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1일 (화)
누적 방문자 34,303
일일 방문자 2,182
~

[철의 산책] 웃을 수 있는 조직이 오래 버틴다

철강업계처럼 가격 변동과 재고, 수요 부진 등 스트레스가 높은 산업에서 조직의 소통 능력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유머와 여유를 갖춘 리더십이 어떻게 나쁜 소식을 빠르게 공유하게 하고 조직의 대응력을 높이는지 철강 현장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철강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웃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가격이 급락할 때다.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쌓일 때다. 거래처의 결제가 늦어지고, 수입재가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들어오며, 환율마저 불리하게 움직일 때다. 영업회의에서 목표 달성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회의실 공기는 금세 무거워진다.


이런 때일수록 경영자의 얼굴을 살피는 사람이 많아진다.

사장은 화가 났는가.
임원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번 회의에서는 누구의 이름이 거론될 것인가.


조직이 이렇게 경영자의 표정을 읽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직원들이 시장을 보기보다 상사의 기분을 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철강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조직은 실적이 나쁜 조직만이 아니다. 나쁜 소식을 제때 말하지 못하는 조직이 더 위험하다.


웃음은 약함이 아니라 여유의 표현이다

윈스턴 처칠에게는 수많은 유머 일화가 전해진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그는 날카로운 공격을 또 다른 공격으로 받아치기보다 때로는 자신을 희화화하며 상황을 풀어냈다고 한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대신 청중을 웃게 만들었고, 공격의 날을 무디게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농담의 재치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여유다.

권위가 약한 사람일수록 권위를 지키려고 애쓴다. 작은 반론에도 얼굴이 굳고, 실수를 지적받으면 변명부터 한다.

반대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도 웃어넘길 수 있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장님, 지난번 전망이 틀렸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경영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그 회사의 문화가 된다.

“그래? 그때 내가 시장을 너무 좋게 봤군. 이번에는 자네 전망부터 들어보자.”


이 한마디가 가능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전자의 조직에서는 정보가 위로 올라간다. 후자의 조직에서는 정보가 중간에서 걸러진다.

그리고 철강사업에서는 정보가 걸러지는 순간 돈이 새기 시작한다.


철강업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빨리 올라와야 한다

철강 유통과 트레이딩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면 경영진이 듣고 싶어 하는 보고와 실제로 들어야 하는 보고는 상당히 다르다.

경영자는 대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곧 가격이 반등할 것 같습니다.”

“거래처 주문이 다시 살아날 것 같습니다.”

“이번 물량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정말 필요한 정보는 오히려 불편한 쪽에 있다.

“거래처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고 수준이라면 추가 매입은 위험합니다.”

“이 거래처의 결제 상황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문제는 경영자가 항상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하면 직원들도 점점 심각한 이야기만 골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경영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골라 한다.

그 순간부터 회의는 시장을 분석하는 장소가 아니라 상사의 생각을 확인하는 장소로 변한다.

나는 이것이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징후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유머가 있는 회의에는 질문이 많다

좋은 경영자는 회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숫자는 엄격하게 보되 사람까지 몰아세우지는 않는다.

실적이 나쁘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을 겁주어 원인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진짜 이유가 숨어버린다.


한 영업사원이 이렇게 보고한다고 생각해 보자.

“제가 시장을 잘못 판단해 재고를 조금 많이 가져갔습니다.”

그 순간 임원이 책상을 치며 질책한다면 다음 회의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마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표현만 부드러워졌을 뿐이다.


그래서 노련한 경영자는 보고자의 실수보다 보고가 올라왔다는 사실을 먼저 본다.

“그래도 지금 이야기해서 다행이네. 이제 어떻게 줄일지 생각해 보자.”


조직에는 이런 말이 필요하다.

웃음과 여유가 있는 조직에서는 질문이 늘어난다.

질문이 늘어나면 정보가 많아지고, 정보가 많아지면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철강업계에서 유머가 필요한 이유

철강산업은 본질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산업이다.

원료 가격이 움직이고, 중국 시황이 변하며, 환율과 해상운임이 흔들린다. 가격은 떨어졌는데 높은 가격에 매입한 재고가 창고에 남기도 한다. 거래처와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나면 회사로 돌아와 다시 실적회의를 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리더까지 조직을 긴장시키면 직원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물론 유머 경영이 매일 농담하라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심각한 상황을 웃어넘기라는 의미도 아니다.


유머의 핵심은 사람의 긴장을 낮추면서 문제에 대해서는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두려울 때 입을 닫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말을 한다.

그래서 조직의 웃음은 단순한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의 문제이며 결국 경영의 문제다.


가격 협상에서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철강 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격 협상을 하다 보면 몇천 원 차이를 두고 서로 얼굴을 붉힐 때가 있다.

ADVERTISEMENT


그러나 오래 거래한 사람들은 안다.

오늘 한 번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다음 거래라는 사실을 말이다.

협상이 막혔을 때 한쪽에서 작은 농담 하나가 나오면 굳어 있던 분위기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서로 너무 단단하네요. 우리보다 강재가 더 부드럽겠습니다.”

별것 아닌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웃는다.

가격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대화는 다시 시작된다.

철강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장기간 유지되는 거래는 결국 가격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이 좋을 때는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서로 전화할 수 있는 관계가 진짜 거래선이라는 것이다.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의 여유다.


무서운 사장보다 말 걸기 쉬운 사장이 강하다

과거에는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의 조건처럼 여겨졌다.

회의실에서 말수가 적고, 표정이 굳어 있으며, 한마디 하면 모두 조용해지는 경영자를 강한 리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 변화가 빨라진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CEO가 모든 정보를 가장 먼저 아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처 분위기는 영업사원이 먼저 안다.

재고 움직임은 창고 담당자가 먼저 느낀다.

수입 오퍼 변화는 무역 담당자가 먼저 접한다.

생산 현장의 문제는 현장 직원이 가장 먼저 안다.


결국 경영자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아래에 있는 정보가 얼마나 빨리 자신에게 올라오도록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사장에게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회사가 의외로 강하다.

“사장님, 이건 좀 이상합니다.”

“이번 건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 매입하면 위험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거리낌 없이 나오는 회사라면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웃음은 사람을 이기지 않고 마음을 얻는다

유머에는 묘한 힘이 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면 조롱이 된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상황을 풀기 위해 사용하면 품격이 된다.


경영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다.

명령으로 사람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까지 움직이기는 어렵다.

특히 불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적이 좋을 때는 조직의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시장이 좋으면 웬만한 실수도 매출이 덮어준다.

그러나 시장이 어려워지면 조직의 진짜 실력이 나온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해결하는 회사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조직문화다.

그리고 좋은 조직문화의 시작은 거창한 제도가 아닐 수도 있다.

직원의 실수를 들었을 때 경영자가 한번 웃으며 말하는 것.

“괜찮아.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가?”

그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철강도 열을 받아야 단단해지지만

철은 뜨거운 불을 거치며 강해진다.

그러나 사람까지 매일 불 속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

기업은 강해야 하지만 조직까지 딱딱할 필요는 없다.

좋은 회사는 원칙에는 단단하고 사람에게는 부드럽다.

가격에는 냉정하고 관계에는 따뜻하다.

실적에는 엄격하지만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준다.


나는 앞으로 철강기업의 경쟁력이 설비와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비슷한 제품을 팔고 비슷한 원료를 사고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마지막 차이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회사가 시장 변화에도 가장 빨리 대응한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직원들은 회의에서 나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시장을 보고 있는가.


직원들이 시장보다 내 표정을 먼저 살핀다면, 조직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웃음이 많은 회사가 반드시 좋은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웃을 수조차 없는 회사가 좋은 회사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웃음은 경영의 사치가 아니다.

사람의 입을 열게 하고, 조직의 벽을 낮추며, 나쁜 소식을 빨리 전달하게 만드는 소통의 기술이다.

철강기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목소리가 아닐지 모른다.



서로 말할 수 있는 여유,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배짱, 그리고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 한번 웃을 수 있는 조직.

어쩌면 그런 회사가 가장 단단한 회사다.





SEO 키워드
철강업계 경영, 철강기업 조직문화, 소통 경영, 철강업계 리더십, 유머 경영, 철강 영업, 철강 유통, 조직 소통, 경영자 리더십, 철강기업 생존전략, 위기관리, 심리적 안전감



ADVERTISEMENT
RECOMMENDED CONTENT
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