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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10] 관세 다음은 ‘미국산 증명’이다…BABA·IRA가 철강의 생산지를 바꾼다

미국 연방 지원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철강을 조달할 때 이제 오퍼가격만 비교해서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2026년 10월 1일 이후 의무가 발생하는 연방 고속도로·교량 지원사업에서는 제조제품도 미국 내 최종조립뿐 아니라 미국산 구성품 원가가 전체 구성품 원가의 55%를 넘어야 한다. 철강제품의 문턱은 더 높다. Build America, Buy America(BABA) 적용 철강제품은 최초 용해부터 코팅까지 모든 제조공정이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 232조가 국경에서 수입재 가격을 높였다면, BABA는 프로젝트 안에서 ‘어디서 만들었는가’를 다시 묻는 장벽이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에서 생산된 코일과 구조용 강재가 교량·청정에너지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현지 철강 공급망


관세를 냈다고 끝이 아니다…‘어디서 녹였는가’가 입찰 자격을 가른다

BABA는 연방 재정지원을 받는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철강·제조제품·건설자재의 미국산 조달을 요구한다. 철 또는 철강 비중이 전체 구성품 원가의 절반을 넘는 제품은 철강제품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 최초 용해 단계부터 압연·성형·코팅까지 미국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해외산 슬래브나 코일을 미국 가공센터에서 절단하거나 추가 가공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미국산 철강제품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제조제품은 기준이 다르다. 미국에서 제조돼야 하고 미국에서 채굴·생산·제조된 구성품 원가가 전체 구성품 원가의 55%를 넘어야 한다. 여기에 미 연방고속도로청(FHWA)은 2026년 10월 1일 이후 의무가 발생하는 연방지원 고속도로·교량 프로젝트에 대해 이 제조제품 요건을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철강 현장에서는 제품 분류와 원산지 증빙이 단순 서류업무가 아니라 수주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거래조건으로 들어온 셈이다.

제도·항목2026년 핵심 기준철강시장 의미
BABA 철·철강제품철·철강 원가 비중 50% 초과 시, 최초 용해부터 코팅까지 미국 내 제조단순 미국 내 절단·가공만으로는 미국산 요건 충족이 어려움
BABA 제조제품미국 내 제조 + 미국산 구성품 원가 55% 초과설비·구조물 공급망까지 현지조달 압력 확대
FHWA 제조제품 규정2026년 10월 1일 이후 해당 프로젝트에 최종조립 미국 + 구성품 55% 기준 적용고속도로·교량 프로젝트의 조달 서류와 공급업체 선정이 강화
청정에너지 Domestic Content Bonus국산 요건 충족 시 생산세액공제 10% 증가, 투자세액공제는 조건에 따라 10%p 또는 2%p 추가풍력·태양광·저장장치 등에서 미국산 철강 사용에 경제적 유인
2026년 48E 제조제품 기준2026년 착공 프로젝트의 조정비율 50%, 해상풍력 35%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미국산 부품·철강 조달비중 계산이 더 중요

자료: 미국 OMB Made in America Office, 미 교통부(FHWA), 미 국세청(IRS). 세부 적용은 프로젝트·제품 분류와 면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IRA는 ‘금지’보다 ‘보너스’다…BABA와 같은 제도로 보면 안 된다

미국산 조달정책을 이야기할 때 BABA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계열의 Domestic Content Bonus를 같은 규제로 묶으면 실제 시장을 잘못 읽을 수 있다. BABA는 연방 재정지원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미국산 조달을 원칙으로 하는 구매조건이다. 반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Domestic Content Bonus는 미국산 철강·철·제조제품을 사용한 프로젝트에 더 큰 세액공제를 주는 인센티브 성격이 강하다.


IRS 기준으로 국내조달 요건을 충족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는 생산세액공제액을 10% 늘릴 수 있고, 투자세액공제는 임금·견습 요건 등에 따라 10%포인트 또는 2%포인트가 추가될 수 있다. 2026년에 건설을 시작하는 48E 대상 프로젝트는 제조제품의 미국산 원가 비중 계산에서 50% 기준이 적용되고 해상풍력은 35%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법으로 수입을 금지하지 않더라도 프로젝트 사업자가 세액공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산 철강을 우선 검토할 유인이 생긴다.


다만 미국산 제품이 충분하지 않거나 품질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와 면제 절차가 존재한다. BABA 역시 비가용성, 과도한 비용, 공익 등을 근거로 면제를 허용한다. 따라서 미국 시장 전체가 100% 폐쇄된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정부 지원이 들어간 프로젝트와 세제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청정에너지 사업에서 수입재가 가격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구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0월부터 더 좁아진 고속도로 조달…철강사보다 가공·부품업체가 먼저 체감한다

이번 변화는 열연·후판 같은 원소재 생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FHWA가 제조제품의 일반 면제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면서 교량부품, 도로 설비, 전기·기계 장치 등 철강을 포함한 각종 제조제품도 미국 내 조립과 구성품 원가 기준을 맞춰야 한다. 미국 현지 가공업체와 프로젝트 EPC는 공급업체로부터 원산지 증명과 구성품 원가 자료를 더 정밀하게 받아야 한다.


한국산 코일을 미국으로 보내 현지에서 절단·성형한 제품이 어느 조달기준을 적용받는지는 최종 제품의 분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철강제품으로 분류된다면 미국 내 가공만으로 최초 용해 단계의 해외 원산지를 지울 수 없다. 트레이더와 가공센터가 과거처럼 ‘미국에서 마지막 공정을 했으니 미국산’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58억달러 HPLS가 보여주는 답…수출에서 ‘현지 제강’으로

한국 철강업계의 가장 상징적인 대응은 루이지애나에서 진행 중인 HYUNDAI-POSCO Louisiana Steel(HPLS) 프로젝트다. 현대제철·포스코·현대자동차·기아가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58억달러를 투자해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연산 270만 metric ton 규모의 자동차강판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용 180만 ton, 일반용 90만 ton을 계획하고 있으며 열연·냉연·도금강판까지 생산한다.

HPLS 항목내용
투자액58억달러
생산능력연 270만 metric ton
제품열연·냉연·도금강판, 자동차용 중심
공정직접환원공정(DRP) + 전기로(EAF) + 연주·압연
상업생산 목표2029년
주요 수요처현대차 앨라배마, 기아 조지아, HMGMA 및 미국 완성차업체

자료: 현대제철·현대자동차그룹, 2026년 9월 발표.


HPLS를 단순히 ‘BABA 대응 제철소’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자동차강판 시장은 연방 인프라 조달과 동일한 시장이 아니며, 이 투자는 232조 관세, 미국 자동차 생산 확대, 납기 단축, 품질 대응, 공급망 안정과 통상 리스크 축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다만 미국 정책이 요구하는 방향이 단순 현지 가공이 아니라 미국 안에서 철원을 만들고 제강·압연·코팅까지 수행하는 공급망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HPLS는 현지화 압력의 가장 선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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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강사의 미국 전략, ‘수출량’보다 생산거점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진다

한국 철강사에는 미국 시장이 두 개로 갈라지는 효과가 생긴다. 일반 민간 수요시장에서는 높은 관세와 개별 AD·CVD를 감수하면서도 품질·납기·현지 가격 프리미엄에 따라 수입재가 들어갈 여지가 남는다. 반면 연방지원 인프라와 국내조달 보너스를 중시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서는 미국산 인증 자체가 거래조건이 된다.


이에 따라 미국향 사업의 계산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한국 제철소의 원가와 해상운임, 관세를 더해 도착가격을 비교했다면 앞으로는 한국 생산 후 수출할 품목, 미국에서 제강부터 생산할 품목, 현지 가공·고객 서비스만 미국에서 할 품목을 나눠야 한다. 현지 생산능력은 단순 관세 회피수단이 아니라 정부조달 접근권, 자동차 고객 승인, 저탄소 제품 공급, 납기 대응을 묶는 판매 인프라가 된다.


반대로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현지 제철소 건설에는 수십억달러가 필요하고 전력·스크랩·DRI·물류·인력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결국 미국산 프리미엄과 조달시장 접근권이 높은 투자비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현지화 전략의 손익계산서다.


수입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는 시장’이 달라진다

BABA와 국내조달 인센티브가 강화되면 미국 내 모든 수입 철강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처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수입재는 일반 상업용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미국 이외 지역으로 판매처를 돌릴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인증 가능한 현지산 제품의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는 반면, 제3시장에는 수입 물량이 몰려 가격경쟁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이는 이 연재가 앞서 다룬 중국 공급과잉, 한국의 반덤핑, EU CBAM과도 연결된다. 미국이 관세와 원산지 기준으로 수입의 문턱을 높이고 유럽이 탄소비용으로 국경을 다시 그으면, 갈 곳을 잃은 물량은 결국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을 찾는다. 한국이 수입재 방어와 해외 현지생산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10회의 질문…철강의 국적은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제1회에서 미국의 232조 50% 관세가 국경을 높이는 장면을 봤다면, 제10회에서 만나는 장벽은 더 안쪽에 있다. 이제 미국은 수입품에 얼마의 관세를 붙일 것인지뿐 아니라 연방 인프라와 청정에너지 공급망에 들어오는 철강이 어디에서 녹고, 압연되고, 코팅됐는지를 묻는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2026년 10월부터 강화된 FHWA 제조제품 규정이 실제 프로젝트 조달과 가격 프리미엄을 얼마나 바꾸는지다. 둘째, 청정에너지 Domestic Content Bonus가 풍력·태양광·저장장치 프로젝트의 미국산 철강 구매비중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다. 셋째, HPLS를 비롯한 해외 철강사의 미국 현지 생산투자가 계획대로 가동돼 수입을 실제로 대체하는지다.


철강의 글로벌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롭게 국경을 넘던 철강의 시대에서 관세·탄소·원산지·생산거점이 제품의 시장 접근권을 결정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전환기의 글로벌 철강’ 10편을 관통한 변화도 결국 여기에 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3일
주요 출처: 미국 OMB Made in America Office, 미국 교통부·FHWA, 미국 국세청(IRS), 현대제철·현대자동차그룹,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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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미국 철강시장의 장벽은 관세에서 원산지와 생산거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BABA는 철강제품에 최초 용해부터 코팅까지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고, 청정에너지 Domestic Content Bonus는 미국산 철강 사용에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 철강사의 대응도 수출 방어에서 미국 현지 제강·압연 체제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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