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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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정보원 특별판] 왜 원화 환율은 계속 하락하는가? — 1,500원대에서 1,320원대로, 원화 강세의 실체

2026년 10월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까지 하락한 배경을 경상수지, 한미 금리차, 외환당국 개입, 자본이동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원화 강세가 철강 원료 수입원가와 수출채산성, 유통 재고, 금융비용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을 검토하고 철강기업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무역흑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환율 급락…외환당국 개입 논란과 한미 금리 역전, 철강업계의 원가·수익성 변화


2026년 들어 한때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하순 1,320원대까지 내려왔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수입 물가와 원자재 조달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한국은 과거에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도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이 최근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화가 이처럼 빠르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단순히 수출 호조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물가 안정과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면서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다.


만약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계속 공급해 환율을 낮은 수준에 유지하고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전 조건을 제공하면서 외화 유출을 돕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철강업계에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 원화 강세는 철광석·원료탄·스크랩(고철)·반제품 수입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국내 철강제품의 수출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수입재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양면성을 지닌다.


현재의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개선을 반영한 것인지, 일시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인지에 따라 철강기업의 구매·판매·재고·금융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1. 환율은 얼마나 하락했는가

10월 26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이는 과거 1,500원대 이상의 고환율 국면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다.

비교 항목원·달러 환율의미
고환율 비교 기준1,500원달러 강세·원화 약세 구간
최근 비교 기준1,350원원화 강세 진행 구간
10월 23일 시장 참고값약 1,324원1,320원대 정착 시도
10월 26일 오전 참고값약 1,323원오전 기준, 당일 종가 아님
1,500원 대비 1,323원177원 하락원화 환산 달러 가치 11.8% 하락

주: 환율은 시장 참고값이며 은행 고시환율·실제 결제환율과 차이가 있다. 마지막 행은 두 환율을 비교한 계산값이다. 원화 환산 달러 가치의 하락률과 원화 자체의 절상률은 계산 기준이 다르다.


환율이 1,500원에서 1,323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수입기업이 같은 달러 금액을 결제할 때 필요한 원화가 약 11.8% 줄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수출기업에는 같은 달러 매출을 확보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금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 변화의 속도 역시 중요하다. 기업들은 일정한 환율을 기준으로 수입가격을 협상하고 국내 판매가격을 책정한다. 그런데 불과 수개월 사이 환율이 두 자릿수 비율로 변하면 기존의 원가 계산과 가격 협상 구조가 흔들린다.


특히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는 철강사와 제강사, 수입 철강제품을 취급하는 트레이더, 수출 비중이 높은 압연·가공업체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진다.


2. 무역수지 흑자인데 왜 과거에는 환율이 1,500원을 넘었나

환율을 이해하려면 무역수지와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을 구분해야 한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무역흑자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가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로 확보한 달러가 모두 국내 외환시장에서 매도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기업은 해외 설비투자나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를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 해외 자회사의 운영자금이나 외화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의 연기금과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해외 채권을 매입하면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그보다 큰 해외증권투자와 외채 상환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원화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


무역흑자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활동이고, 환율은 실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이 결정한다.


두 현상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 내부의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 달러의 국제적 강세,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산 매매, 원유가격 상승 등도 환율을 움직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져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추가적인 달러 수요에 직면한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면 원화 약세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1,500원 이상의 환율을 단순히 한국 경제의 무역경쟁력 약화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최근 원화 강세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실제 외환수급의 개선이다.

한국은행은 10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미국 달러화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수급 개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 원화에는 약세 압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요인이 그러한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는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는 외화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수출기업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거래가 늘어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증가한다.


동시에 향후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기업은 달러를 더 일찍 매도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예를 들어 달러당 1,350원일 때 100만 달러의 수출대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향후 환율이 1,30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면 환전을 미루는 것보다 현재 매도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러한 달러 매도는 실제 환율을 추가로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환율 상승을 예상하던 수입기업이나 투자자가 기존의 달러 매입 계획을 축소하는 경우에도 달러 수요가 감소한다.

결국 원화 강세 기대가 달러 매도를 늘리고 달러 매입을 늦추면서 다시 원화 강세를 강화하는 자기증폭적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과정이 단기간 지나치게 확대되면 경제의 기초여건보다 환율이 빠르게 움직이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원화 강세 가운데 어느 정도가 실물 수출대금 환전이고 어느 정도가 투자자 포지션 조정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정확히 분해하기 어렵다.


4. 미국 금리가 더 높은데 원화가 강해지는 이유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자산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금리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환율의 방향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2026년 10월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음과 같다.

국가·지역기준금리최근 통화정책
한국3.00%10월 22일 동결, 추가 인상 여지
미국3.75~4.00%9월 기준금리 인상
유로존별도 정책금리 체계9월 정책금리 인상
일본별도 정책금리 체계긴축 전환·정책 정상화 진행

자료: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의 2026년 공식 발표. 국가별 금리의 종류와 적용 방식이 다르므로 단순 금리 수준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0.75~1.00%포인트 높다. 그러나 투자자는 현재 금리차뿐 아니라 향후 금리 변화와 환율 변화까지 함께 계산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10월 회의에서도 향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원화 자산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자금 이동은 미국의 금리 전망, 한국의 신용위험, 환헤지 비용, 주식·채권시장 기대수익률 등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 자산에서 얻는 금리수익뿐 아니라 달러로 환산할 때의 환차익이나 환차손도 고려한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더라도 원화가 충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원화 강세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돼 향후 환율 반등 위험이 커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기존 원화 자산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금리차는 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단일한 결정 요인은 아니다.


5. 외환당국은 실제로 시장에 개입했는가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는 추측이 아니라 공식 통계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외환당국의 외환 순거래액을 보면 2025년 말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달러 순매도가 지속됐다.


기간외환당국 순거래액거래 방향
2025년 3분기-17.45억 달러달러 순매도
2025년 4분기-224.67억 달러달러 순매도
2026년 1분기-136.28억 달러달러 순매도
2026년 2분기-96.12억 달러달러 순매도
2026년 3분기미공개12월 31일 공개 예정

자료: 한국은행 외환당국 순거래액. 마이너스는 해당 기간의 달러 순매도를 의미한다.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3개 분기의 누적 달러 순매도는 457억700만 달러에 달한다.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았던 기간에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는 점은 확인된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최근 1,320원대 환율이 정부의 인위적인 달러 매도에 의해 형성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현재 공개된 자료는 2026년 2분기까지다. 원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의 외환당국 순거래 내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외환당국은 특정 환율을 유지하는 것과 과도한 환율 변동을 완화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환율이 단기간 급등해 시장 기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달러를 공급하는 행위는 시장안정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수급과 경제여건이 반영하는 수준보다 환율을 장기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투입한다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시장 참가자들이 정부의 개입 가격을 예상하게 되면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6. 정부가 환율을 낮게 유지하면 외국인의 달러 유출을 돕는가

이 문제는 원화 강세를 바라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각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매도해 원화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달러로 환전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같은 1,500억원의 원화 자금이라도 환율에 따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환율1,500억원의 달러 환산액
1,500원1억 달러
1,400원약 1억714만 달러
1,320원약 1억1,364만 달러

주: 환전 수수료·시장 충격·헤지 비용을 제외한 단순 계산.


외국인은 원화 금액이 같을 경우 환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외환당국이 달러를 지속적으로 매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면 외국인 자금의 해외 이동에 유리한 환전 조건을 제공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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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도해 달러를 산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의 반대편에서 국내 수출기업이나 다른 투자자가 달러를 공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환당국이 실제로 시장의 주요 달러 공급자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향후 외환당국의 순거래 통계와 외환보유액 변화,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7. 철강업계에 원화 강세는 호재인가, 악재인가

철강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이 모든 기업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철광석과 원료탄을 수입하는 철강사에는 원화 강세가 원재료 조달원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수입 스크랩이나 빌렛을 사용하는 제강사·재압연사 역시 일정한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철강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달러 표시 수출가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원화 환산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유통시장은 수입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원화 강세로 해외 철강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지면 수입제품의 국내 판매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철강사와 제강사가 판매가격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실제 수입원가는 해외 공급자의 달러 오퍼가격, 운임, 관세, 무역구제조치, 결제시점 등에 따라 달라진다.


수입 철강제품 원가의 변화

예를 들어 해외에서 열연강판을 톤당 500달러에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환율원화 환산 수입원가달러 환산 수입원가
1,500원750,000원/톤500달러/톤
1,400원700,000원/톤500달러/톤
1,320원660,000원/톤500달러/톤

주: 운임·보험료·관세·통관비용·금융비용을 제외한 가상 사례. 달러 가격은 설명을 위한 가정값이며 실제 열연강판 시세가 아니다.


환율이 1,500원에서 1,320원으로 떨어지면 원화 환산 원가는 톤당 9만원 줄어든다.

1만 톤을 수입한다면 환율 변화에 따른 계산상 원가 차이는 9억원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 열연강판과 국내 생산제품 간의 가격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수입업체에 반드시 9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입재 판매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거나 재고 판매 과정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원가 절감 효과의 상당 부분이 수요기업에 이전될 수 있다.


철강 유통업체의 재고평가 위험

원화 강세기에 유통업체가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기존 재고다.

환율이 높았던 시점에 수입한 제품은 이미 높은 원화 원가로 장부에 반영돼 있다.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서 신규 수입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재고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톤당 75만원에 확보한 기존 열연강판 재고가 있는데 동일 제품의 신규 수입원가가 66만원까지 낮아진다면 기존 재고는 원가 측면에서 톤당 9만원 불리해진다.


이때 유통업체가 기존 재고를 유지하려고 판매가격을 고집하면 재고회전이 느려질 수 있다.

반대로 판매를 위해 가격을 인하하면 매출총이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원화 강세는 신규 수입 구매자에게 기회이지만 고환율 시기에 확보한 재고를 보유한 업체에는 위험요인이 되는 것이다.



8. 철강업체별로 달라지는 환율 영향

시장 참여자원화 강세의 긍정적 영향주요 위험
고로 철강사철광석·원료탄 수입원가 절감수출 매출 감소, 수입재 경쟁
전기로 제강사수입 스크랩 원가 부담 완화국내 철근·형강 가격 하락 압력
재압연사·리롤러수입 빌렛·열연 소재 원가 절감기존 고가 재고의 경쟁력 저하
철강 유통업체신규 수입제품 조달가격 하락재고평가손실, 마진 축소
트레이더수입 거래 조건 개선환차손, 판매가격 재협상
가공업체소재 구매비용 감소 가능판매단가 인하 요구 확대
철강 수출업체수입 소재·설비 비용 감소 가능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 감소
건설·기계 등 수요기업수입 소재·설비 원가 감소경기 부진 시 원가 절감 효과 제한


철강사가 원화 강세의 수혜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철강제품 판매가격이 원재료 원가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다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제강사 역시 수입 스크랩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국내 철근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면 오히려 이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철강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것은 환율 자체보다 환율 변화가 원가와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속도 및 그 차이다.


9. 원화 강세기에는 금융비용보다 재고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

최근 철강 유통업계는 금리 상승과 함께 재고 부담이라는 이중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가령 100억원의 재고를 차입금으로 조달하고 연 6% 금리를 부담하는 기업을 가정하자.

연간 이자비용은 6억원이다.


그런데 환율 하락과 수입가격 조정으로 경쟁 가능한 재고 판매가격이 평균 5% 떨어진다면, 전체 재고가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가정 아래 재고의 경제적 가치가 5억원 감소할 수 있다.


구분가정 금액
재고 조달금액100억원
차입금리연 6%
연간 금융비용6억원
판매가능가격 5% 하락5억원
금융비용과 가격하락 효과의 단순 합계11억원

주: 실적 전망이 아닌 예시다. 판매가격 하락이 장부상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되는지는 취득원가·순실현가능가치 등 회계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는 환율이 내려간다고 유통기업의 경영여건이 자동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비용이 높고 재고회전이 느린 기업이라면 원화 강세기에 판매가격 하락 압력까지 겹치면서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신규 구매 비중이 높고 재고회전이 빠른 업체는 낮아진 수입원가를 활용할 수 있다.

철강 유통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저가 구매 능력에서 재고·판매·자금 회전을 통합 관리하는 능력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10. 1,320원대는 지속 가능한 환율인가

현재 환율이 경제의 기초체력에 맞는 적정 수준인지 판단하려면 단기 외환수급뿐 아니라 국제금리와 자본이동, 생산성, 실질실효환율, 대외순자산, 국제수지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1,320원이 반드시 비정상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수출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 수준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향후 환율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경우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및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뒷받침된다면 원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철강업계에는 원재료 수입원가 절감 기회가 생기지만 수입 철강제품과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둘째, 원화가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경우다.

경상수지 흑자와 달러 강세 압력이 균형을 이루면 환율은 방향성을 잃고 일정 범위에서 변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철강기업은 특정 환율 수준에 베팅하기보다 구매·판매·결제의 시점을 조정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경우다.

국제유가 급등, 미국 금리 추가 상승,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대, 외국인 자금 유출이 동시에 발생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낮은 환율을 전제로 수입계약을 확대했던 업체는 신규 결제비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


세 가지 경로 가운데 어느 하나를 확정적인 전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과 같이 환율 변화가 빠른 국면에서는 외환수급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에 주의해야 한다.


11. 철강업계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경영전략

현재 철강기업이 취해야 할 대응은 환율 하락을 무조건 호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외화 노출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는 원화 강세를 활용해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기존 재고와 신규 구매물량을 구분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감소하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원화 기준 목표이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수출입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레이더라면 외화 매출채권과 외화 매입채무의 결제시기를 일치시키는 자연헤지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환율 변동이 큰 상황에서는 선물환과 통화옵션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헤지 비용과 계약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환헤지는 환율 방향에 대한 투기가 아니라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철강 유통업체는 특히 높은 금리와 재고가격 조정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구매가격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재고를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내 수요가 부진하고 철강가격의 하락 압력이 유지된다면 원화 강세에 따른 구매원가 절감보다 재고 손실과 금융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원화 강세기일수록 중요한 것은 구매단가보다 판매 가능한 가격과 회전 속도다.


결론. 원화 강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강세를 만드는 자금의 성격이다

최근 원화 강세는 단순한 무역흑자의 결과만은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실제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증가,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투자자들의 환율 기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외환당국이 최근 환율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과거 분기별 달러 순매도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것이 10월의 1,320원대 환율을 인위적으로 형성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

향후 공개될 2026년 3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액과 외환보유액 변화, 외국인 증권투자 흐름,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움직임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것이다.

철강업계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환율이 1,500원에서 1,320원으로 내려갔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원가가 얼마나 낮아졌고 판매가격은 얼마나 떨어졌으며 재고와 금융비용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원화 강세는 철강기업에 원가 절감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수입재 경쟁과 수출채산성 악화, 고가 재고의 손실 위험을 동시에 가져온다.

환율을 맞히는 기업보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이익과 현금흐름을 지킬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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