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4] 전환기의 글로벌 철강: 무역 장벽과 녹색 패러다임
EU CBAM이 2026년 본격 시행되면서 철강 수출 경쟁이 가격과 품질을 넘어 제품별 탄소배출량과 검증 능력의 경쟁으로 확대됐다.
2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은 tCO2당 75.28유로(약 87.75달러)로 공표됐으며, 실제 비용 납부는 2027년 시작되지만 올해부터 배출량 데이터와 검증체계가 거래조건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철강재의 가격표에 이제 탄소가 함께 붙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철강 수출업체가 유럽 바이어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제품가격과 납기, 품질만이 아니다. 어느 제철소에서 어떤 공정으로 생산했고, 제품 1톤에 얼마의 탄소가 들어 있는지를 입증해야 거래조건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공표한 2026년 CBAM 인증서 가격은 1분기 tCO2당 75.36유로, 2분기 75.28유로다. 8월 27일 환율 1유로=1.1657달러를 적용하면 각각 약 87.85달러, 87.75달러다. 2026년에는 분기별 가격이 적용되고 2027년부터는 주간 가격으로 전환된다.
| 항목 | 2026년 기준 | 달러 환산·비고 |
|---|---|---|
| CBAM 1분기 인증서 가격 | €75.36/tCO2 | 약 $87.85/tCO2 |
| CBAM 2분기 인증서 가격 | €75.28/tCO2 | 약 $87.75/tCO2 |
| 의무 적용 수입규모 | 연간 50 metric ton 초과 | EU 수입자 기준 단일 중량 임계값 |
| 2026년 EU ETS 무료할당 CBAM factor | 97.5% | 무료할당 감축과 CBAM 부담을 단계적으로 연동 |
| 인증서 실제 구매 개시 | 2027년 2월 | 2026년 수입분을 대상으로 구매 |
| 검증체계 준비 | 2026년 하반기 | EU가 8월 검증·철강 부문 가이드 공개 |
다만 이 가격을 철강 1톤에 그대로 곱해 실제 CBAM 비용이라고 보면 안 된다. 인증서 제출량은 제품에 내재된 배출량, EU ETS 무료할당 조정, 생산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가격 등을 반영해 계산된다. 예를 들어 제품 1톤에 내재배출량이 2tCO2라고 가정하면 2분기 인증서 가격을 단순 곱한 총 탄소가격 기준치는 150.56유로, 약 175.51달러다. 그러나 이는 조정 전 총액을 보여주는 민감도 예시에 불과하며 실제 납부액은 이보다 달라진다.
현금부담은 2027년, 데이터 부담은 이미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CBAM을 2027년에 돈을 내는 제도로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2026년 수입분에 대한 인증서 구매는 2027년 2월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비용이 뒤에 발생한다고 해서 2026년이 준비기간인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수입되는 철강재는 본격 CBAM 체계 안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50 metric ton을 초과해 CBAM 대상 품목을 수입하는 EU 수입자는 승인된 CBAM 신고자 지위를 갖춰야 한다.
한국 철강사에 더 직접적인 문제는 제품별 배출량 데이터다. EU 바이어가 실제 배출량을 사용하려면 생산시설과 제품의 배출량 계산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향후 검증보고서와 연결돼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8월 14일 비EU 생산자를 위한 철강 부문 지침을 포함한 10종의 CBAM 가이드를 공개했고, 8월 24일에는 검증기관과 인정기관을 위한 별도 지침도 내놨다. 규제가 제도 설명 단계에서 실제 검증 인프라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간 셈이다.
같은 열연이라도 탄소가 다르면 가격조건이 달라진다
CBAM의 시장적 의미는 같은 규격의 열연이나 후판이라도 생산공정과 배출량에 따라 유럽 바이어가 부담할 잠재 탄소비용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고로 기반 제품과 전기로 기반 제품, 고품위 스크랩 사용비중, 전력의 탄소집약도 등에 따라 배출량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유럽향 오퍼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FOB·CFR 가격, 운임, 관세, 납기였다. 이제는 여기에 탄소비용이 별도 협상항목으로 들어간다. 바이어는 단순히 저가 오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탄소비용을 더한 총조달원가를 비교하게 된다. 수출 철강사도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2026년 부담은 낮게 시작하지만 매년 커진다
CBAM 부담은 첫해부터 전면 부과되는 방식이 아니다. EU ETS에서 CBAM 대상 산업에 제공되는 무료할당이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속도에 맞춰 수입재의 CBAM 부담도 확대된다. CBAM factor는 2026년 97.5%, 2027년 95%, 2028년 90%, 2029년 77.5%, 2030년 51.5%로 내려가고 2034년에는 무료할당이 사라진다.
| 연도 | CBAM factor | 시장 해석 |
|---|---|---|
| 2026 | 97.5% | 비용부담이 낮은 초기 단계 |
| 2027 | 95.0% | 탄소비용 비중 확대 |
| 2028 | 90.0% | 가격경쟁력 차이 가시화 |
| 2029 | 77.5% | 저탄소 공정 프리미엄 확대 가능 |
| 2030 | 51.5% | 고탄소 제품 부담 급증 구간 |
| 2034 | 무료할당 종료 | CBAM 전면 체계 |
따라서 2026년의 비용이 예상보다 작다고 해서 CBAM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올해는 오히려 배출량 산정과 검증, 계약조건을 정비하는 첫 상업연도라는 의미가 더 크다. 2029~2030년으로 갈수록 동일 제품에서도 탄소집약도 차이가 실제 가격경쟁력의 차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더와 유통의 계약서도 바뀐다
CBAM은 철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EU 수입자는 인증서 의무를 부담하고, 트레이더는 공급사에서 정확한 배출량 자료를 받아야 하며, 가공업체와 수요가는 탄소비용이 소재가격에 어떻게 전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출량 자료 제출이 지연되거나 실제값을 입증하지 못하면 거래조건이 보수적으로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다수 제철소에서 같은 품목을 조달하는 상사와 트레이더에게는 공급처별 탄소정보 관리가 새로운 업무가 된다. 앞으로는 동일한 열연 오퍼라도 어느 제철소에서 생산됐는지, 실제 배출량이 검증 가능한지, 생산국에서 부담한 탄소가격을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계약조건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 철강업계는 ‘저탄소 제품’보다 ‘증명 가능한 저탄소 제품’이 필요하다
한국 철강업계에는 기술투자와 데이터 경쟁이 동시에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 전기로 확대, 저탄소 철원 사용, 재생에너지 조달처럼 실제 배출량을 낮추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 효과를 제품단위 데이터로 증명할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는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와 저탄소 공정 투자를 병행할 수 있지만, 가공업체와 재압연사·리롤러는 원소재 배출량 정보를 어떻게 이어받고 고객에게 전달할지가 더 복잡하다. 특히 수입 소재를 가공해 EU로 재수출하는 경우에는 원료 단계의 탄소정보가 끊기지 않는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진다.
CBAM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변화는 탄소가 환경보고서 속 숫자에서 거래조건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가격이 싸더라도 배출량이 높고 데이터 검증이 어려우면 EU 바이어가 느끼는 총조달원가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낮은 배출량을 신뢰할 수 있게 증명하는 철강사는 가격 프리미엄이나 장기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 변수는 3분기 가격과 실제 검증
앞으로 시장이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숫자는 10월 5일 공개될 2026년 3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이다. 두 번째는 2027년 인증서 구매가 실제 시작됐을 때 유럽 수입자가 탄소비용을 공급사와 어떻게 나눌지다. 세 번째는 실제 배출량 검증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다.
EU는 CBAM 적용범위를 일부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확대하고 우회수입 방지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제도와 제안단계를 구분해야 하지만, 규제의 방향은 분명하다. 유럽 철강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이제 단순히 좋은 철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의 탄소이력까지 거래 가능한 정보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관세로 국경을 높이고 중국의 과잉물량이 새로운 시장을 찾는 동안, 유럽은 탄소 자체를 새로운 통관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철강 무역의 장벽은 이제 관세율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18일
주요 출처 European Commission DG TAXUD, EUR-Lex, EU ETS 자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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