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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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장 생존전략 ②] 스크랩은 넘치는데 쓸 만한 원료는 부족하다

자급률 90%대의 역설…한국 철강산업, 양적 자급에서 고품질 원료 확보 경쟁으로


2025년 국내 스크랩 자급률 93.0~98.7%…산정방식 달라도 높은 수준

건설경기 침체와 제강사 감산으로 수입 급감, 자급률 상승의 이면

포스코 광양 전기로 준공 이후 저불순물 스크랩의 전략적 가치 부상

생철·중량·슈레더의 등급 분류 넘어 성분·가공품질 중심으로 시장 재편해야




한국의 철스크랩 자급률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과거 수입 스크랩에 상당 부분 의존하던 국내 철강산업이 이제는 자체적으로 필요한 철원료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한국 스크랩 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국내 스크랩 자급률 상승에는 제강사의 원료 소비 감소와 수입 축소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철강 생산이 늘어나 국내 스크랩 회수와 공급능력이 확충된 결과라기보다, 수요가 줄면서 수입 의존도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스크랩의 양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그 스크랩이 앞으로 확대될 저탄소 제강과 고급강 생산에 적합한 원료인가 하는 문제다.


철근 생산에 사용되는 스크랩과 자동차강판·전기강판 생산에 요구되는 스크랩은 품질관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구리와 주석 등 일부 잔류원소는 일반적인 제강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워, 철원료의 성분과 선별 수준이 최종 강재의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스크랩 산업의 과제는 단순히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스크랩을 확보할 수 있는가보다, 어떤 품질의 스크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 자급률 93%의 실체…공급 경쟁력보다 수요 감소가 만든 결과

국내 철스크랩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자급률 상승의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토대로 국내 구매량과 자가발생량, 수입량의 비중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스크랩 조달량은 약 2,088만t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국내 구매량은 1,529만t, 제강사 등의 자가발생량은 412만t, 수입량은 147만t 수준이다. 전체 조달량 가운데 국내에서 확보한 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3.0%에 달한다.


2016년과 비교하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2016년 국내 스크랩 조달량은 약 2,740만t이었다. 국내 구매량은 1,548만t, 자가발생량은 610만t, 수입량은 582만t으로 집계됐다.

이후 국내 구매량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수입량은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조달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표 1. 국내 철스크랩 조달구조 비교

구분2016년2025년
전체 조달량2,740만t약 2,088만t
국내 구매량1,548만t1,529만t
자가발생량610만t412만t
수입량582만t147만t
국내 조달 비중약 78.8%약 93.0%
수입 비중21.2%7.0%

자료: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토대로 한 시장 분석. 전체 조달량은 국내 구매·자가발생·수입 물량의 합계이며, 반올림으로 인해 세부 비중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단위는 메트릭톤 기준.


이 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내 구매량이다.

2016년과 2025년 사이 국내 구매량은 약 19만t 감소했다. 국내 자급률은 크게 상승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제강사가 구매한 국산 스크랩 물량은 오히려 소폭 줄었다.


반면 수입량은 같은 기간 435만t 감소했다. 조달구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국내 공급능력의 급격한 증가가 아니라 해외 의존 물량의 축소였던 셈이다.

이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근·형강 수요 감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봉형강 제강사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스크랩 소비가 감소했고, 구매원가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스크랩을 우선 확보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해외 스크랩 구매를 줄이면서 자급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자급률을 국내 스크랩 산업의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나 충분한 자원 확보능력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철강 생산이 회복되거나 신규 전기로의 가동률이 높아질 경우 동일한 공급체계에서 자급률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같은 2025년 자급률이 93%와 98.7%로 나오는 이유

스크랩 통계를 해석할 때는 산정방식의 차이도 유의해야 한다.

2025년 자급률에 대해 시장에서는 93.0%와 98.7%라는 두 수치가 사용되고 있다. 어느 한쪽을 단순한 오류로 볼 수는 없다. 분모와 분자에 포함하는 물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93.0%는 국내 구매량과 자가발생량을 전체 조달량으로 나눈 비율이다.

반면 98.7%는 국내 공급량을 해당 기간의 소비량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산출한 수치다. 이 방식에서는 국내 공급과 소비의 시점 차이, 재고 증감 등으로 인해 자급률이 100%를 초과할 수도 있다.


표 2.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 주요 발표치

구분자급률산정 기준
2025년93.0%국내 조달량 ÷ 전체 조달량
2025년98.7%국내 공급량 ÷ 소비량
2026년 상반기93.6%국내 조달량 ÷ 전체 조달량
2026년 상반기94.7%국내 공급량 ÷ 소비량

자료: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인용한 시장 보도. 서로 다른 산정방식의 결과이므로 직접적인 증감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통계의 정의가 다르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두 방식 모두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지표만으로는 고급 스크랩 공급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


자급률이 100%에 근접하더라도 자동차강판이나 기타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저불순물 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특정 품질의 스크랩은 계속 수입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철광석이나 원료탄처럼 단순한 원료 물량의 확보 문제가 아니다.

스크랩은 발생원과 사용 이력에 따라 성분과 품질이 달라진다. 동일한 중량을 확보했더라도 실제 제강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는 서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스크랩 산업이 앞으로 관리해야 할 지표는 기존의 양적 자급률뿐 아니라 품질별 조달 가능량과 가공·선별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 생철과 중량 스크랩이 많다고 모두 고급강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스크랩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철, 중량, 경량, 슈레더 등급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러한 구분은 스크랩의 발생원과 형태, 두께, 밀도, 가공상태 등을 반영한다.


생철은 상대적으로 불순물 혼입 가능성이 낮은 신선한 제조공정 스크랩이라는 점에서 고급 원료로 평가된다. 중량 스크랩도 일정한 두께와 밀도를 갖춘 철원료로서 제강사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반면 경량 스크랩이나 노후 설비·자동차 등에서 회수한 노폐 스크랩은 다양한 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어 선별과 가공이 중요하다.

문제는 외형적인 등급만으로 화학성분을 완전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생철이라도 발생 공정과 모재의 종류에 따라 특정 합금원소가 포함될 수 있고, 중량 스크랩 역시 발생원과 부착물에 따라 성분 차이가 발생한다. 슈레더 스크랩도 파쇄 이후 비철금속과 비금속 이물질을 얼마나 정밀하게 분리했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결국 같은 이름으로 거래되는 스크랩이라도 실제 철원료로서의 가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표 3. 국내 주요 스크랩 등급별 특징과 품질관리 과제

구분주요 발생원·특징핵심 품질관리 요소
생철강재 제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비교적 깨끗한 스크랩발생원 추적, 합금원소 및 도금 여부 확인
중량 스크랩구조물, 산업설비, 두꺼운 철강재비철금속 부착물, 혼입재, 규격 관리
경량 스크랩얇은 강판, 생활·산업 폐자재불순물 제거, 압축·절단 및 밀도 개선
슈레더 스크랩자동차·가전·혼합 철강 폐자재 등의 파쇄·선별물구리·알루미늄·비금속 이물질의 정밀 선별
저불순물 선별 스크랩발생원 관리와 성분 선별을 거친 철원료잔류원소 분석, 규격화, 배합 적합성

자료: 시장 및 세계철강협회 기술자료 종합. 실제 등급과 규격은 제강사별 구매기준에 따라 다르다.


스크랩 산업의 고도화는 기존 등급체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외형적 분류에 화학성분과 이물질 관리라는 품질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는 제강사마다 생산하는 강종과 제품의 특성에 맞춰 스크랩의 구매 규격을 세분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급강 생산용으로 사용 가능한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크랩의 발생 단계부터 이력을 관리하고, 유통과 가공 과정에서 혼입을 최소화하는 체계가 중요해진다.


■ 제강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구리와 주석, 저탄소 제철의 새로운 장애물

전기로 제강에서 스크랩의 품질이 중요한 이유는 일부 불순물이 일반적인 정련공정으로 제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원소가 구리(Cu)와 주석(Sn)이다.


철스크랩에 혼입된 구리는 용해 과정에서 철과 함께 용강에 남을 수 있다. 일반적인 산화정련으로는 경제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원소로 분류된다.

구리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특정 강종에서 열간가공 중 표면균열이나 가공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석 역시 잔류원소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자동차강판이나 고품질 판재류는 표면 품질과 성형성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스크랩 원료의 성분 관리가 중요하다.

세계철강협회는 스크랩의 구리·주석 등 잔류금속 함량을 철강 재활용의 주요 품질 변수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잔류원소를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발생원부터 불순물 혼입을 줄이는 것이다. 스크랩이 배출되는 제조공정과 폐기 단계에서 구리선, 전기부품, 비철금속 부착물 등을 최대한 분리해야 한다.

둘째는 파쇄와 선별공정의 고도화다. 슈레더 설비만 설치한다고 고급 원료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파쇄 이후 자력선별과 비철금속 분리, 추가적인 정밀 선별을 통해 불순물 함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철원료 배합의 최적화다. 저불순물 스크랩이나 직접환원철(DRI), 선철, 용선 등 상대적으로 잔류원소가 적은 철원료를 적절히 혼합하면 최종 용강의 불순물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식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농도를 희석하는 방식이므로 저불순물 원료의 조달 비용과 가용성이 중요하다.

여기서 국내 스크랩 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철 함량이 높은 스크랩을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특정 강종의 생산에 적합한 성분과 규격을 갖춘 원료를 공급한다면 제강사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제적 이유가 생긴다.


스크랩의 가치는 단순한 중량이 아니라 제강공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 포스코 광양 전기로, 국내 스크랩 시장의 새로운 수요구조를 예고하다

2026년 6월 준공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연산 250만t 전기로는 국내 스크랩 시장에서 중요한 변화의 신호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용강과 고로에서 생산한 용선을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통해 고급강 생산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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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전기로 생산능력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 국내 전기로 시장이 철근과 형강 등 봉형강 생산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면, 앞으로는 저탄소 판재류 생산을 위한 스크랩 조달 수요가 점차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로에서 판재류를 생산하는 데 모든 스크랩을 최고급 원료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 강종과 정련기술, 용선 혼합비율 등에 따라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급강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원료의 성분 편차를 줄이고 잔류원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스크랩 시장의 기존 등급별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철과 성분 관리가 가능한 제조공정 스크랩은 고급강 생산용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노폐 스크랩 가운데 불순물 혼입이 많은 물량은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선별·가공체계를 갖추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활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정밀한 가공을 통해 노폐 스크랩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결국 스크랩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단순한 발생량 증가보다 품질 개선 역량에 달려 있다.


■ 고급 스크랩 확보 경쟁, 가격구조를 바꿀 수 있다

앞으로 국내 스크랩 시장은 전체 가격이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에서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모든 품목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건설용 강재 생산을 중심으로 한 일반 전기로 제강사들은 앞으로도 구매가격과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높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급강 생산 비중이 높은 철강사들은 품질이 일정하고 성분 이력이 확인된 스크랩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유인이 있다.

이 과정에서 품질 프리미엄이 실제 거래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분이 확인된 생철과 일반적인 혼합 스크랩의 구매가격 차이가 확대된다면 제조공정 단계에서 스크랩을 분리·관리하는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슈레더 업체 역시 정밀 선별을 통해 불순물 함량을 낮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일반 스크랩과 차별화된 판매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품질 프리미엄의 형성은 시장에서 해당 품질에 대한 실제 수요가 존재하고, 제강사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품질관리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판매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산업의 고도화는 지속되기 어렵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제강사의 구매정책과 스크랩 가공업체의 투자전략이 맞물려야 한다.


■ 유통업체의 생존전략, 물량보다 발생원을 확보하라

고품질 스크랩 시장이 확대된다면 유통업체의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스크랩 유통에서 중요한 요소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업망과 야드, 운송능력이었다.

앞으로도 물량과 물류 경쟁력은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 발생원 관리와 품질 추적 능력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가전업체, 기계가공업체, 강재 가공센터 등에서는 비교적 발생원과 강종을 파악하기 쉬운 제조공정 스크랩이 배출된다.

이러한 발생원과 안정적인 계약을 확보하고 강종과 가공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업체는 저불순물 원료 공급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여러 발생원의 스크랩을 무분별하게 혼합한 뒤 외형적인 등급만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품질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통업체의 미래 경쟁력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특정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거래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발생원과 강종에 따라 스크랩을 분리 보관하고 혼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필요한 경우 성분 분석과 규격 검사를 통해 품질을 객관화해야 한다.

넷째, 제강사의 요구에 맞춰 절단·압축·파쇄·선별 등 가공 공정을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판매 단가뿐 아니라 가공비와 운송비, 금융비용을 고려한 품목별 손익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모든 중소 유통업체가 고가의 설비를 직접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규모 업체는 발생원 확보와 선별·수집을 전문화하고, 대형 가공업체는 설비투자와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분업체계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각 기업이 스크랩 공급망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스크랩 부족보다 더 위험한 것은 품질별 수급 불균형

한국 스크랩 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체 수급 통계만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크랩 공급량이 충분하더라도 특정 강종에 필요한 저불순물 원료가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고급 스크랩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불순물 혼입이 많은 저급 스크랩은 수요가 제한되면서 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전체 스크랩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에 있으면서 일부 고급 품목에서는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이중적인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제강사의 구매전략뿐 아니라 스크랩 가공산업의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화다.


제강사들은 생산 제품별로 필요한 원료의 성분과 품질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가공업체는 어떤 불순물을 어느 수준까지 제거해야 부가가치가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투자비와 실제 판매가격 사이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 발생원별 품질 분류와 수익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단체도 국내 스크랩의 발생량과 소비량을 집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품질과 등급별 공급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체계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양적 자급률만으로는 미래 철강산업의 원료 안보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향후 시장을 판단할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

국내 스크랩 시장의 중장기 구조변화를 판단하려면 다음과 같은 변수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 전기로 실질 가동률의 변화다.

포스코를 비롯한 신규·전환 설비의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스크랩 수요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기존 봉형강 제강사의 감산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고급강 생산용 스크랩의 구매정책이다.

품질 기준의 세분화와 성분 관리 여부, 품질 프리미엄 도입이 실제 거래에 반영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국내 제조공정 스크랩의 발생량이다.

자동차·기계·가전 등 제조업 생산 변화는 발생원 추적이 가능한 스크랩의 공급량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국내외 스크랩 가격 차이와 수입구조다.

국내 스크랩 가격의 경쟁력이 유지되는지, 특정 등급에서 수입 의존이 확대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스크랩 가공업계의 설비투자와 품질관리 수준이다.

슈레더와 정밀 선별설비 투자가 확대되는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구매계약과 가격구조가 정착되는지가 산업 고도화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 양적 자급의 시대를 넘어 질적 자급의 시대로

한국 철강산업은 오랫동안 스크랩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 왔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스크랩의 조달 비중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철강 생산 감소와 수입 축소라는 불황의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앞으로 탄소중립 제철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전기로가 확대되고 저탄소 고급강 생산이 늘어나면 필요한 원료의 종류와 품질, 조달 방식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스크랩 산업의 주요 과제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하느냐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품질의 철원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크랩 유통업계에 부담이자 기회다.

품질관리와 가공능력에 투자하지 못하는 업체는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발생원 관리와 선별·가공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제강사의 핵심 원료 공급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제강사 또한 단순히 값싼 스크랩을 확보하는 구매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품질을 개선한 스크랩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급업체들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거래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급률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원료 안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품질의 스크랩을 필요한 시기에 확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급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스크랩 산업은 이제 양적 자급을 넘어 질적 자급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경쟁력도 바로 그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다음 회 예고]

제3부 | 고철상에서 원료 제조기업으로, 스크랩 가공산업의 승부

스크랩 가공·정제산업의 경제성을 집중 분석한다. 슈레더와 선별설비의 투자비, 가공비용, 품질 프리미엄, 제강사와의 장기계약 등 실제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검토하고, 국내 스크랩 기업이 단순 유통에서 고부가가치 원료 제조로 전환할 수 있는 경영모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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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한국의 철스크랩 자급률은 90%대를 넘어섰지만 공급능력의 확대보다는 수요 감소와 수입 축소의 영향이 크다. 탄소중립 전기로 확대와 고급강 생산 증가에 대비해 저불순물 스크랩의 확보, 발생원 관리, 정밀 선별 등 질적 자급체계 구축이 새로운 산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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