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금)

[글로벌-통상] 관세에서 탄소·쿼터·인증으로…철강 교역의 진입장벽이 다층화되다

EU는 무관세 쿼터를 줄이고 초과관세 50%와 CBAM을 결합해 시장접근 통제
페루·튀르키예는 반덤핑과 수입감시를 세분화하며 중국산·저가 수입재 방어 강화
미국은 핵심 원료를 관세에서 제외하고 영국은 국유화로 전략 철강설비 보호



글로벌 철강 통상정책의 중심이 단순한 관세율 경쟁에서 시장접근 조건의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에는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가 대표적인 방어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수입 쿼터, 탄소배출 검증, 제품 인증, 원산지 추적, 전략 원료 예외, 정부의 직접 경영권 개입이 동시에 작동한다.

철강 유통업체와 트레이더에게 가격은 더 이상 거래 가능성을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이 아니다. 쿼터가 남아 있는지, 탄소배출량을 검증할 수 있는지, 수입국 인증을 확보했는지, 제재와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도 통관과 사후 비용을 예측하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위험해지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유럽, 쿼터와 탄소비용으로 수입의 문턱 높이다

EU가 7월 1일부터 시행한 새 철강 수입체계는 무관세 물량을 약 47% 줄이고 쿼터 초과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높였다. 연간 무관세 수입 허용량은 약 1,830만 톤이다. 국가별 배분은 자유무역협정 적용국과 최혜국대우 대상국으로 나눠 관리하며, 최혜국 쿼터는 2022~2024년 수입 비중을 바탕으로 설정됐다.

이 조치는 유럽 내 철강 생산능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고율 관세로 우회될 수 있는 물량이 EU에 집중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주문 시점과 입항·통관 시점 사이에 쿼터가 소진될 경우 50% 관세를 부담할 수 있어 장기 계약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역·제도핵심 조치주요 수치·일정시장 영향
EU 철강 수입체계무관세 쿼터 축소·초과관세 인상무관세 약 1,830만 톤/년, 초과관세 50%수입 계약의 쿼터·통관 위험 확대
EU CBAM제품·생산경로별 배출량 검증2026년 본격 적용, 감사 절차 확대 예상탄소자료가 사실상 시장접근 요건으로 전환
러시아-EUWTO에 CBAM 분쟁 패널 요청7월 24일 분쟁해결기구 논의 예정CBAM의 무역규범 적합성 쟁점화
페루중국산 LAC 강관 반덤핑관세덤핑마진 8.3~32.1%, 5년 적용중남미의 중국산 철강 방어 강화
튀르키예철강 함유 제품 수입감시 확대8월 10일 발효신고가격이 기준 이하일 때 추가 통제
미국-브라질Section 301 추가관세와 원료 예외7월 22일부터 25%, 선철·DRI·스크랩 등 제외완제품은 보호하되 핵심 원료 공급망 유지
미국-프랑스후판 반덤핑 행정검토Dillinger France 예비 마진 0%정상가격 판매 인정, 수입 불확실성 완화
영국British Steel 국유화7월 16일 완료전략 제철능력 보호와 투자분쟁 병존


CBAM은 관세보다 복잡한 장벽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수출업체는 회사 전체 평균이 아니라 개별 제품과 생산경로별로 배출량을 계산하고, 데이터의 추적성과 감사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보수적인 기본값이 적용될 수 있어 실제 배출량이 낮아도 비용상 이점을 인정받기 어렵다.

브라질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브라질산 슬래브는 상대적으로 청정한 전력과 바이오에너지 사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상반기 EU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사용과 공급망 배출량을 국제 기준에 맞게 인증하지 못하면 이점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인증체계 구축에는 약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CBAM은 특정 물량에만 저탄소 효과를 집중하는 질량균형 방식도 허용하지 않고 생산 평균을 요구한다.


CBAM은 앞으로 Scope 2 배출량과 더 많은 철강 가공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반제품을 들여와 역내에서 가공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트레이더에게는 계약가격뿐 아니라 탄소인증서 비용, 데이터 오류에 따른 사후 정산,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의 부담 배분이 새로운 협상 항목이 됐다.

EU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둘러싼 시각차가 있다. 저배출 스테인리스 철강사 Outokumpu는 예측 가능한 탄소가격과 무상할당의 예정된 축소가 저탄소 설비 투자를 촉진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유럽철강협회는 저렴한 청정전력과 수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할당을 너무 빠르게 줄이면 생산이 역외로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철강업계가 2033년까지 계획한 저탄소 제강능력은 약 3,500만 톤이지만, 이 가운데 1,000만~1,500만 톤은 높은 전력비와 재생수소 부족으로 지연되거나 보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탄소정책이 투자 유도보다 역내 생산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을 더욱 밀접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CBAM은 WTO 분쟁으로, 과잉설비 문제는 제도 개편으로

러시아는 EU의 CBAM이 수입품에 차별적인 부담을 부과하고 유럽 생산자에게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며 WTO 분쟁 패널 설치를 요청했다. 러시아 정부는 CBAM이 최혜국대우, 관세 양허, 수량제한 금지, 내국민대우, 투명성 및 수입허가 절차 관련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2025년 5월 12일 EU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패널 설치 단계로 넘어갔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2026년 7월 24일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CBAM이 환경정책인지 사실상의 보호무역 조치인지에 대한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U는 동시에 WTO 자체의 개편도 요구하고 있다. 국가 보조금과 정책금융, 비시장적 생산 확대가 글로벌 과잉설비와 저가 수출을 유발하는 만큼, 국가 개입에 대한 투명성과 규율, 구제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개별 반덤핑 조사만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유럽의 새 수입 쿼터와 CBAM, WTO 개편 요구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완제품 수입량을 제한하고, 탄소비용을 동등하게 부과하며, 공급국의 보조금과 국영기업 정책까지 국제 규범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향후 유럽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대량 판매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페루와 튀르키예, 품목별 방어선 세분화

페루는 중국산 LAC 강관에 대해 5년간 확정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조사된 중국 업체의 덤핑마진은 8.3~32.1%로 산정됐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에는 별도의 잔여관세가 적용된다.

조사기간인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해당 제품 수입은 94.7% 증가했고, 페루 내 판매가격은 최대 16.5% 하락했다. 페루 당국은 시장점유율, 영업이익, 재고 등 국내 산업 지표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페루가 2026년에 중국산 철강재를 대상으로 내린 두 번째 확정 조치다. 앞서 4월에는 중국산 선재에 톤당 81.30달러의 반덤핑관세를 5년간 부과했다. 해당 선재 수입은 조사기간 중 136.2% 증가했다.

중남미 철강시장에서 중국산을 겨냥한 조치가 제품별로 확대되면서 현지 수입업체는 국가별 우회조달보다 실제 생산국과 제조사의 개별 관세율을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중국 철강사의 경우 범용제품 수출에서 현지 가공과 고부가 제품, 제3국 생산기지 활용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튀르키예는 전통적인 반덤핑관세 외에 수입감시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8월 10일부터 도금 합금강선에는 kg당 1.8달러, 건설용 비계·거푸집·지지대에는 kg당 4달러, 스테인리스 싱크와 세면대에는 kg당 13달러의 감시가격을 적용한다. 신고가격이 기준보다 낮으면 추가적인 수입통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25년 튀르키예의 도금 합금강선 수입은 8,062톤으로 전년보다 102% 증가했으며, 러시아가 4,722톤으로 59%를 차지했다. 비계·거푸집 부품 수입은 2만2,404톤이었고 중국산이 8,165톤으로 가장 많았다. 스테인리스 싱크와 세면대 수입은 1,460톤으로 16% 늘었으며, 중국이 1,288톤으로 88%를 공급했다.

수입감시는 직접 관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저가 신고를 어렵게 하고 통관 부담을 높이는 수단이다. 적용 품목이 철강 원소재에서 철강 함유 완제품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현지 철강사뿐 아니라 건설자재와 생활용품 가공업체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원료를 예외 처리하고, 영국은 제철소를 직접 통제하다

미국은 7월 22일부터 브라질산 광범위한 제품에 25%의 Section 301 추가관세를 적용했지만 철광석 펠릿, 선철, DRI, 스크랩은 제외했다. Section 232 조치를 이미 적용받는 철강재와 철강 파생제품도 이번 추가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브라질산 선철은 미국 주물업체와 전기로 제강사의 핵심 원료다. 미국 내에서 외부 판매되는 선철 물량이 적고 중국·러시아·우크라이나산 대체 공급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2025년 브라질산 선철 수입은 약 330만 톤에 달했다.


이는 미국 통상정책이 모든 철강 관련 수입을 일률적으로 막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완제품은 국내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높이지만, 미국 제강사의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예외로 남겨 원가 상승과 공급 부족을 방지한다. 다만 강제노동 대응을 이유로 브라질을 포함한 60개국에 12.5%의 별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국 상무부는 프랑스 Dillinger France의 탄소강·합금강 후판에 대한 반덤핑 행정검토에서 예비 덤핑마진을 0%로 유지했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기업별 조사 결과에 따라 무관세 접근이 유지되는 사례다.


영국에서는 관세보다 더 강한 산업정책이 등장했다. 영국 정부는 7월 16일 British Steel 국유화를 완료했다. 중국 Jingye Group은 이를 자산의 불법적 수용이라고 반발하며 중국-영국 양자투자협정에 따른 협의와 국제중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British Steel 운영에 투입한 비용은 2026년 1월 말까지 3억7,700만파운드, 약 5억800만달러에 달했고 6월 말에는 6억파운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Jingye는 보상 규모가 투자액에 비해 미미하다며 전액 회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중재 시점과 청구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British Steel 사례는 주요국이 철강 생산기반을 단순한 민간 자산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공급망의 일부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자본의 권리 보호와 국가의 전략산업 통제가 충돌하면서 철강 M&A에도 정치·규제 위험이 한층 커졌다.


통상비용을 제품가격 밖에서 계산해야 한다

글로벌 철강 통상정책은 보호관세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EU는 쿼터와 CBAM을 결합하고, 중남미는 품목별 반덤핑 조치를 확대하며, 튀르키예는 수입감시가격으로 철강 함유 제품까지 관리한다. 미국은 국내 생산에 필요한 선철과 DRI를 선택적으로 예외 처리하고, 영국은 전략 제철소의 소유권을 직접 통제했다.


철강사와 제강사는 수출시장별 인증·탄소자료·원산지 체계를 생산 단계에서부터 갖춰야 한다. 재압연사는 가장 싼 반제품보다 쿼터와 탄소비용을 포함한 총원가가 낮은 원산지를 선택해야 한다. 유통업체와 트레이더는 관세 발생 시점, 통관 대기물량, 사후 추징 가능성, 제재 및 투자분쟁까지 계약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 철강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단순한 공장도가격이 아니다. 저탄소 생산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는 공급망, 규제 변화에 맞춰 선적지와 판매처를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가격만큼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