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채권은 환율 하락 방어 서두르고, 수입 결제는 저환율 이익 일부 확정해야
유산스 결제 무조건 연장·수입 헤지 축소는 위험…고금리와 환율 반등 함께 계산해야
원·달러 환율이 불과 한두 달 사이 1,500원대를 지나 1,400원선마저 무너뜨리고 1,380원대에 진입하면서 철강 수출입업계의 환율 전략도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해졌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80.3원까지 하락했고 주간 거래는 전일보다 6.1원 내린 1,386.5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역외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와 원화 강세 베팅이 하락세를 주도했으며 달러인덱스 역시 98선에 머물렀다.
환율 하락의 배경에는 단순한 달러 약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한도를 확대하면서 장기금리 안정에 개입했고, 국내에서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대금과 해외조달 자금의 원화 환전 수요가 늘고 있다. 법인세 중간예납과 국내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도 원화 강세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철강업계에는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철광석·원료탄·스크랩·슬래브·빌렛은 물론 해외산 열연·냉연도금재·후판 등 상당수 거래가 달러로 이뤄진다. 수출 역시 달러 계약 비중이 높다. 환율이 100원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대규모 거래에서는 제품 가격 협상 이상의 손익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급락장에서는 단순히 “수출대금은 빨리 받고, 수입대금은 늦게 지급한다”는 전통적인 리드 앤드 래그(Lead & Lag) 원칙만 적용해서는 부족하다.
오히려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환율 방향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유리해진 환율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예상 밖 반등에 노출되는 금액을 통제하는 것이다.
1,500원대에서 1,380원대로…수입업계 원가구조가 달라졌다
최근 환율 움직임의 폭부터 상당하다. 7월 초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까지 상승했으나 반도체 기업의 해외자금 유입과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면서 빠르게 하락했다. 8월 21일에는 장중 1,38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 구분 | 최근 흐름 | 철강 수출입 영향 |
|---|---|---|
| 7월 초 원·달러 환율 | 약 1,550원대 | 수입원가 부담 확대 |
| 8월 20일 전후 | 1,390원대 진입 | 수입 결제 부담 빠르게 감소 |
| 8월 21일 장중 저점 | 1,380.3원 | 약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 |
| 8월 21일 주간 종가 | 1,386.5원 | 원화 강세 국면 지속 |
| 달러인덱스 | 98선 | 글로벌 달러 약세 요인 |
| 시장 하단 전망 | 1,350~1,370원대 가능성 거론 | 추가 하락 기대와 반등 위험 공존 |
수입업체 입장에서 환율 하락은 사실상 해외 공급자의 가격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해외 철강재 달러 오퍼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원화 환산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철광석·원료탄·스크랩과 같은 원료뿐 아니라 슬래브·빌렛 등 반제품, 열연·냉연도금재·후판 등 수입 철강재 역시 같은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원화가 이미 상당 폭 강해진 지금부터다. 추가 하락만 기대하면서 달러 구매를 모두 뒤로 미룰 것인지, 아니면 최근 확보된 유리한 환율을 일정 부분 확정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철강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후자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수입업체, “헤지를 줄여라”보다 지금은 일부 이익을 잠글 때
환율 하락장에서 흔히 나오는 조언 가운데 하나가 “수입기업은 선물환 매수 비중을 줄이고 환율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추세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미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80원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수입업체가 헤지를 과도하게 줄이는 것은 사실상 추가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환 포지션을 갖는 것과 같다.
환율이 1,350원으로 내려가면 이익이 더 커지지만 중동 정세 악화, 유가 상승, 미국 장기금리 재상승이나 저가 달러 매수 등으로 1,420~1,450원대로 반등할 경우 확보했던 수입원가 절감 효과를 상당 부분 되돌려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입업체의 대응은 ‘전부 기다리기’가 아니라 분할 확정이 적절하다. 향후 1~3개월 안에 지급해야 할 확정 수입대금 가운데 일부는 현재 환율에서 선물환이나 현물환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고, 나머지 금액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결국 핵심은 환율 최저점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예산환율보다 충분히 유리한 수준에 들어왔다면 기업이 필요한 마진을 확보한 뒤 그 이익의 일부를 확정하는 것이 수입기업의 환헤지 본질이다.
“수입대금은 최대한 늦게”도 고금리에서는 다시 계산해야
환율 하락기에는 수입대금 지급을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어 즉시 지급해야 할 달러를 30~60일 뒤 지급하면 그 사이 원화가 추가 절상될 경우 원화 결제금액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람출급(At Sight)보다 기한부(Usance) 신용장 등을 활용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금리 환경에서는 이 전략에도 조건이 붙는다. 달러 금융비용 자체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 수입업체가 유산스 결제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환율이 더 내려갈 것 같다”는 전망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유산스 금리 + 은행 수수료 + 환헤지 비용 + 공급자의 결제조건 할인 차이를 모두 합산한 금융비용과 환율 하락에 따른 예상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
60일 동안 지급을 미뤄 환율에서 1%를 절감했더라도 금융비용이 그 이상 발생한다면 실제 구매원가는 오히려 올라간다. 특히 마진이 얇은 철강 무역에서는 환차익보다 금융비용이 커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수출업체는 반대…환율 하락이 그대로 판매마진을 깎는다
수출기업의 상황은 정반대다.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경우 환율이 낮아질수록 원화 환산 매출이 감소한다.
특히 철강제품처럼 국제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해외 바이어에게 환율 하락분을 즉시 제품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품목은 환율 하락이 영업마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은 지금부터 ‘추가 원화 강세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만 수출대금을 무조건 조기에 받아야 한다는 접근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바이어에게 결제일을 앞당기는 대신 상당한 할인(Discount)을 제공해야 한다면 환율에서 얻는 이익보다 가격 할인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상업적인 결제조건을 억지로 변경하기보다 이미 발생했거나 확정된 수출채권의 환율을 선물환 매도로 고정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즉 수출업체에는 ‘채권 회수 시점’과 ‘환율 확정 시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금은 계약된 날짜에 받더라도 환율은 지금 미리 확정할 수 있다.
환율 1,380원에서 수출업계가 가장 먼저 볼 숫자는 ‘예산환율’
수출기업의 판단 기준은 시장 전망보다 회사 내부의 예산환율이어야 한다. 연초 사업계획에서 원·달러 환율을 1,450원으로 잡았는데 실제 수출대금을 1,380원대에서 원화로 전환해야 한다면 제품 판매가격이 같더라도 계획했던 원화 매출보다 낮아진다.
따라서 수출업체는 향후 수주물량을 다음과 같이 계산할 필요가 있다.
달러 판매가격 × 적용환율 – 원화 제조·가공·물류비 = 실제 영업마진
달러 기준 판매가격만 보고 수출계약의 채산성을 판단하는 방식은 위험해졌다. 특히 국내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해외로 판매하는 업체, 가공센터, 재압연사, 전문 수출상은 환율 하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입 소재를 들여와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업체라면 수입과 수출 달러가 일정 부분 상쇄되므로 순환노출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연 헤지’다
여기서 철강업체가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자연 헤지(Natural Hedge)다.
예를 들어 한 업체가 매월 철강재 수출로 500만달러를 받고 해외 소재와 원료 구매로 300만달러를 지급한다면 외환시장에 실제로 노출된 금액은 총 800만달러가 아니라 순액 200만달러에 가깝다.
수출대금으로 수입대금을 직접 충당하면 300만달러에 대해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꿨다가 다시 달러를 사는 불필요한 거래를 줄일 수 있다. 철강사·가공업체·종합상사처럼 수출입을 동시에 하는 기업일수록 효과가 크다.
따라서 환헤지 전에 해야 할 일은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월별 달러 유입과 유출을 먼저 맞추는 것이다.
‘수출 80%, 수입 30%’ 같은 일률적 헤지 비율은 위험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수출기업은 헤지를 70~80%로 확대하고 수입기업은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조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철강기업에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환헤지 비율은 환율 전망이 아니라 확정계약 비중, 수주잔고, 월별 현금흐름, 자연 헤지 규모, 예산환율, 금융한도 등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앞으로 3개월 동안 확정된 수출물량과 단순 예상 수출물량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확정 수출채권은 적극적으로 헤지할 수 있지만 아직 계약되지 않은 예상 매출까지 과도하게 선물환 매도하면 실제 수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반대 방향의 환위험이 생긴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이미 확정된 달러 결제금액은 환율 상승 위험이 명확하지만 아직 구매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물량까지 미리 달러를 사두면 불필요한 포지션이 된다.
따라서 확정된 상거래를 중심으로 헤지하고 예상거래는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철강 수출입 기업별 대응 전략
| 시장 참여자 | 환율 1,380원대의 영향 | 우선 대응 |
|---|---|---|
| 수입 철강 유통업체 | 수입 도착원가 하락 | 확정 결제물량 일부 환율 확정, 나머지 분할 헤지 |
| 스크랩·원료 수입업체 | 달러 구매비용 감소 | 환율 저점 추종보다 예산환율 대비 이익 확정 |
| 슬래브·빌렛 수입 재압연사 | 소재비 절감 효과 | 제품 판매가격 하락 가능성까지 함께 계산 |
| 철강 수출업체 | 원화 환산 매출 감소 | 확정 수출채권 선물환 매도 등 하방 위험 관리 |
| 수출입 병행 업체 | 달러 유입·유출 상쇄 가능 | 자연 헤지와 월별 Netting 우선 |
| 철강사·제강사 | 수입 원료 수혜·수출 매출 부담 동시 발생 | 순달러 노출액 기준 환위험 관리 |
| 가공센터·재압연사 | 수입 소재 가격경쟁력 상승 | 기존 고가재고 평가손실과 신규 수입가격 동시 관리 |
환율 급락이 국내 철강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환율 하락은 외환손익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입 철강재의 원화 환산가격이 낮아지면 국내 유통가격에도 하방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열연 오퍼가 변하지 않더라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업체가 국내에서 제시할 수 있는 판매가격이 낮아진다. 냉연도금재·후판·철근·선재 등도 수입 경쟁이 존재하는 품목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철강 유통업체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높은 환율에서 수입하거나 매입한 기존 재고와 낮은 환율로 새로 유입되는 재고 사이의 원가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급락이 지속될수록 신규 수입재의 원가 경쟁력이 좋아지고 기존 고가재고의 판매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결국 지금은 환율 관리가 재고관리와 연결되는 시점이다.
엔화·위안화도 함께 봐야 한다
철강 수입업체가 원·달러 환율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일본산 철강재를 수입하는 업체라면 엔·원 재정환율, 중국산 제품을 거래한다면 위안·원 환율을 함께 봐야 한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엔화나 위안화가 달러 대비 더 강해지면 해당 국가의 철강재 수입원가 하락 효과가 예상보다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해당 통화보다 빠르게 절상될 경우 일본산·중국산 제품의 국내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철강사의 가격 인상이나 가격 방어가 진행되는 시점에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 수입재와 국내재 사이의 가격차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와 트레이더는 단순한 달러 오퍼보다 원화 환산 도착원가를 기준으로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350원 전망만 믿고 달러 구매를 미루는 것도 베팅이다
외환시장에서는 1,350~1,370원대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1,400원이 무너진 뒤 역외 숏포지션이 환율 하락을 가속했다면 반대로 포지션 청산이 시작될 때에는 상승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다.
국제유가, 중동 정세, 미국 장기금리, 미국 통화정책,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흐름, 국내 기업들의 달러 네고 물량 모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변수다.
때문에 철강 수입업체가 “1,350원까지 기다린다”며 모든 달러 구매를 미루는 것은 환헤지가 아니라 환율 투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 수출업체 역시 “이 정도 떨어졌으니 이제 반등하겠지”라며 달러 매도를 미루는 순간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다.
지금의 원칙은 ‘예측’보다 ‘확정’이다
이번 환율 급락장에서 철강 수출입업체가 취해야 할 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수출기업은 이미 확보한 달러 매출의 원화 가치를 지키고, 수입기업은 이미 확보된 저환율의 구매원가 이점을 일정 부분 확정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확정채권을 중심으로 선물환 매도 등의 헤지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바이어에게 무리한 조기결제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할인으로 대금을 앞당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입기업 역시 추가 환율 하락 가능성을 활용하되 모든 결제를 오픈 상태로 두기보다 확정 지급금액의 일부를 단계적으로 헤지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결제를 늦출 때에는 반드시 달러 금융비용과 유산스 비용을 환율 기대이익과 비교해야 한다.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하는 기업은 외부 헤지보다 자연 헤지를 먼저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장이 예상하는 환율이 아니라 자사가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정했던 예산환율과 확보해야 할 영업마진이다.
1,380원이 1,350원으로 갈지는 누구도 확정할 수 없다. 하지만 1,380원에서 회사가 원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환율 관리의 목적은 환율의 바닥과 천장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철강을 사고팔아 남겨야 할 마진을 환율 때문에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철강 수출입업계가 다시 세워야 할 환헤지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