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유통업계가 마주한 수요 부진과 가격 압박을 삶의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칼럼이다. 어려운 시장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영업력과 판단력을 단련하는 과정이며, 저항을 견디는 기업이 다음 장세의 기회를 잡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서로 축하한다.
새 직장을 얻으면 축하하고, 가게를 열면 화환을 보낸다. 아이가 태어나면 온 가족이 환하게 웃는다. 사업을 확장하고, 창고를 늘리고, 거래처를 새로 확보할 때도 마찬가지다. 철강 유통인이 처음 자기 간판을 걸고 영업을 시작하는 날, 주변 사람들은 “이제 사장님이다”라고 말하며 등을 두드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축하받던 일이 곧 짐이 된다.
직장은 버거워지고, 가게는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게 하며, 아이는 뜻대로 자라지 않는다. 철강 유통도 다르지 않다. 거래처를 확보하면 납기 압박이 생기고, 재고를 쌓으면 가격 하락이 두렵다. 수요가 살아날 때는 물량 확보가 문제이고, 수요가 식으면 창고 안 제품이 마음의 무게가 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한때 축하받던 바로 그 일이 시간이 지나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 삶과 시장의 오래된 이치가 숨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저항을 만난다.
비행기가 하늘로 오르려면 공기의 저항을 지나야 한다. 물고기가 강물 속에서 헤엄치려면 물의 저항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 저항이 없는 물고기는 하나뿐이다. 이미 죽어 물살에 떠내려가는 물고기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곧 버틴다는 뜻이고, 버틴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힘을 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철도 마찬가지다. 철은 불 속에서 녹고, 압연기의 힘을 견디며, 냉각과 절단과 가공을 지나 제품이 된다. 열연 대강이든 후판이든 철근이든 선재든, 어느 제품도 편안한 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철은 저항을 통과하며 쓰임을 얻는다. 사람도, 기업도, 시장도 그와 다르지 않다.
지금 철강 유통업계가 느끼는 저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요산업의 회복 속도는 더디고, 건설 경기는 예전 같지 않다. 제조업체는 원가를 말하고, 수요가는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제강사와 철강사는 생산과 판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고, 유통상은 재고와 현금흐름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한다. 무역상은 환율과 해상운임, 해외 오퍼 가격을 살피며 타이밍을 계산한다.
이런 때일수록 현장은 쉽게 지친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재고를 가져가야 하나, 줄여야 하나”라는 고민이 깊어진다. 그러나 시장의 저항은 단순한 방해물이 아니다. 저항은 시장 참여자에게 자기 체력을 확인하게 하는 힘이다. 가격이 흔들릴 때 진짜 거래처가 보이고, 수요가 약할 때 영업의 밀도가 드러난다. 호황기에는 누구나 판매할 수 있지만, 침체기에는 누가 시장을 끝까지 읽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한 철강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큰 이익보다 손실을 줄이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어려운 장세에서는 무리한 매입보다 회전율이 중요하고, 막연한 기대보다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가격 반등을 기다리는 눈도 필요하지만, 거래처별 실수요를 세밀하게 확인하는 발도 필요하다. 시장이 거칠수록 영업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삶의 저항을 불행으로만 여기면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하지만 저항을 삶의 본래 조건으로 받아들이면, 같은 어려움도 다르게 보인다. 일이 많아 힘들다는 것은 아직 맡은 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장사가 어렵다는 것은 여전히 시장 한가운데 서 있다는 뜻이다. 거래처의 요구가 까다롭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가격 협상이 힘들다는 것은 아직 거래가 완전히 끊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말이 현실의 고통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 창고에 남은 재고는 여전히 숫자로 남고, 미수금은 여전히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대응이 달라진다. 시장을 탓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품목을 조정하고, 거래처를 다시 나누고, 납기와 결제 조건을 점검하게 된다. 저항은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철강 시장은 언제나 쉬운 길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따라가지 못했고,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멈칫했다. 수입재가 밀려오면 국내 시장은 흔들렸고, 수요가 살아나면 공급 부족이 다시 문제가 됐다. 이 반복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특별한 비법 하나로 버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저항을 없애려 하지 않고, 저항 속에서 균형 잡는 법을 익혔다.
바람이 없으면 연은 오르지 못한다. 파도가 없으면 배는 항해의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장세가 없으면 유통의 진짜 실력도 자라지 않는다. 좋은 시장은 매출을 키우지만, 나쁜 시장은 사람을 키운다. 호황은 자신감을 주지만, 불황은 판단력을 남긴다.
지금 삶이 힘들고, 시장이 어렵고, 하루하루가 버거운가. 그렇다면 아직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저항을 만나고 있다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바람을 안고 떠오르는 연처럼, 철강인도 시장의 저항 속에서 자기 방향을 찾아야 한다.
삶의 힘듦을 불행으로만 여기지 말 일이다. 시장의 어려움을 끝으로만 보지 말 일이다. 저항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그 저항이야말로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는 바람이 된다. 철은 불을 지나 강해지고, 사람은 시련을 지나 깊어진다. 철강 시장의 오늘도 그렇다.
지금의 저항을 견디는 이들이 다음 장세의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