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는 0.3% 늘고 과잉설비는 7억4,500만톤을 향한다… 이제 경쟁력은 생산량보다 톤당 이익과 자본 배분에 있다
철강업에는 오래된 믿음이 있다. 공장을 많이 돌리고, 더 많은 톤을 팔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결국 이익이 따라온다는 믿음이다. 고정비 비중이 큰 장치산업에서 이 논리는 오랫동안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숫자는 그 공식을 더 이상 자동적으로 믿기 어렵게 만든다. 세계 철강 수요는 올해 0.3% 증가에 그칠 전망인데, OECD가 추산한 초과 생산능력은 이미 6억4,000만톤에 이르렀고 2028년에는 7억4,500만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서문에서 새로운 생각보다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더 어렵다고 썼다. 지금 철강 경영진이 벗어나야 할 낡은 생각은 ‘성장은 곧 톤수’라는 등식일 수 있다. 생산량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공급과잉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어떤 마진과 현금회수 조건으로 파느냐가 기업가치를 더 크게 좌우한다.
명언과 맥락
The difficulty lies, not in the new ideas, but in escaping from the old ones, which ramify, for those brought up as most of us have been, into every corner of our minds.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Preface (1936; preface dated 13 December 1935)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서문에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보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전제에서 벗어나는 일이 더 어렵다고 썼다. 기존 경제학의 틀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문장이다. 오늘 철강산업에서는 생산량 확대를 성장과 동일시해 온 관성을 다시 묻는 기준으로 읽을 수 있다.
글로벌 철강 현황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2026년 글로벌 철강시장의 가장 큰 모순은 수요는 거의 늘지 않는데 생산능력은 계속 확대된다는 점이다. worldsteel은 2026년 세계 철강 수요를 17억2,400만톤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OECD는 2025년 6억4,000만톤이던 글로벌 초과 생산능력이 2028년 7억4,500만톤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2028년까지 최대 1억3,880만톤의 신규 생산능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생산도 지역별로 크게 엇갈린다. 2026년 상반기 세계 조강 생산은 9억3,150만톤으로 0.7% 감소했지만 인도는 7.1%, 미국은 6.3% 증가했고 중국은 3.0% 감소했다. 성장 시장과 성숙 시장이 갈라지는 상황에서 모든 지역과 품목에 같은 물량 확대 공식을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 2026-04-14 | worldsteel은 2026년 세계 철강 수요를 17억2,400만톤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 2027년은 17억6,200만톤으로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수요는 2026년 1.5% 감소, 인도는 7.4% 증가 전망이다. | 출처: World Steel Association
- 2026-06-04 | 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으로 확대될 수 있고, 2028년까지 최대 1억3,880만톤의 신규 생산능력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출처: OECD Steel Outlook 2026
- 2026-07-23 | 2026년 상반기 세계 조강 생산은 9억3,15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중국은 5억톤으로 3.0% 감소, 인도는 8,700만톤으로 7.1% 증가, 한국은 3,170만톤으로 2.1% 증가했다. | 출처: World Steel Association
- 2026-07-30 | ArcelorMittal의 2분기 철강 출하량은 1,340만톤으로 전년 동기 1,380만톤보다 감소했지만 EBITDA는 20억6,400만달러, 톤당 EBITDA는 155달러로 전년 동기 135달러보다 높아졌다. | 출처: ArcelorMittal Q2 2026 Results
- 2026-07-30 | POSCO Holdings는 2분기 연결 매출 19조2,59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을 기록했다. 철강부문은 원료 단가와 유가 상승에도 판매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됐다. | 출처: POSCO Group Newsroom
한국 철강업계에 필요한 변화는 ‘더 팔기’와 ‘더 남기기’를 분리해 보는 것이다. 상반기 한국 조강 생산은 전년보다 2.1% 늘었지만 글로벌 수요 성장률은 0.3%에 불과하고, 중국의 수요 감소와 세계적인 과잉설비 압력은 수입재·수출시장 양쪽에서 가격 경쟁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철강사는 톤수 중심의 가동률 관리보다 품목별 공헌이익, 고객별 현금회수, 지역별 성장성, 설비별 자본수익률을 동시에 봐야 한다. 특히 성숙한 국내 시장에서는 저마진 물량을 무조건 유지하는 것보다 고부가 판재류, 에너지·조선·자동차향 제품, 성장 지역의 현지 수요와 연계한 선택적 확대가 더 중요해진다.
경영 해석
먼저 시장의 크기를 보자. worldsteel은 2026년 세계 철강 수요를 17억2,400만톤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증가는 0.3%에 불과하다. 2027년에는 2.2% 성장으로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역 차이가 크다. 중국 수요는 올해 1.5%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인도는 7.4% 증가가 전망된다. 선진국 전체도 2026년에는 1.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세계 시장이 아니라 정체 시장과 성장 시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다.
공급 측면의 압력은 더 크다. OECD는 2025년 글로벌 철강 초과 생산능력을 6억4,000만톤으로 추산했고 2028년에는 7억4,500만톤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최대 1억3,880만톤의 신규 생산능력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수요가 빠르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설비가 계속 증가하면 평균적인 가동률과 마진은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 전체가 성장하지 않는데 개별 기업 모두가 생산량 확대를 목표로 삼는다면, 결과는 가격 경쟁과 재고 부담으로 돌아오기 쉽다.
실제 생산 흐름도 한 방향이 아니다. 2026년 상반기 세계 조강 생산은 9억3,150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줄었다. 중국은 5억톤으로 3.0% 감소한 반면 인도는 8,700만톤으로 7.1%, 미국은 4,280만톤으로 6.3% 증가했다. 한국도 3,170만톤으로 2.1% 늘었다. 성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중심의 대량생산·대량수출 구조와 인도·미국 등 성장지역의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에는 지역별 전략을 나누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최근 기업 실적은 ‘톤수보다 질’이라는 변화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ArcelorMittal의 2분기 철강 출하량은 1,340만톤으로 전년 동기 1,380만톤보다 줄었다. 그럼에도 EBITDA는 20억6,400만달러로 늘었고 톤당 EBITDA는 135달러에서 155달러로 높아졌다. 회사는 전략적 투자와 자산 최적화, 시장 다변화를 구조적으로 개선된 수익성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물량이 줄어도 톤당 이익이 좋아질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읽힌다. POSCO Holdings는 2분기 연결 매출 19조2,59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을 기록했다. 철강부문은 원료 단가와 유가 상승에도 판매가격과 판매량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을 소폭 끌어올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판매량 증가가 아니라 가격과 믹스, 비용을 함께 조정해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그룹은 구조개편을 통해 2026년 상반기까지 누적 2조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성장과 자본회수가 같은 전략 안에 들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철강사의 경영표에는 ‘몇 톤을 만들 것인가’보다 먼저 ‘어떤 톤을 남길 것인가’가 들어가야 한다. 수요가 정체된 범용재 시장에서는 물량 유지가 오히려 운전자본과 재고 비용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자동차강판, 에너지용 후판, 전기강판, 고기능 도금재처럼 고객 인증과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은 출하량이 크지 않아도 자본수익률을 높일 여지가 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성장률이 높은 인도와 일부 신흥시장은 현지 생산·가공·고객기반을 확대할 이유가 있지만, 성숙시장에서는 무리한 점유율 경쟁보다 가격·쿼터·물류·현금회수 조건을 포함한 선택적 영업이 더 합리적이다.
케인스의 문장은 변화의 기술보다 변화의 심리를 겨냥한다. 낡은 생각은 틀렸기 때문에 남는 것이 아니라, 한때 너무 잘 작동했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고성장 시대의 철강업에서는 규모가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저성장·과잉설비 시대에는 규모가 경쟁력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설비를 채우기 위해 주문을 받는 회사와, 자본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문을 고르는 회사의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경영 과제는 생산능력을 줄이라는 단순한 처방이 아니다. 성장지역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성숙시장에서는 품목과 고객을 선별하며, 저수익 자산은 구조조정하고, 고부가 제품에는 연구개발과 인증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더 많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더 잘 배분한다’는 여러 개의 판단으로 바꾸는 일이다. 철강산업의 다음 경쟁은 설비 규모가 아니라 자본을 어디에 남기고 어디에서 빼낼지를 결정하는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행 조언
- 연간 판매 목표를 톤수 단일 지표에서 품목별 공헌이익·현금회수·ROIC를 포함한 복합 지표로 바꾼다. — 저성장·과잉설비 환경에서는 출하량 증가가 곧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며 저마진 물량은 재고와 운전자본 부담을 키울 수 있다. / 기간: 다음 예산·사업계획부터
- 시장과 설비를 성장·방어·회수의 세 그룹으로 나누고 자본배분 원칙을 명문화한다. — 인도 등 고성장 시장과 중국·일부 성숙시장의 수요 궤적이 달라 동일한 증설·판매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 / 기간: 90일~6개월
- 범용재 저마진 주문은 가동률보다 현금기여 기준으로 선별하고 고객별 최소 마진·결제조건 기준을 설정한다. — 설비를 채우기 위한 판매는 가격 하락기 재고와 매출채권을 동시에 늘려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 기간: 즉시
- 자동차강판·에너지용 후판·전기강판·고기능 도금재 등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에 연구개발과 고객 인증 자원을 우선 배정한다. — 과잉설비 시장에서는 단순 생산능력보다 고객 승인, 기술 차별화, 장기계약이 톤당 수익성을 지키는 방어벽이 된다. / 기간: 6~24개월
결론
경영진이 되새길 한 문장은 이것이다. 성장의 반대말은 축소가 아니다. 낡은 물량의 논리에서 벗어나 더 나은 톤, 더 나은 고객, 더 나은 자본수익으로 옮겨가는 것이 새로운 성장이다.
자료
-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 Preface / Project Gutenberg Australia / 1936
- worldsteel Short Range Outlook April 2026 / World Steel Association / 2026-04-14
- OECD Steel Outlook 2026 / OECD / 2026-06-04
- June 2026 crude steel production / World Steel Association / 2026-07-23
- ArcelorMittal reports second quarter 2026 results / ArcelorMittal / 2026-07-30
- 포스코홀딩스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리튬, LNG 등 자원 중심의 가시적 성과로 수익성 개선 / 포스코그룹 뉴스룸 /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