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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계절㉑ — 두 번째 입찰서는 가격을 묻지 않았다

이 작품은 실제 철강시장 자료를 모티프로 창작한 픽션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부 기업·사건은 허구이며 실제 기업·단체·사건과 관련이 없다. 실제 기업명은 공개된 시장정보와 가격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범위에서만 사용했다.



해당 완제품: H형강 | 강철의 계절 21회

청람철강이 반도체 산업단지에 긴급 H형강 600톤을 납품한 지 열이틀 뒤, 김민철은 두 번째 입찰서를 받았다.


첫 입찰에서 문제가 생긴 잔여 물량 1,800톤이었다.

이번 입찰서의 첫 페이지에는 가격란이 없었다.

대신 공급자가 제출해야 할 항목이 열두 개 적혀 있었다. 규격별 보유재고, 제조자, 성적서 원본, 원산지 승인 상태, 절단 가능 여부, 일별 출고능력, 차량 배차계획, 대체조달처, 납기 지연 대응, 결제조건, 품질책임, 재고의 실제 위치.


영업팀장이 말했다.

“발주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김민철이 답했다.

“가격 때문에 바뀐 게 아니라 지연 때문에 바뀐 거야.”


121만 원 뒤의 시장

동국제강의 중소형 H형강 목표가격 121만 원 적용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형은 136만 원이었다. 시장 실거래는 119만~120만 원, 일부 호가는 122만 원까지 나왔다. 인상 전 재고와 신규 재고가 함께 움직였다.


청람철강의 창고도 달라졌다. 전회 긴급 납품으로 승인된 대형 규격은 거의 소진됐다. 남은 물량 가운데 일부는 인상 전 매입재였지만 이번 프로젝트 규격과 맞지 않았다. 신규로 채우면 가격은 높아지고 납기는 길어졌다.


영업팀은 기존 재고를 최대한 섞어 평균단가를 낮추자고 했다.

품질팀은 반대했다.

“이번 입찰은 재고 위치와 성적서를 먼저 냅니다. 섞는 순간 추적이 복잡해집니다.”


물류팀은 더 큰 문제를 찾았다.

“현장 두 곳의 크레인 사용시간이 겹칩니다. 같은 날 같은 규격을 요구합니다.”

자금팀은 결제조건을 봤다.

“첫 입찰은 검수 후 45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공급자가 제안하라고 돼 있습니다.”


김민철은 그 항목에 줄을 그었다.

“가격보다 먼저 쓸 게 생겼군.”


재고를 공개하는 입찰

청람철강은 규격별 재고를 세 그룹으로 제출했다.

첫째, 창고에 있고 성적서와 원산지 승인이 끝난 즉시 출고재.

둘째, 제강사 배정이 확인됐지만 아직 생산되지 않은 예정재.

셋째, 다른 유통업체와 공동조달이 가능한 대체재.


경쟁사는 재고 위치와 공급처를 공개하면 영업정보가 노출된다고 불평했다. 청람철강 내부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왔다.

“발주처가 우리 재고를 다른 업체와 가격협상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민철은 공개 범위를 제한했다. 구체적인 매입가격은 제외하고 규격, 물량, 승인상태, 출고 가능일만 제시했다. 발주처가 필요한 것은 공급자의 마진이 아니라 납품 가능성이라는 판단이었다.

결제조건은 즉시 출고재 30% 선지급, 예정재는 생산확정 때 20%, 잔액은 현장 검수 후 30일로 제안했다. 발주처는 선지급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민철이 말했다.

“첫 계약의 45일 조건은 최저가격과 함께 공급실패를 만들었습니다.”

“그 실패는 다른 업체의 문제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대체조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격을 낮추면 선지급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가격과 현금을 맞바꾸지 않겠습니다. 선지급은 신규 대형 규격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아크트레이솔루션의 빈 야드

전회에 H형강을 매입했던 아크트레이솔루션 야드는 비어 있었다. 증축 잔량은 모두 적법하게 매각됐고, 그 돈으로 공장이 부분 재가동됐다.


이유진이 김민철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도와줄 재고가 없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지난번 물량이 없었으면 첫 납품도 못 했을 텐데요.”

“회생회사 야드에서 매번 물건이 나오는 게 더 이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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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은 웃었다.

“그럼 이번에는 무엇으로 채웁니까?”

“계약으로.”


청람철강은 세 곳의 유통업체와 공동조달 협약을 맺었다. 각 업체는 자신이 실제 보유한 규격만 책임지고, 성적서와 마킹을 공동 양식으로 제출했다. 청람철강은 총괄 공급자가 되되 물량을 숨기지 않았다. 가격은 단일하게 제시했지만 내부 정산은 재고원가와 납기 책임에 따라 달리했다.


한 유통업체가 중도에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제강사 신규 가격이 적용됐습니다. 기존 합의로는 못 냅니다.”


김민철은 협약서를 펼쳤다.

“예정재는 가격연동 조항이 있습니다. 즉시 출고재는 확정가격입니다.”

“우리 재고도 시장가격이 올랐습니다.”

“그 재고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납기 지연 책임도 시장가격으로 바꾸시겠습니까?”

상대는 대답하지 못했다.


첫 번째 평가

발주처는 가격점수 50점, 공급능력 30점, 품질과 납기 20점으로 입찰을 평가했다. 첫 입찰 때 가격 비중은 80점이었다.

청람철강은 최저가가 아니었다. 가격만 보면 세 번째였다. 그러나 즉시 출고재의 성적서가 완비돼 있었고, 예정재와 대체재의 책임 구분이 명확했다. 두 현장의 동시 배차계획도 제출했다.


결과 발표 전날, 경쟁사 한 곳이 대형 규격 220톤의 생산확약서를 내지 못했다. 또 다른 업체는 수입재를 대체안으로 제시했지만 원산지 승인 일정이 납기 뒤에 잡혀 있었다.

청람철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발주처 구매담당자가 말했다.

“가격을 조금만 낮추면 바로 계약하겠습니다.”


김민철은 이번에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선지급 비율을 유지해주십시오.”

“30%는 어렵습니다.”

“즉시 출고재는 20%, 예정재 생산확정 때 10%, 나머지는 30일로 조정하겠습니다.”

“가격은요?”

“운송 동선을 다시 짜 1톤당 물류비를 줄인 만큼만 반영하겠습니다.”


그들은 가격이 아니라 비용이 실제로 줄어든 부분만 조정했다.


결말 — 문턱을 넘은 것은 가격이 아니었다

첫 번째 차량은 약속한 날 오전 6시 4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두 번째 현장에는 7시 10분에 다른 규격이 들어갔다. 성적서와 마킹은 일치했고 크레인 대기시간도 계획 범위 안이었다.


아크트레이솔루션 공장에서는 그 시각 열연 가공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회에 팔린 H형강은 더 이상 없었지만 그 매각대금이 만든 시간이 공장을 남겨두었다.


영업팀장이 김민철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121만 원이 시장에 정착한 겁니까?”

“이번 계약에는 여러 가격이 들어갔어.”

“단일가격으로 낙찰됐는데요?”

“기존 재고, 신규 재고, 공동조달재, 운송비, 선지급. 장부 안에서는 다 달라.”

“그럼 무엇이 정착한 겁니까?”


김민철은 현장 사진을 확대했다. H형강 끝단의 마킹과 성적서 번호가 보였다.

“가격 말고 책임의 순서.”


첫 입찰은 가장 낮은 숫자를 고르고 나머지 조건을 뒤로 미뤘다. 두 번째 입찰은 재고, 품질, 납기, 현금의 순서를 먼저 정한 뒤 가격을 붙였다.

121만 원은 여전히 시장의 문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문턱을 넘은 것은 가격이 아니었다.

누가 어떤 재고를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적힌 계약서였다.


김민철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주처가 세 번째 현장의 추가 물량을 문의했다.

그는 수량을 묻기 전에 결제조건부터 확인했다.

강철의 계절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가격표보다 계약서가 먼저 다음 회차를 열었다.


이번 주 작품 가격표

제품명기준 가격변동폭
H형강119만~120만 원/톤(약 841~848달러/톤)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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