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회사 정년퇴직 후 철강재 운송 트럭을 마련해 다시 현장에 나선 한 철강인의 삶을 담았다.
매일 새벽 운전대를 잡으며 노동의 가치와 노후의 행복,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되새기는 철강 현장 수필이다.
아침마다 짧은 행복 메시지를 보내오는 사람이 있다.
“최고다. 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장은 투박하고 맞춤법도 조금씩 비껴가지만, 그 안에는 새벽 도로를 달려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그는 오랫동안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했다. 회사 간판이 붙은 명함을 내려놓은 뒤에는 철강재를 운반하는 트럭을 마련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누군가에게 정년은 일의 끝이지만, 그에게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고, 배차 내용을 살피고, 제철소와 철강 유통업체의 상차 시간을 맞춘다. 트럭 위에는 열연코일이나 후판, 철근과 형강이 실린다. 출발하기 전에는 결박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철강재 운송은 무게만큼이나 책임도 무겁다. 급제동 한 번, 급회전 한 번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 위에서 세상을 본다.
중부와 경북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유실된 도로와 다시 피해를 입은 농가를 걱정한다. 자신이 사는 광양을 ‘복 받은 도시’라고 부르면서도, 재난 앞에서 힘겨워하는 이웃들의 형편을 잊지 않는다. 제철소 굴뚝과 항만의 크레인, 출하를 기다리는 트럭의 행렬을 바라보며 오늘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정년 이후의 노동은 젊은 시절의 노동과 조금 다르다.
젊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렸다. 승진과 실적,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간을 쪼개 썼다. 그러나 은퇴 뒤에 다시 시작한 일은 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침에 갈 곳이 있고, 기다리는 화물이 있으며, 하루를 마친 뒤 “오늘도 무사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 된다.
물론 현실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유류비와 통행료는 오르고 운송 단가는 늘 넉넉하지 않다. 상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도 있고, 무더위와 폭우, 겨울철 결빙도 견뎌야 한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졸음과 허리 통증도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통장 잔고 없이 노후를 맞는 것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움직이는 편이 낫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그 말의 속뜻은 분명하다. 노후의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을 때부터 준비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거창한 사업이 아니어도 된다. 오랜 경험을 살릴 수 있고, 몸이 허락하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일이면 충분하다.
철강산업은 거대한 설비와 뜨거운 쇳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철강재를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재가 가공업체와 건설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운송인의 손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모는 트럭도 그 흐름 속에 있다.
한 대의 트럭이 아침에 출발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생산 일정이 늦어진다. 납품이 밀리면 공장과 현장의 계획도 흔들린다. 세상은 눈에 잘 띄는 사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새벽 도로를 달리고, 비를 맞으며 결박을 확인하고, 약속된 시간에 철강재를 내려놓는 사람이 있기에 산업의 하루가 이어진다.
세월은 유수처럼 빠르다.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다만 흘러가는 시간 위에 무엇을 싣고 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는 오늘도 트럭에 철강재를 싣고, 마음에는 감사와 희망을 싣는다.
“힘차게, 멋있게, 당당하게 출발한다.”
그의 행복 메시지가 힘을 갖는 이유는 말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매일 새벽, 그 말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는 인생의 하차 지점이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길에서 다른 운전대로 갈아타는 환승 정류장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길은 남아 있다.
시동을 걸 수 있다면, 다시 출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