
| 중국 슬래브 수출, 상반기 | 218만5,129톤 | 전년 대비 291% 증가 | 인도네시아·이탈리아가 67% 차지 |
| 중국산 빌렛의 UAE 수출, 상반기 | 32만8,700톤 | 전년 대비 450% 증가 | ECAS 인증 공급사 확대 |
| 브라질산 슬래브의 EU 수출, 상반기 | 약 102만 톤 | 전년 대비 283.7% 증가 | 탄소비용 고려한 유럽 조달 확대 |
| Evraz 빌렛 수출, 상반기 | 약 75만8,000톤 | 전년 대비 11% 감소 | 러시아 내수 및 수출 포트폴리오 조정 |
수출 물량의 폭증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산 빌렛 수출가격은 7월 20일 톤당 460~465달러 FOB로 전주보다 5달러 하락했다. 탕산 내수 빌렛 가격도 7월 21일 톤당 2,960위안, 약 436달러까지 낮아졌다.
동남아 빌렛 오퍼는 톤당 480~485달러 CFR에 형성됐지만 구매자는 470~475달러를 제시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평가가격도 475~480달러 CFR에 머물렀다. 싱가포르 철근 가격이 톤당 510달러 CFR 아래로 떨어지고, 동남아 선재 가격이 500~510달러 CFR로 낮아진 만큼 재압연사가 빌렛 구매가격을 올릴 이유가 부족하다.
슬래브 역시 수출량과 가격이 역행했다. 중국산은 최근 톤당 465~480달러 FOB에 형성돼 두 달 전의 485~510달러보다 낮아졌다. 동남아·동아시아 수입가격은 485~500달러 CFR로 전주보다 5달러 반등했지만, 5월 중순 기록한 톤당 535달러 수준과는 차이가 크다.
베트남산 슬래브는 한국향으로 톤당 490달러 CFR에 거래돼 한 달 전 제시가격인 520달러보다 30달러 낮아졌다. 인도네시아 주요 철강사도 8월 선적분을 470달러 FOB까지 낮췄다가 475달러로 소폭 조정했다. 지난 4월 중순 고점인 545달러 FOB와 비교하면 70달러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 시장·품목 | 최근 가격 | 거래 분위기 |
| 중국 빌렛 수출 | 460~465달러/톤 FOB | 계절적 비수기와 봉형강 약세로 하락 |
| 동남아 빌렛 오퍼 | 480~485달러/톤 CFR | 구매가는 470~475달러에 집중 |
| 필리핀·인도네시아 빌렛 | 475~480달러/톤 CFR | 거래 유동성 제한 |
| CIS 빌렛 수출 | 464달러/톤 FOB | 러시아산 가격 하락 후 보합 |
| 튀르키예 빌렛 수입 | 490~515달러/톤 CFR | 러시아산 저가 거래와 중국산 오퍼 병존 |
| 중국 슬래브 수출 | 465~480달러/톤 FOB | 두 달 전보다 20~30달러 낮음 |
| 동남아·동아시아 슬래브 수입 | 485~500달러/톤 CFR | 전주 대비 소폭 반등 |
| 브라질 슬래브 수출 | 575~585달러/톤 FOB | 유럽향 수요가 하단 지지 |
| 이탈리아 아시아산 슬래브 | 570~590달러/톤 CFR | 일부 협상가는 560달러 안팎 거론 |
튀르키예와 사우디, 저가 수입재에도 구매는 선별적
튀르키예에서는 이스켄데룬 지역의 내수 빌렛 오퍼가 톤당 530달러 EXW에 제시됐지만, 시장이 평가하는 실질 거래 가능 가격은 515~525달러였다. 러시아산 4만 톤이 490달러 CFR에 판매됐다는 정보도 나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가격은 러시아 흑해 수출 기준으로 약 460~465달러 FOB에 해당한다.
중국산은 510~515달러 CFR에 제시됐지만 튀르키예 구매자들은 완제품 가격을 고려할 때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자체 생산 원가보다 수입 빌렛이 저렴하더라도 제재 리스크, 결제, 선적 일정까지 고려해야 해 가격만으로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인도네시아산 빌렛이 약 530달러 CFR에 제시된 반면 구매자는 505~510달러를 희망했다. 현지 빌렛 가격은 580~585달러 EXW로 수입재보다 50~75달러 높았다. 북아프리카 생산자가 약 10만 톤을 사우디에 판매한 사례는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대형 수입 계약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우디 내 스크랩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현지 제강사의 원가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다. 완제품인 철근 수요도 여름철 건설 비수기로 약해, 재압연사와 제강사 모두 필요한 물량 위주로 반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수입 의존 구조는 장기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Al Yamamah Steel은 Danieli와 2억7,000만리얄, 약 7,100만달러 규모의 설비 계약을 체결하고 2028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스크랩 기반 빌렛 제강소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연간 약 60만 톤의 봉형강을 생산하지만 자체 제강소가 없어 빌렛을 전량 외부에서 구매하는 구조다.
신규 제강설비가 가동되면 국제 빌렛 가격과 해상물류에 대한 노출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사우디의 연간 스크랩 발생량이 철강 생산능력보다 크게 부족해 빌렛 수입 감소가 곧 원료 자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입 빌렛 대신 수입 스크랩이나 DRI 사용이 늘어나는 형태로 조달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낮은 가격보다 원산지·탄소비용을 함께 본다
이탈리아 수입시장에서는 중국과 베트남산 슬래브가 톤당 570~590달러 CFR에 제시됐다. 일부 거래가 560달러 CFR 안팎에서 체결됐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철강사는 9월 선적분 3만 톤을 470달러 FOB에 유럽으로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운임을 적용하면 이탈리아 도착가격은 540~550달러 CFR로 추산됐다. 중국·베트남산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홍해 위험으로 운임과 보험료가 상승하면 가격 우위가 축소될 수 있다.
브라질산 슬래브는 아시아산과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브라질의 상반기 EU향 슬래브 수출은 약 102만 톤으로 전년 동기 26만5,000톤보다 283.7% 증가했다. 6월 수출도 18만2,700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90.8% 늘었다.
유럽 철강사들은 자체 조강 생산을 늘리는 대신 브라질산 슬래브를 투입해 압연설비를 가동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유럽 내 탄소배출권 비용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배출 구조가 유리한 브라질산 슬래브가 조달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산 가격은 575~585달러 FOB로 아시아산보다 높지만, 탄소비용과 시장접근성을 포함하면 유럽 구매자에게 다른 경제성을 제공한다.
UAE는 중국산 빌렛 공급망을 제도적으로 넓히고 있다. HBIS 탕산법인이 7월 20일 B500B 빌렛에 대한 ECAS 인증을 받았으며 인증 유효기간은 2029년 7월 19일까지다. 중국의 상반기 UAE향 빌렛 수출은 32만8,7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50% 증가했다. 공급사 인증 확대가 이어지면 UAE 재압연사의 중국산 구매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하반기 변수는 물량보다 물류와 완제품 수요다
글로벌 반제품 시장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 공급처 다변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란산 공백을 중국이 신속히 메웠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가격을 낮춰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브라질산은 유럽의 탄소정책을 활용해 별도 수요 기반을 구축했다.
반면 수요 측에서는 철근·선재·열연 가격이 반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만큼 강하지 않다. 중국과 동남아의 우기·폭염, 튀르키예와 GCC의 건설 비수기, 유럽의 여름 휴가철이 동시에 겹쳤다. 빌렛과 슬래브 공급자는 수출량을 늘렸지만 구매자는 재고 회전과 완제품 판매가격을 근거로 추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물류 위험은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변수다. 인도에서 UAE로 향하던 벌크선이 반다르아바스 인근에서 사고를 당해 총 4만3,000톤의 화물 가운데 빌렛 2만~3만 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단일 화물 손실만으로 GCC 공급이 부족해지지는 않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공격과 홍해 항로 위협은 운임·보험료·납기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재압연사는 저가 반제품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지만 장기 운송 중 완제품 가격이 더 하락할 위험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제강사는 스크랩과 에너지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수입 빌렛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트레이더는 원산지와 제재, 탄소비용, 해상보험을 포함한 총도착원가를 기준으로 거래를 설계해야 한다.
하반기 반제품 가격의 방향은 중국의 수출 여력 자체보다 튀르키예·동남아·GCC의 봉형강 판매 회복 여부, 유럽의 슬래브 조달 정책, 중동 항로의 안정성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은 이미 늘었다. 이제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할 완제품 수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