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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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HPF, 특허전 넘어 기술전으로…2.0GPa급 자동차강판 주도권 경쟁

글로벌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국내 철강사와 해외 경쟁사 간 경쟁의 무게중심이 가격과 품질을 넘어 특허와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포스코의 HPF(Hot Press Forming·핫스탬핑) 강판이 있다. 포스코는 미국과 중국에서 아르셀로미탈(AM)과 일본제철 등 경쟁사가 보유한 특허의 효력을 잇달아 약화시키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2.0GPa급 AlSi도금 HPF 제품을 앞세워 기술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흐름은 단순한 특허 승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용 초고강도 강판은 완성차 업체의 차체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 확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중량이 큰 만큼 차체 경량화 요구가 더 강하다. HPF 강판의 성능과 특허 자유도는 철강사의 판매 경쟁력뿐 아니라 완성차 고객이 특정 소재를 글로벌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도 직접 연결된다.


미국서 AM 특허 2건 무효화…공급 리스크 낮춘 포스코

미국 시장에서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아르셀로미탈은 2024년 포스코산 HPF 강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차량 수입금지를 요청했다. 포스코는 같은 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AM의 관련 코팅 기술 특허 2건에 대해 당사자계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며 대응했다.


이후 ITC에서 AM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PTAB에서도 해당 특허 2건에 대한 무효 판단이 이어졌다. 관련 소송 취하까지 겹치면서 미국에서 포스코 HPF 강판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강판 사업 특성상 완성차 업체가 특허 분쟁 가능성을 공급 리스크로 인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단순한 소송 승리보다 고객사의 채택 부담을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은 승부 이어져…일본제철 특허는 무효, 포스코 특허도 공방

중국에서는 보다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포스코는 현지 철강사들과 함께 일본제철이 보유한 HPF 관련 특허의 무효화에 참여했고, 중국 국가지식산권국(CNIPA)의 무효 결정은 이후 불복 절차에서도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특정 해외 특허가 소재 조달을 제약할 가능성을 낮춘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 포스코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를 상대로 제기한 HPF 특허 침해 소송을 둘러싸고는 AM과 일본제철 측의 맞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상반기 CNIPA는 포스코 특허 3건 가운데 1건을 전부 무효, 2건은 일부 권리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전부 무효 판단에 대해 베이징 지식재산권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권리 방어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포스코에도 경고등…특허전은 지역별로 엇갈려

유럽에서는 경쟁 구도가 다르다. 유럽특허청(EPO) 기술항소심 심판부는 2025년 5월 포스코의 HPF 관련 유럽 등록특허 EP 3239336호를 취소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경쟁사 특허 장벽이 낮아진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포스코 역시 자사 특허의 유효성을 지켜내지 못한 사례가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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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근 특허전의 흐름을 ‘포스코의 글로벌 완승’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과 중국에서 경쟁사 특허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된 반면, 유럽에서는 자사 권리 방어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자동차강판 시장이 지역별 특허 제도와 완성차 생산거점에 따라 복수의 전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승부의 다음 단계는 2.0GPa급 HPF 기술

포스코가 특허 대응과 함께 부각하는 제품이 AlSi도금 2000HPF다. 이 제품은 2.0GPa급 초고강도를 목표로 하는 핫스탬핑 강판으로, 고온 가열과 급랭을 통해 높은 강도와 복잡 형상 성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초고강도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소취성과 도금층 균열·박리 억제가 제품 신뢰성을 좌우한다.


포스코는 AlSi 도금층과 공정 제어를 통해 이러한 취약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고도화해 왔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강판의 명목 강도만큼이나 양산 공정에서의 표면 품질과 부품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 경쟁은 소재 설계와 도금·열처리·성형 기술을 결합한 종합 기술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역주요 상대핵심 쟁점현재 의미
미국아르셀로미탈HPF 코팅 관련 특허 2건PTAB 무효 판단과 관련 소송 취하로 포스코 공급 리스크 완화
중국일본제철·AM·니오경쟁사 특허 무효와 포스코 특허 유효성일본제철 특허 무효 성과와 포스코 특허 방어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국면
유럽아르셀로미탈 등포스코 EP 3239336호2025년 특허 취소로 자사 권리 방어 중요성 재확인


국내 철강업계에도 ‘특허 자유도’가 경쟁력

국내 철강업계에 이번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동차강판처럼 고객 인증 기간이 길고 글로벌 차종에 공통 적용되는 제품은 특허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일 시장의 판매 차질을 넘어 고객의 설계 변경과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재 성능과 원가 경쟁력만큼 특허 포트폴리오와 분쟁 대응 능력이 수주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특허 장벽을 낮춘 지역에서 2.0GPa급 HPF 등 차세대 제품의 글로벌 적용 확대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다음 과제다. 특히 북미와 중국은 전기차와 현지 생산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인 만큼, 소재 생산과 현지 가공, 완성차 공급을 잇는 밸류체인 구축이 기술 경쟁력의 실제 매출 전환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HPF 경쟁의 본질은 특허 소송에서 한 차례 이기는 데 있지 않다. 법적 자유도를 확보한 뒤 더 높은 강도, 안정적인 가공성, 현지 공급망, 완성차 인증을 묶어 고객을 붙잡는 것이 최종 승부다. 최근의 특허 분쟁은 포스코가 이 경쟁의 수세적 방어자에서 적극적인 권리 행사자이자 기술 공급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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