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형강 유통은 휴가철 거래 공백과 스크랩 가격 인하로 약세가 이어진 반면, 열연·후판은 국산 판매와 조선용 투입이 회복됐다.
다만 선재에서는 수입재 점유율이 45.9%까지 상승해 품목별 경쟁 구도 차이가 뚜렷해졌다.

비수기보다 더 무거운 건설재 시장
8월 둘째 주 국내 철강 유통시장은 휴가 복귀 이후에도 주문이 살아나지 않았다. 스틸데일리는 판재류의 신규 주문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봉형강은 광복절 연휴까지 겹쳐 거래량과 가격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관도 가격은 버티고 있지만 판매 부담이 누적되는 흐름이다. 특히 철근 시장에서는 단순한 계절적 비수기를 넘어 건설 수요 자체의 부족이 가격 반등을 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원료 측에서도 가격 지지력이 약해졌다. 현대제철의 인하를 시작으로 대한제강·한국철강·한국특강·세아베스틸·동국제강·환영철강이 철스크랩 구매가격 인하에 동참했고, 포스코도 광양·포항에서 19일부터 전 등급을 톤당 1만원 내리기로 했다. 일본산 계약가는 중량 HS 기준 톤당 51만원, 경량 H2는 47만원 수준이 확인됐다. 이는 전기로 업체의 원가 부담 완화에는 긍정적이지만, 제품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는 철근·형강 가격의 추가 하방 신호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공개 자료에서 유통업체의 실제 재고 일수나 톤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거래 부진, 가격 인하 대기, 구매 연기 보도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재고가 급감했다기보다 판매 회전율이 낮아진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동차·조선용 판재는 상대적으로 견조
판재류는 건설재와 다른 흐름이다. 철강금속신문은 1~7월 국산 열연 내수판매가 증가해 연간 판매량이 2021년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수입 감소로 전체 명목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국산재 비중이 높아진 결과다.
자동차 수요도 판재 시장의 방어막이다. 7월 자동차 수출액은 62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 증가했고 친환경차 수출은 25.5% 늘었다. 생산과 내수도 함께 증가했다. 산업부 수출 통계는 자동차 수출 증가를 확인해 주며, 주요일간지 경제면에서도 같은 수치가 보도됐다.
조선용 후판 내수판매도 수주잔량의 실제 건조 전환에 힘입어 3년 만에 회복했다. 신규 수주에서는 7월 중국 점유율이 81%, 한국이 16%로 벌어졌지만, 국내 조선소의 기존 고부가 선박 수주잔량이 당장 후판 투입을 지지하는 구조다. 따라서 “신규 수주 열세”와 “현재 후판 소비 회복”은 모순이 아니다. 다만 신규 수주 부진이 길어지면 2027년 이후 후판 수요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입재 압력은 품목별로 재편
| 품목·신호 | 이번 주 확인 내용 | 시장 의미 |
|---|---|---|
| 열연 | 인도네시아산 한국향 SS400 오퍼 CFR 톤당 530달러, 베트남산 535달러 수준 | 중국산 규제 강화에도 동남아산이 새로운 가격 기준을 형성 |
| 후판 | 반덤핑 조치 이후에도 수입 재증가, 일본산이 증가를 견인하고 중국산도 전년 수준 상회 | AD만으로 국내 가격 방어를 낙관하기 어려움 |
| 선재 | 상반기 생산·내수·수출 감소, 수입 급증으로 수입재 점유율 45.9% | 국내 생산능력 축소와 중국산 침투가 결합된 구조적 신호 |
| H형강 | 상반기 명목수요 전년 대비 4% 증가, 수입은 20% 이상 감소 |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완전한 건설 수요 회복으로 보기는 이름 |
| 철스크랩 | 주요 제강사 전 등급 톤당 1만원 인하 확산 | 전기로 원가 완화보다 제품가격 하락 압력으로 먼저 전이될 가능성 |
핵심은 수입재 압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중국산 열연·후판 중심에서 일본산 후판, 동남아산 열연, 중국산 선재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품목만 관리하면 우회 공급국이나 인접 품목에서 가격 압력이 재발할 수 있다.
통상·정책, 기대보다 실행조건이 중요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으로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개 분야를 제시했지만 철강은 제외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8월 12일 국회에서 철강을 포함하도록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9월 정기국회 제출 전까지 조정 가능성이 있다.
생산량에 비례해 최대 10년간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이 철강에 적용되면 국내 고로·전기로 가동 유지와 수소환원제철·대형 전기로의 초기 원가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장관의 협의 방침일 뿐 확정 정책이 아니다. 기업 투자계획에 즉시 반영하기보다 대상 품목, 공제 단가, 저탄소 조건, 일몰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통상에서는 일본의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 잠정관세가 포스코 기준 32.49%에서 29.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산 특수강봉강 반덤핑 예비조사도 2개월 연장됐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전용 도금강판과 특수강은 시장 수요보다 통상 판정 일정이 판매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철
기술·투자는 ‘증설’보다 원가와 품질 경쟁력에 집중
KG스틸은 당진 PLTCM의 전기·자동화 시스템과 산세 모델을 현대화하고 AI 공정제어를 적용하기로 했다. 회사 자료상 관련 합리화 투자는 345억원, 완료 목표는 2026년 11월이며 제품 구성에 따라 연 5만~30만톤의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단순 증설보다 품질 안정, 수율, 가동률 개선에 초점을 둔 투자다. KG스틸 공식 실적자료,
수소환원제철은 기술 자체보다 청정전력과 전력망이 병목이라는 판단이 강화됐다. 8월 12일 국회 세미나에서도 포항·광양의 재생에너지 공급, 전력망 구축, 생산지원제도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따라서 저탄소 제철 투자 판단에서는 설비 CAPEX뿐 아니라 장기 전력조달 비용과 정책 지원의 지속성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제강슬래그의 도로용 골재 확대도 실질적인 순환경제 신호다. 한국철강협회·한국도로공사·아스콘업계는 친환경 아스팔트 도입 협력에 나섰다. 협회 계획상 2026년 철강슬래그 발생 예상량은 약 2,442만톤이며, 도로용 활용은 약 284만톤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 2026년 시행계획
경영진 판단 포인트
첫째, 재고 전략을 품목별로 분리해야 한다. 철근·형강·구조관은 9월 실수요 확인 전까지 회전율과 현금 회수를 우선하고, 자동차·조선 연계 열연·후판은 계약 물량과 수입 도착 물량을 기준으로 선택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입재 대응 기준을 원산지가 아니라 도착원가와 규제 노출도로 바꿔야 한다. 중국산 규제만 보고 가격 반등을 예상하기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열연, 일본 후판, 품목분류 변경 가능성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셋째, 9월에는 철강 국내생산세액공제 포함 여부, 특수강봉강 AD 예비판정, 현대제철 철근 감산 지속 여부가 분기점이다. 생산세액공제가 확정되면 국내 설비 유지와 저탄소 투자 경제성이 개선되지만, 제외가 유지되면 해외 현지화와 국내 구조조정의 속도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주 신호 가운데 자동차·조선용 판재 회복과 선재 수입 점유율 상승은 구조적 의미가 크다. 반면 휴가철 거래 급감과 연휴 전 가격 공백은 계절적 잡음이 섞여 있다. 8월 말까지 실제 주문·출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건설재 약세는 비수기 현상이 아니라 하반기 수요 전망 하향 신호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