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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12] 철광석 산지가 아니라 ‘그린 아이언’ 산지가 뜬다…중동 DRI·HBI가 바꾸는 철원 지도

저탄소 철강의 새 생산지도는 철광석 광산 옆에서만 그려지지 않는다. 브라질에서 대형 광석선이 들어오고, 값싼 가스와 태양광·풍력이 있는 항만에서 고품위 펠릿과 DRI·HBI를 만든 뒤 다시 유럽과 아시아로 보내는 구조가 중동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오만 소하르에는 이미 연산 900만 metric ton의 펠릿 설비와 최대 4,000만 metric ton의 철광석·펠릿 물류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두쿰과 소하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는 프로젝트들은 중동을 원유 수출기지가 아니라 저탄소 철원(iron metallics) 수출기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중동 해안의 DRI·HBI 플랜트와 철광석 물류, 태양광·풍력이 함께 있는 저탄소 철원 생산 현장

이 흐름은 앞선 수소환원제철 기사와 결이 다르다. 핵심은 어느 회사의 환원로 기술이 앞서는지가 아니다. 고로를 줄이고 전기로를 늘리는 세계 철강산업이 고급 스크랩만으로 필요한 철원을 채울 수 없을 때, 누가 DRI와 HBI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해상으로 공급할 것인가가 새로운 경쟁축이 되고 있다.


세계 DRI 1억5,100만톤…'대체 철원'이 아니라 주류 원료로 커진다

MIDREX가 9월 발표한 2025년 세계 직접환원철(DRI)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생산량은 1억5,100만 metric ton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1억4,080만 metric ton보다 7.2% 늘었고, 2020년 이후 증가폭은 4,620만 metric ton, 44%에 달한다. MIDREX 공정만 8,230만 metric ton을 생산해 세계 DRI의 54.5%를 차지했다.


증가의 의미는 생산량 자체보다 사용처 변화에 있다. DRI는 전기로에서 스크랩과 함께 사용하는 철원이며 HBI는 DRI를 고밀도로 압축해 장거리 운송과 저장에 적합하게 만든 제품이다. 고급강을 만들려면 잔류원소가 많은 저급 스크랩만으로는 품질 관리가 어렵다. 자동차강판이나 일부 고급 판재류까지 전기로 생산을 확대하려는 철강사 입장에서는 저잔류 원소의 DRI·HBI가 스크랩 품질을 보완하는 수단이 된다.


지표·프로젝트규모·현황시장 의미
세계 DRI 생산2025년 1억5,100만t, 전년비 +7.2%전기로 확대와 고급 철원 수요 증가
중동 조강 생산능력2025년 9,620만t → 2028년 최대 1억1,030만t신규 EAF·DRI 연계 생산거점 확대 가능성
Vale Oman 펠릿소하르 연산 900만tDR급 철원 공급기반
Vale Oman 물류철광석·펠릿 연 4,000만t 취급 가능브라질 광석과 중동 환원공정 연결
Vale-Jinnan 소하르 농축설비원광 1,800만t 처리 → 고품위 정광 1,260만t, 2027년 중반 가동 목표DRI용 고품위 원료의 현지 조달 확대
Meranti 두쿰 DRI연산 250만t, FEED 단계천연가스에서 그린수소로 전환 가능한 환원기반

자료: MIDREX 2025 World Direct Reduction Statistics, OECD Steel Outlook 2026, Vale, Meranti Green Steel·Oman Observer. 발표된 계획능력과 실제 상업가동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


오만의 경쟁력은 광산이 아니라 '광석을 바꾸는 항만'에 있다

오만은 대형 철광석 산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린 아이언 거점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원료·에너지·항만을 한곳에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Vale은 소하르에서 연산 900만 metric ton의 펠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물류센터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향해 연간 최대 4,000만 metric ton의 철광석과 펠릿을 취급할 수 있다. 소하르 항만은 40만 metric ton급 Valemax 선박을 받을 수 있어 브라질산 광석의 장거리 운송 효율도 높다.


여기에 원료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투자가 붙는다. Vale과 중국 Jinnan Iron & Steel Group은 소하르에 6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철광석 농축설비를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저품위 철광석 1,800만 metric ton을 처리해 연간 1,260만 metric ton의 고품위 정광을 생산하고 2027년 중반 가동한다. 전기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철분이 많은 광석이 아니라 DRI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환원될 수 있는 고품위 원료라는 점에서 이 설비의 의미가 크다.


천연가스 DRI에서 수소 DRI로…중동은 '단계적 탈탄소'를 택한다

중동 프로젝트를 곧바로 '무탄소 철강'으로 부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상업적으로 가장 강한 경쟁력은 값싼 천연가스를 이용한 샤프트 퍼니스 DRI다. 천연가스 기반 DRI는 석탄·코크스를 사용하는 고로-전로 공정보다 탄소배출을 낮출 수 있지만 배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그린수소 비중을 높이려면 대규모 재생전력, 전해조, 저장·운송 인프라와 가격경쟁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100% 수소'보다 수소 전환이 가능한 설비를 먼저 짓는 방식을 택한다. Meranti Green Steel은 오만 두쿰에서 연산 250만 metric ton DRI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며 MIDREX Flex를 적용해 천연가스와 그린수소 혼합운전에서 시작한 뒤 수소 비중을 높이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UAE에서는 EMSTEEL과 Masdar가 이미 그린수소를 활용한 DRI 기반 그린스틸 실증생산을 시작했다. 기술적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경제성은 전력과 수소 가격이 결정한다.


철광석 회사도 '광석 판매'에서 '환원 가능한 철원 공급'으로 이동

Vale의 중동 Mega Hub 전략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산회사가 철광석을 선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동에서 농축·펠릿·브리켓 공정을 거쳐 현지 철강사 또는 해외 전기로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저탄소 철원으로 만들어 공급하려는 구상이다. Vale은 오만뿐 아니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HBI와 저탄소 철원 공급 거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철광석 시장의 가치사슬을 바꾼다. 고로 체제에서는 제철소가 소결광·펠릿·원료탄을 조합해 용선을 만들었다. 전기로·DRI 체제가 커지면 광산사와 철강사 사이에 '그린 아이언'이라는 새로운 거래상품이 생긴다. 광산과 제철소가 반드시 같은 국가에 있을 필요도 없다. 광석은 브라질에서, 환원은 오만에서, 최종 제강·압연은 유럽이나 한국에서 이뤄지는 분업구조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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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조강능력도 늘어난다…원료 허브와 완제품 증설은 구분해야

OECD는 중동의 명목 조강 생산능력이 2025년 9,620만 metric ton에서 2028년 최대 1억1,030만 metric ton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한다. 진행 중 470만 metric ton과 계획 940만 metric ton을 합치면 잠재적 추가능력은 1,410만 metric ton이다. 다만 중동의 모든 신규 프로젝트가 실제로 같은 일정에 가동되는 것은 아니며 지정학적 위험과 자금조달, 전력·가스·수소 인프라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 있다.


또 DRI/HBI 수출 허브와 완제품 제철소 증설은 시장효과가 다르다. HBI가 늘면 한국·유럽·미국의 전기로 철원 선택지가 확대된다. 반면 현지 전기로와 압연설비까지 동시에 늘면 중동은 후판·열연·봉형강 등의 완제품 수입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수출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한국 철강업계가 중동을 볼 때 '새로운 원료 공급처'와 '새로운 완제품 경쟁자'를 동시에 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는 HBI가 '수입 원료'가 아니라 탈탄소 옵션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고급 스크랩의 국내 발생량과 품질만으로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철원을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 특히 판재류와 고급강의 전기로 생산 비중을 높일수록 구리·주석 등 잔류원소 관리가 중요해진다. HBI와 DRI는 스크랩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원료 배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철강사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갈래다. 국내에서 수소환원철을 직접 생산하는 방법, 해외에서 DRI/HBI를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방법, 스크랩 고도화와 수입 HBI를 병행하는 방법이다. 국내 전력과 그린수소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는 중동·호주 등 에너지 우위 지역에서 환원철을 생산한 뒤 국내 전기로에서 제강하는 모델의 경제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더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HBI는 기존 철광석이나 스크랩과 다른 품질·금속화율·탄소함량·취급조건을 갖는다. 장기계약, 항만 저장, 선박 적재 안전기준, 품질보증과 탄소데이터까지 포함한 거래능력이 필요하다. 철강 원료 트레이딩의 중심이 '광석-원료탄-스크랩'에서 '광석-펠릿-DRI/HBI-스크랩'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다음 승부는 '수소가 싸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중동의 그린 아이언 전략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는 발표된 DRI·HBI 프로젝트가 실제 FID와 상업가동으로 넘어가는가다. 둘째는 천연가스 기반 DRI의 초기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그린수소 비중을 높일 수 있는가다. 셋째는 유럽 CBAM과 저탄소 철강 구매가 HBI의 추가비용을 지불할 만큼 강한 수요를 만들어 주는가다.


중동이 가진 강점은 이미 존재하는 가스 인프라와 빠르게 확대되는 태양광·풍력, 대형 항만,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지리적 위치다. 약점은 고품위 철광석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점과 수소의 상업가격이 아직 충분히 낮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은 완성된 '수소철 시대'라기보다 천연가스 DRI에서 저탄소 HBI, 다시 수소환원철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도기에서 중동은 단순히 철강 생산량을 늘리는 지역이 아니라 세계 전기로가 필요로 하는 철원의 생산공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 철강업계가 봐야 할 것도 중동산 열연이나 후판의 가격만이 아니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시대에 어떤 형태의 철원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그 지도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



주요 출처: MIDREX, OECD Steel Outlook 2026, Vale Oman, Vale-Jinnan, Meranti Green Steel, EMSTEEL·Masdar, Oman Observer,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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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중동이 원유·가스 수출기지에서 DRI·HBI 중심의 저탄소 철원 생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오만의 펠릿·농축·DRI 투자와 UAE의 수소환원 실증은 전기로 확대 이후 세계 철원 공급망이 광산 중심에서 에너지·항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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