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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비지니스 ⑮] 결국 남는 것은 신용이다 — 매출을 쌓아도 돈을 못 받으면 무너지는 철강 트레이더

[트레이딩 비지니스 ⑮] 결국 남는 것은 신용이다 — 매출을 쌓아도 돈을 못 받으면 무너지는 철강 트레이더

철강 거래에서 가장 환영받는 연락은 주문 확정이다. 그러나 어떤 주문은 회사의 실적을 키우면서도 자금을 말라붙게 한다. 물량을 늘렸고 계약상 이익도 남겼는데, 대금 결제가 늦어지는 순간 거래의 성격이 바뀐다. 철강을 판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 트레이더가 해외 공급선에서 열연코일을 확보해 새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황을 가정하자. 가격은 괜찮고 납기는 맞는다. 다만 구매자는 처음에는 선금을 약속하다가 선적 직전에 도착 후 60일 결제를 요청한다. 영업 담당자에게는 성사 직전의 주문이지만 자금 담당자에게는 신용 심사 없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결정이다.


이 장면은 특정 기업의 취재나 실제 사건이 아닌 설명용 가상 사례다. 숫자도 실제 시장가격이나 금융기관 견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제안이 더 매력적인지가 아니라 그 거래에서 어느 시점에 누구의 위험이 증가하는지다.

값싼 가격과 안전한 매출은 같은 말이 아니다

철강에서는 매입과 판매 사이의 금액이 크고, 유통마진은 상대적으로 얇을 수 있다. 매입원가의 몇 퍼센트만 이익으로 남기는 구조에서 매출채권 일부가 회수되지 않으면 여러 건의 정상거래 이익을 소진한다. 계약을 확보한 순간의 매출총이익과 실제 현금이 입금된 뒤의 성과를 분리해야 한다.

다음은 철강 수출 거래를 단순화한 교육용 예시다. 물량은 1,000mt, 매입가격은 USD 570/mt, 판매가격은 USD 600/mt로 가정한다. 운송·보험·금융·세금과 기타 비용은 일단 제외했다. 실제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을 나타내지 않는다.

구분설명용 가정금액
매입금액1,000mt × USD 570/mtUSD 570,000
판매금액1,000mt × USD 600/mtUSD 600,000
거래상 매출총차익판매 − 매입, 부대비용 차감 전USD 30,000
판매대금의 5% 미회수USD 600,000 × 5%USD 30,000
판매대금의 10% 미회수USD 600,000 × 10%USD 60,000

판매대금의 5%가 영구히 회수되지 않는다면 부대비용 차감 전 차익 USD 30,000과 같은 금액이 사라진다. 10%의 부실이면 이 가상 거래의 차익 두 배에 해당한다. 다만 미회수 금액이 곧 확정손실은 아니다. 담보, 보험, 구상권, 회수기간과 회수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이 때문에 오퍼의 우열은 판매단가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 같은 USD 600/mt라도 선적 전 선금·일람출급 신용장·외상 60일은 서로 다른 상품이다. 계약가격에는 판매자의 자금조달비용과 지급 지연 가능성, 분쟁 해결비용이 숨어 있다.

세 가지 신용을 나눠서 보라

첫째는 거래상대방 신용이다. 바이어가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 실소유구조와 영업실체, 재무상태, 기존 지급이력, 채무 집중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거래를 오래 했다는 사실은 도움이 되지만 앞으로의 지급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둘째는 은행 신용이다. 신용장 거래에서도 발행은행의 약정과 서류 일치 여부가 핵심이다. 국제상업회의소 UCP 600은 신용장이 매매계약과 독립되고 은행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서류를 취급한다는 원칙을 둔다. 따라서 서류 불일치가 있는 신용장이 곧바로 무조건적인 지급 보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확인은행의 추가 확약 여부, 은행 및 국가 위험도 함께 살핀다.

셋째는 자기 회사의 유동성 신용이다. 공급자에게는 선지급하고 바이어에게는 90일 뒤 받는다면, 바이어가 성실하더라도 트레이더에게 그 기간의 자금 공백이 생긴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바이어에게 외상을 주면 각 건의 수익성이 좋아도 자금 한도 때문에 다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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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수익성뿐 아니라 회수 시간으로 평가한다

계약 전 신용한도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관리체계다. 예컨대 바이어별 승인한도가 USD 500,000인데 기존 미회수 매출채권이 USD 350,000이고 선적 전 확정 주문이 USD 200,000이라면 잠재 노출액은 USD 550,000이 된다. 이 사례에서는 신규 선적 전에 한도 조정, 선금 확보, 기존 채권 회수 또는 다른 지급보장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수입·수출·삼국간 거래에서는 결제일을 달력으로 연결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 구매대금 지급일, 선적일, 서류 도착일, 바이어 지급기일, 금융 만기일이 서로 어긋나면 매출액보다 현금 부족의 크기가 먼저 커질 수 있다. 환율이 움직이는 동안 대금 수취 통화와 지급 통화가 다르다면 환차손익도 별도 항목으로 관리한다.

또 하나의 함정은 대금 지연을 가벼운 거래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제가 매번 조금씩 밀리거나, 작은 품질 클레임이 반복적으로 상계의 근거로 사용되거나, 당초 합의한 결제 주체가 다른 법인으로 바뀌면 단순한 편의 요청이 아닌 신용위험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단, 그 사정 하나만으로 사기 또는 지급불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클레임을 처리하는 태도도 신용의 일부다

앞선 제14화는 녹과 찍힘, 선적검정, 운송손해의 원인과 증거 보전을 다뤘다. 제15화는 그 뒤에 남는 관계를 묻는다. 계약상 책임이 분명하지 않은데 상대방이 무조건 감액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판매자가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묵살하면 거래 상대방은 다음 계약의 선금·가격·검정 조건을 강화할 수 있다.

신뢰는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친절함과 다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 확인을 신속하게 하고, 계약과 증거에 따라 책임 범위를 구분하며, 지급해야 할 금액과 분쟁 중인 금액을 투명하게 나누는 태도에서 형성된다.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채권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도록 계약과 준거법에 맞는 정산 협의가 필요하다.

철강사·제강사·재압연사/리롤러와 유통업체의 이해관계도 조금씩 다르다. 공급자는 생산·출하 스케줄을 지키는 대가로 확실한 결제를 원하고, 유통업체는 재고회전과 현금회수를 중시하며, 최종 수요가는 납기·품질·외상조건을 원한다. 트레이더의 역할은 어느 한쪽 위험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격과 조건으로 설명하고 계약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신용은 관계의 미덕인 동시에 통제해야 할 자산이다

장기 거래처에 대해서도 예외 없는 기본 통제를 두는 편이 오히려 신뢰를 지킨다. 신규 거래처는 거래실체와 재무·제재 위험을 조사하고, 거래처별 한도를 승인하며, 미수금 연령표와 미이행 주문을 함께 점검하고, 지급 지연이나 신용등급 변화가 확인되면 출하조건을 재검토한다. 보험이나 신용장, 은행보증도 적용범위와 면책·서류요건이 있으므로 위험이 사라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결국 좋은 트레이더는 가장 비싸게 파는 사람이 아니라 회수될 매출과 회수되지 않을 매출을 계약 전부터 구별하는 사람이다. 가격과 조건, 이행과 결제를 연결한 신용 관리가 반복될 때 거래선은 단순한 명함 목록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으로 바뀐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신용과 결제를 넘어 현물 포지션에 선물 거래를 결합해 마진을 관리하는 문제를 다룬다. 철강 트레이딩은 이제 가격을 맞히는 경쟁이 아니라 위험을 설계하는 산업으로 진입한다.

참고: ICC UCP 600 제4·5·7·14조. 실제 결제·보험·법적 책임은 개별 계약과 준거법 및 금융기관 약관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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