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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장 생존전략 ④] 탄소중립 시대, 한국 스크랩을 누가 확보할 것인가

일본은 전기로를 늘리고 유럽은 자원 이동을 관리한다…저탄소 철원료 확보 경쟁 속 한국의 선택


일본, 2025년 스크랩 수출 771만t…전기로 전환 본격화하면 수출 여력 변화 가능

JFE·일본제철, 2028~2029년 대형 전기로 가동 추진…고급 스크랩 확보가 핵심

미국은 스크랩과 직접환원철 결합, 유럽은 역외 자원 이동의 환경관리 강화

한국, 높은 자급률에 안주하지 말고 수입 다변화·고급 가공·장기 조달체계 구축해야



세계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이 철스크랩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사용을 마친 철강재를 회수하는 재활용 원료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 스크랩은 저탄소 제철의 경제성과 생산능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철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철강 생산기반과 스크랩 회수·유통체계를 갖춘 국가이지만, 해외 원료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고급 판재류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저불순물 스크랩의 확보 문제는 일반적인 철근용 스크랩 수급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주변국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 수십 년간 아시아 철스크랩 시장의 중요한 수출국이었다. 한국 제강사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스크랩을 조달하며 운송거리와 납기 측면에서 이점을 누려왔다.


그러나 일본 철강사들이 고로 중심의 생산체계를 전기로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국에서 스크랩을 사용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면 중장기적으로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다른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전기로 생산기반이 발달한 미국은 스크랩을 활용하면서도 천연가스 기반 직접환원철(DRI)과 열간성형환원철(HBI) 등 철원료를 조합해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성분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저탄소 철강 생산 확대와 함께 폐기물 역외 이동에 대한 관리·추적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철스크랩을 포함한 재활용 원료의 국제 교역이 단순한 가격과 운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이 직면한 질문은 명확하다.

세계적으로 스크랩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에 한국은 필요한 철원료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가.


국내 스크랩을 값싼 원료로만 바라보던 구매 관행이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도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 세계 스크랩 시장의 모순…발생량은 늘지만 필요한 원료는 부족할 수 있다

스크랩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철강산업의 탄소배출 구조와 연결된다.

고로·전로 공정은 철광석을 환원해 쇳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전기로에서 스크랩을 녹여 철강재를 생산하면 철광석 환원공정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어 직접적인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스크랩 1t을 사용하면 철광석 약 1.4t과 석탄 약 740kg의 소비를 피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약 1.5tCO₂로 제시된다.

다만 이 수치는 재활용에 따른 일반적인 원료·배출 회피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며, 개별 제철소의 실제 탄소배출량은 전력의 탄소집약도와 생산공정, 철원료 배합에 따라 달라진다.


스크랩을 활용하는 것이 저탄소 제철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철강 생산을 스크랩만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철강재는 건축물과 산업설비,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생산된 철강재가 수명을 다하고 다시 스크랩으로 회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 제품의 평균 사용수명을 약 40년으로 보고 있다.

오늘 생산한 철강재가 곧바로 재활용 원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철강 생산량이 증가하는 동안에는 스크랩만으로 전체 철원료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철강산업 전망에서 세계 외부 조달 스크랩의 공급 가능량이 2019년 약 6억t에서 2050년 12억t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크랩 회수율이 추가로 높아지는 경우에는 2050년 약 13억5,000만t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표 1. 세계 철스크랩 공급 가능량과 전기로 생산 전망

구분기준연도전망연도
세계 외부 조달 스크랩 공급 가능량2019년 약 6억t2050년 12억t 이상
회수율 개선 시 스크랩 공급 가능량—2050년 약 13억5,000만t
중국 외부 조달 스크랩 공급 가능량2019년 1억7,000만t2050년 5억4,500만t
전기로 조강생산량(해당 시나리오)2019년 5억1,000만t2050년 13억4,000만t
전기로 조강생산 비중(해당 시나리오)2019년 27%2050년 50%

자료: OECD Steel Outlook 2025. 메트릭톤 기준. 2050년 수치는 확정된 생산·공급 목표가 아니라 회수율과 전기로 보급 등에 대한 시나리오 전망이다.


전망치만 보면 스크랩 공급은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스크랩이 발생하는 지역과 실제 소비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둘째, 회수된 스크랩이 모두 동일한 품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 수출국이 자국의 전기로 생산을 확대하면 국제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은 전체 발생량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넷째, 환경규제와 수출 제한, 물류비용에 따라 국가 간 이동이 제약될 수 있다.


결국 세계 스크랩 발생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한국의 수입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고품질 스크랩은 별도의 시장으로 구분해 분석해야 한다.


■ 일본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한국의 가장 가까운 원료 공급국

한국 철강산업에서 일본 스크랩의 중요성은 단순히 수입 비중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해상운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오랫동안 형성된 거래관계와 품질 분류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공급국이다.


특히 일본산 H2와 신다찌 등은 한국 전기로 제강사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주요 수입 원료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관계가 앞으로도 같은 형태로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일본의 2025년 철스크랩 수출량은 약 771만t으로, 전년의 약 654만t보다 17.9% 증가했다.


2025년 일본의 조강생산량이 약 8,068만t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한 가운데 수출물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현재 일본에서 스크랩이 부족해 수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표 2. 일본 철스크랩 수출과 조강생산 동향

구분2024년2025년
철스크랩 수출량약 654만t약 771만t
수출 증감률—+17.9%
조강생산량약 8,404만t약 8,068만t
조강생산 증감률—-4.0%

자료: Fastmarkets의 일본 스크랩 수출통계 분석, 일본 철강 생산 관련 통계. 메트릭톤 기준. 조강생산량은 공표 수치의 반올림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출 증가와 중장기적인 수출 여력 변화는 구분해야 한다.

일본 철강산업은 현재 생산량 감소와 저탄소 생산공정 전환이라는 두 가지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기존 고로 생산량이 줄면 단기적으로 스크랩 수급에 여유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전기로 신규 투자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자국의 스크랩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출물량을 일시에 소멸시키기보다 수출 가능한 등급과 가격구조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다찌와 같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발생원 관리가 용이한 스크랩은 고급강 생산용 수요와 경쟁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전기로 전환이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순히 수출 총량이 감소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수입해 온 스크랩 가운데 어떤 등급을 앞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 JFE와 일본제철, 2028~2029년 전기로 전환의 의미

일본 철강사들의 전기로 투자계획은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JFE스틸은 구라시키 제철소에 연산 약 200만t 규모의 대형 고효율 전기로를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관련 정련·물류·전력시설 등을 포함해 3,294억엔이며, 2028회계연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제철도 규슈 야하타, 세토우치 히로하타, 야마구치 슈난 등에서 신규 전기로 건설과 기존 설비 확충 및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발표한 3개 사업의 전기로 관련 생산능력은 합계 연산 약 290만t이며, 투자금액은 8,687억엔이다.

이들 투자는 단순히 철근이나 일반 봉형강 생산을 늘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기존 고로 중심으로 생산하던 고급강의 일부를 전기로 공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포함돼 있다.


표 3. 일본 주요 철강사의 전기로 투자계획

기업·사업장생산능력투자규모가동 목표
JFE 구라시키약 200만t/년3,294억엔2028회계연도 1분기
일본제철 야하타약 200만t/년6,302억엔2029회계연도 하반기
일본제철 히로하타약 50만t/년1,400억엔2029회계연도 하반기
일본제철 슈난약 40만t/년985억엔2028회계연도 하반기
합계약 490만t/년1조1,981억엔단계적 추진

자료: JFE스틸 2025년 4월 10일 발표, 일본제철 2025년 5월 30일 발표. 투자금액에는 전기로 외 관련 설비가 포함되며, 생산능력은 발표된 설비계획 기준이다. 해당 시점의 실제 가동·생산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한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일본 국내 스크랩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맞게 된다.

다만 생산능력 490만t이 증가한다고 해서 스크랩 소비량이 동일하게 490만t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기로에서는 스크랩뿐 아니라 직접환원철과 선철, 기타 철원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생산품종에 따라 배합비도 달라진다.

또한 기존 고로에서 전기로로 생산능력을 대체하는 경우에는 다른 공정에서 사용하는 스크랩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원료 소비구조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해외로 수출되던 일부 스크랩이 앞으로 국내 전기로용으로 활용될 경제적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일본산 스크랩의 수출 감소뿐 아니라 품질이 우수한 등급의 가격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


■ 일본의 대응은 스크랩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DRI 공급망도 구축

일본 철강사들이 전기로 확대와 함께 추진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직접환원철 확보이다.

JFE는 아랍에미리트(UAE)의 EMSTEEL, 일본 이토추상사와 협력해 저탄소 직접환원철 공급망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계획이 사업화될 경우 연간 약 250만t 규모의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단순히 해외에서 새로운 원료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국내에서 충분한 저불순물 스크랩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전기로에서 고급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원료의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직접환원철은 철광석을 고체 상태에서 환원한 철원료다. 스크랩과 달리 구리나 주석과 같은 잔류금속의 혼입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급강 생산에서 원료 배합을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DRI의 경제성과 탄소배출량은 환원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원료, 생산공정에 따라 달라진다.


천연가스 기반 DRI는 기존 석탄 기반 고로 공정과 다른 배출구조를 갖지만 탄소배출이 완전히 없는 원료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철 생산이 확대된다면 더 낮은 탄소배출 수준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경제성과 공급규모를 검증해야 한다.

일본이 보여주는 전략은 분명하다.


전기로를 건설하는 동시에 스크랩과 DRI를 함께 확보해 원료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신규 전기로 확대를 추진하면서 스크랩과 대체 철원료를 각각 독립적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달 포트폴리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은 왜 다른가…스크랩과 DRI를 결합한 전기로 경쟁력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 산업적 조건을 갖고 있다.

미국 철강산업은 전기로 중심의 생산기반이 발달했고, 오랜 기간 축적된 철강재에서 회수되는 스크랩 공급망도 비교적 성숙해 있다.


여기에 풍부한 천연가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연가스 기반 직접환원철을 생산하거나 조달해 스크랩과 혼합하면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철원료의 잔류원소를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스크랩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존도를 일정 부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미국의 모든 전기로 제강사가 자체 DRI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DRI 생산 역시 천연가스 가격과 고품위 철광석 원료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미국도 철스크랩을 해외로 수출하는 주요 국가다.

따라서 미국을 단순한 스크랩 소비국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의 경쟁력은 스크랩이 풍부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전기로 생산기반과 대체 철원료 공급망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원료 조달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스크랩 공급량 확대만으로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모든 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저불순물 스크랩과 DRI·HBI를 조합하는 방식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스크랩 가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대체 철원료 확보는 서로 대립하는 전략이 아니다.

고급강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철원료 공급이라는 목표 아래 함께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 유럽은 스크랩을 어떻게 관리하는가…국경을 넘는 자원 이동의 새로운 기준

유럽연합은 스크랩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식보다 폐기물 이동에 대한 관리와 환경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EU의 새로운 폐기물운송규정은 2024년 5월 발효됐으며 주요 규정은 2026년 5월부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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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관련 주요 규정은 2027년 5월 21일부터 적용된다.

이 제도는 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방지하고, 역외 수출 과정에서 적절한 환경관리가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비OECD 국가로 향하는 비유해 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수출이 제한되며, 일정한 환경관리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은 OECD 회원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일률적 수출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EU는 수출 흐름을 감시하고, 부적절한 폐기물 처리로 환경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유럽에서 철스크랩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거래 과정에서 환경관리와 추적가능성, 수입국 처리시설의 적정성 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표 4. EU 폐기물운송규정의 주요 일정과 철스크랩 시장 영향

구분일정시장적 의미
신규 규정 발효2024년 5월 20일폐기물 이동 관리체계 개편
주요 규정 적용2026년 5월 21일전자적 관리·추적체계 강화
수출 관련 주요 규정 적용2027년 5월 21일역외 수출 관리요건 강화
OECD 국가 대상수출 허용 체계 유지환경적 처리 적정성 관리
비OECD 국가 대상원칙적 제한 및 조건부 예외수입 가능국·처리시설 요건 중요

자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 폐기물운송규정(Regulation 2024/1157). 실제 개별 스크랩 거래의 적용규정은 폐기물 분류와 수출입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EU의 움직임은 스크랩 시장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환경·품질·추적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스크랩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 스크랩을 수입해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기업은 발생원과 물류이력, 처리시설의 환경관리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 한국의 스크랩 수입구조, 일본 의존이 여전히 높다

한국의 스크랩 자급률이 9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수입구조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세계은행 WITS에 수록된 UN Comtrade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기타 철강 스크랩(HS 720449) 수입량은 약 139만3,120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본산이 약 114만t으로 전체의 약 81.8%를 차지했다.

미국산은 약 11만8,782t, 러시아산은 약 8만1,209t이었다.


표 5. 2025년 한국의 철강 스크랩 수입구조 — HS 720449

공급국수입량수입액
일본1,140,000t3억7,117만 달러
미국118,782t4,731만 달러
러시아81,209t2,468만 달러
필리핀23,250t738만 달러
기타29,879t약 1,089만 달러
전체1,393,120t약 4억6,143만 달러

자료: UN Comtrade, 세계은행 WITS, 2025년 한국 수입신고 기준. HS 720449에 한정한 통계이며 전체 철스크랩(HS 7204 전 품목) 수입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입액은 반올림한 값이다.


이 통계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HS 720449는 기타 철강 스크랩을 분류하는 품목 코드다. 전체 스크랩에는 주철 스크랩, 스테인리스 및 기타 합금강 스크랩, 제조공정 스크랩 등 다른 세부 품목도 포함된다.


따라서 특정 품목의 수입 비중을 한국의 전체 스크랩 수입 의존도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일본산 스크랩이 국내 수입시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필요한 스크랩을 대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통계가 존재하더라도 일부 품질과 규격에서는 해외 공급망이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일본의 전기로 전환으로 스크랩 수출품목 구성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제강사들은 새로운 구매처를 확보하거나 원료 배합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 국내 스크랩 수출, 막아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에 맡겨야 하는가

국내 스크랩 가격이 해외보다 낮아지면 수출을 통해 더 높은 판매가격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스크랩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할 수 있다.


반면 스크랩 수집·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제강사의 구매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때 해외 판매가 중요한 대안이 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내 원료 보호와 수출 자유화 중 하나를 선택할 사안이 아니다.


국내 스크랩의 수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제강사에는 단기적인 구매가격 안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가격이 국제시장보다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된다면 스크랩 회수와 가공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수출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길 경우 국내 제강사의 원료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전기로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시기에는 고품질 스크랩의 해외 유출이 원료 조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선 필요한 것은 국내 스크랩의 품질별 수급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일반 스크랩과 고급 스크랩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수출량만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고급 스크랩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는 가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제강사가 품질과 공급 안정성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스크랩 기업들이 굳이 해외 판매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원료 안보는 수출을 막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필요한 철원료를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 한국이 선택해야 할 다섯 가지 원료 조달전략

글로벌 스크랩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철강산업은 단기적인 구매가격 중심의 조달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산 스크랩 의존도를 품질별로 평가해야 한다.

단순한 수입량 비중이 아니라 생철과 중량, 슈레더 등 등급별 조달 의존도를 파악하고 대체 가능한 공급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고급 스크랩의 회수·가공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제조공정 스크랩의 분리관리와 노폐 스크랩의 정밀 선별을 통해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고품질 원료를 늘려야 한다.

셋째, 스크랩과 직접환원철을 결합한 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저불순물 스크랩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는 DRI·HBI·선철 등 대체 철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넷째, 해외 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미국과 호주, 기타 아시아 공급국 등에서 원료의 품질과 물류비용, 계약 안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가를 늘리는 것 자체보다 실제 구매 가능한 품질과 경제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섯째, 제강사와 국내 공급업체의 장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스크랩의 품질 개선과 안정적인 공급에 투자하는 기업이 정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매정책과 계약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스크랩 유통업체의 보호만을 위한 조치가 아니다.

제강사의 미래 원료 조달비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 2030년 스크랩 시장, 세 가지 시나리오로 대비해야 한다

향후 한국 스크랩 시장의 방향은 일본과 중국의 전기로 투자, 국내 건설경기, 글로벌 철강 생산, 저탄소 제품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확인된 투자계획만으로 스크랩 가격의 일방적인 상승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로 다른 조건에 따른 시장 시나리오를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 6. 2027~2030년 한국 스크랩 시장의 조건부 시나리오

시나리오주요 조건국내 시장 영향
A. 수급 안정글로벌 전기로 투자 점진적 진행, 회수량 확대일반 스크랩 가격 안정, 품질별 차등 확대
B. 고급 원료 부족일본 전기로 전환 가속, 저불순물 수요 증가고급 스크랩 프리미엄 확대, 대체 원료 조달 증가
C. 공급 경색수출 제약·물류 차질과 국내 가동률 회복 동시 발생수입원가 상승, 제강사 구매경쟁 심화

자료: OECD의 중장기 스크랩 전망과 일본 주요 철강사의 전기로 투자계획을 바탕으로 한 철강정보원 조건부 분석. 특정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이나 가격 상승폭을 예측한 것은 아니다.


A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스크랩 발생량 증가와 수집·가공체계 개선이 전기로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를 상당 부분 흡수한다.

이 경우 한국은 일반 스크랩의 수급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품질별 가격체계와 공급망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B 시나리오에서는 일본과 주요 선진국의 전기로 전환으로 고급강 생산용 저불순물 스크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다.

일반 스크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더라도 고품질 원료는 가격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제강사들은 고급 스크랩 가공업체와의 협력이나 DRI 확보를 강화해야 할 수 있다.


C 시나리오는 조달위험이 가장 큰 경우다.

국제적인 스크랩 수출 제약이나 물류 차질이 발생하는 동시에 국내 제강사의 가동률이 회복되면 수입가격 상승과 원료 확보 경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강사는 더 큰 부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시장의 조건을 검토하기 위한 분석이며, 앞으로 반드시 발생할 사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 일본의 전기로 전환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시간적 변수는 2028~2029년이다.

일본의 주요 철강사들이 대형 전기로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시기다.


이러한 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스크랩 사용량이 증가한다면 일본의 국내 소비와 수출 사이의 관계도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실제 수입 차질이 발생한 이후에 대응하기보다 지금부터 품질별 수급과 대체 조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고급 스크랩의 안정적인 확보에 필요한 투자는 단기간에 완료하기 어렵다.


슈레더와 정밀 선별설비의 도입뿐 아니라 발생원 관리와 품질검증, 장기 공급계약 구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스크랩 산업이 현재의 철강 불황으로 투자를 중단한다면 미래 수요가 확대되는 시기에 공급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이 협력해 국내 원료의 품질을 높이고 공급체계를 개선한다면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스크랩 산업의 과제는 세계 시장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지 않다.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원료의 가치를 높이고, 부족한 품질과 물량은 국제 공급망을 통해 보완하는 능동적인 조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스크랩을 단순한 고철로 바라보는 시대는 끝나간다

탄소중립 시대의 철강산업에서는 생산설비와 원료 공급망의 경쟁력을 분리하기 어렵다.

제강사는 전기로를 확대하고 저탄소 강재 생산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필요한 스크랩을 안정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설비투자의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스크랩 가공·유통업체 역시 변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수집해 가격 차익을 얻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제강사가 필요로 하는 철원료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관리와 가공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그 투자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일본은 전기로와 직접환원철 공급망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발달한 전기로 생산기반과 대체 철원료 조달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유럽은 저탄소 철강 생산과 재활용 원료의 환경적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한국도 자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스크랩 시장의 높은 자급률에 안주하거나 해외 공급국의 기존 수출구조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스크랩을 얼마나 싸게 구입하느냐뿐 아니라 필요한 품질의 철원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제강사는 국내 스크랩 공급망을 단순한 구매처가 아니라 장기적인 원료 경쟁력의 기반으로 인식해야 한다.

유통업체와 가공기업도 제강사의 구매가격 변화만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세계 스크랩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먼저 준비하고, 누가 더 강한 공급망을 구축하느냐다.

탄소중립 시대의 원료 확보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강사와 스크랩 산업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함께 경쟁력을 만드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회 예고]

제5부 |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의 새로운 계약, 함께 살아남는 시장을 만들자

가격과 품질, 공급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한국형 스크랩 거래체계를 제안한다. 시장가격 연동방식과 품질 프리미엄, 장기 공급계약, 공동투자, 품질 인증 및 정부·산업단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제강사와 공급업체가 서로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실행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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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일본의 대형 전기로 투자와 미국의 직접환원철 활용, 유럽의 폐기물운송규정 개편이 글로벌 철스크랩 공급망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높은 스크랩 자급률에 안주하지 않고 고급 스크랩 확보, 수입선 다변화, 대체 철원료 활용과 국내 가공산업 육성을 결합한 원료 조달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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