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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저탄소에서 그린스틸까지 (2)] 왜 국내 철강사는 지금 그린스틸보다 저탄소 강재에 집중하는가

왜 국내 철강사는 지금 그린스틸보다 저탄소 강재에 집중하는가

규제·원가·품질·전력·수요산업이 만드는 현실적 전환 순서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완성된 미래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감축이다

국내 철강사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도 당장 모든 제품을 수소환원제철 기반 그린스틸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철강은 수백만 톤 규모의 설비와 장기간의 고객 품질승인, 막대한 에너지와 원료 인프라가 결합된 장치산업이다. 공정 하나를 바꾸면 원료조달, 제강·압연 조건, 성분관리, 표면품질, 납기, 원가, 고객 인증까지 동시에 다시 맞춰야 한다.


반면 저탄소 강재는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 배출집약도를 낮추고 제품별 탄소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유럽 CBAM 본 제도, 자동차·가전의 Scope 3 감축, 글로벌 공급망의 LCA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완벽한 무탄소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부터 검증 가능한 감축 제품을 공급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대응이다.


경제성의 벽이 전환 속도를 결정한다

수소환원제철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개발만이 아니다. IEA는 2025년 보고서에서 100% 수소 혼합을 사용하는 초기 상업 H2-DRI-EAF 경로의 비용이 지역에 따라 기존 고로-전로 경로보다 50~140%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가격, 수소가격, 철광석 품질, DRI 설비 투자비, 탄소가격과 보조금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초기 시장에서 그린 프리미엄이 필요한 구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전력과 수소를 모두 대규모로 추가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기로를 늘리면 전력 소비가 커지고, 수소환원제철을 확대하면 전해조·수소 저장·운송과 저탄소 전력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다. 따라서 철강사가 단독으로 설비투자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전환 속도를 결정할 수 없다. 전력망과 발전원, 수소 도입 인프라, 항만과 HBI 조달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고급강 품질은 탄소만큼 중요하다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범용재 물량보다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고급 후판, 특수강 같은 고부가 제품에 있다는 점도 저탄소 강재 전략을 앞세우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은 “탄소가 낮은 강재”가 아니라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품질을 가진 탄소가 낮은 강재”다. 자동차강판은 성형성, 강도, 도금성과 표면품질에 대한 장기간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 조선용 후판은 용접성·저온인성·두께정밀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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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기로 쇳물 비중을 높이거나 새로운 철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잔류원소, 질소, 수소, 청정도 관리가 동시에 따라와야 한다. 품질 승인이 지연되면 탄소감축 설비를 확보하고도 판매 확대가 늦어질 수 있다. 저탄소 강재가 ‘브리지 제품’인 이유는 기술과 고객을 동시에 학습시키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의 경쟁은 다섯 개의 실행축으로 압축된다

국내 철강사의 중단기 전략은 크게 다섯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로 조업 효율과 스크랩 투입 확대, 대형 전기로 및 복합공정, 고품질 스크랩·HBI 확보, 저탄소 전력 조달, 제품별 탄소발자국 측정·인증이다. 이 다섯 축은 최종 수소환원제철과 경쟁하는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상용화 이전까지 실제 감축량과 고객시장을 만들어 주는 기반이다.


유통·가공업계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앞으로는 같은 규격의 열연·냉연도금·후판이라도 탄소등급과 인증, 생산경로가 거래조건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트레이더와 서비스센터는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EPD, 제품탄소발자국, 인증 유효성, 고객의 Scope 3 요구를 읽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저탄소 강재 시장은 제철소 내부 기술이 아니라 철강 거래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한눈에 보는 핵심 구조

전환 압력현재 시장 변화철강사의 현실 대응
규제CBAM·탄소정보 검증 강화제품별 배출량 산정·인증
원가수소·전력·DRI 초기 비용 부담브리지 기술로 단계적 감축
품질고급강 고객 승인 필수합탕·정련·스크랩 품질관리
에너지전기로·수소로 전력수요 증가장기 전력·수소 조달 전략
고객Scope 3·저탄소 조달 확대장기 구매계약·그린 프리미엄 협상


전략 판단: 국내 철강업의 2030년 승부는 “누가 먼저 100% 그린스틸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더 많은 제품군에서 검증 가능한 탄소감축을 반복 생산하고 고객 계약으로 연결했는가”에서 먼저 갈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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