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시장이 9월 성수기를 앞두고도 뚜렷한 회복 신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생산은 늘고 있지만 건설강재의 판매 속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고, 판재류 유통가격도 비수기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고로 원가의 핵심인 원료탄이 한 주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철강사와 유통업체 모두 물량 확대보다 마진과 재고 회전을 먼저 봐야 하는 국면이 됐다.
하나증권의 8월 24일 철강금속 Weekly에 따르면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95만원으로 주간 1.0% 하락했고 철근은 87만원을 기록했다. 8월 국내 철근 생산사 판매 실적은 목표 대비 약 46% 수준에 그쳤다. 같은 자료에서 호주산 원료탄 FOB 가격은 톤당 244.8달러로 주간 12.8% 급등했다. 여름철 비수기와 재고 증가가 제품 가격을 누르는 가운데 주요 원료비는 반대로 오르는 모습이다.
비수기라는 ‘잡음’보다 더 큰 신호는 건설 수요의 소화력 저하다
8월 철근 판매 부진에는 휴가와 폭염이라는 계절 요인이 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건설수주는 18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1.7% 감소했고, 민간수주는 41.5% 급감했다. 7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도 72.8로 전월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철근·형강 수요 부진을 단순 계절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확인된 사실은 철근 판매가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건설 신규수주가 약하다는 점이다. 철강정보원의 판단은 따라서 9월 가격 반등 여부보다 휴가 종료 후 실제 출하가 얼마나 회복되고 제강사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출하가 따라오지 않는 상태에서 기준가격만 오르면 유통단계의 할인 경쟁과 운전자금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판재류는 가격이 밀리는데 원료탄은 급등…롤마진 관리가 핵심
판재류는 봉형강보다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지만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95만원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호주산 원료탄은 톤당 244.8달러 FOB로 12.8% 급등했다. 판매가격은 내려가고 주요 원료는 오르는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이 조합은 고로 철강사의 롤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가 약한 시장에서는 원료탄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즉시 전가하기 어렵고, 유통업체는 기존 고가 재고와 낮아진 시중가격 사이에서 재고평가 부담을 안게 된다. 9월에는 원료가격 자체보다 열연·후판 판매가격과 원료 바스켓의 스프레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수출 +9.7%는 긍정적이지만 ‘전면 회복’ 신호는 아니다
관세청은 8월 1~20일 전체 수출이 55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 순별 통계를 바탕으로 한 철강제품 집계에서는 같은 기간 철강제품 수출액이 23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철강 수출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수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철강이 수출 호황을 주도하는 업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EU·영국의 철강 무역규제 강화가 지역별 수익성을 갈라놓고 있다. 총 수출액보다 실제로는 쿼터·관세·승인·통관비용을 제외한 시장별 순기여이익을 봐야 한다. 수출 증가 자체가 국내 과잉재고를 자동으로 해소해 주는 구조는 아니다.
기업들은 범용재 회복보다 고부가 제품과 신규 수요를 택하고 있다
포스코는 8월 27일 8대 핵심 전략제품을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혁신공정, 상용화를 위한 원팀 프로젝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전략제품은 현재 전체 수익의 83%를 창출하고 있으며, 2025년 835만톤이던 전략제품 판매량을 2030년까지 1,0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8월 20일 한미글로벌과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첨단 산업시설 건설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건설 전체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처럼 성장하는 세부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철강정보원의 판단은 이 움직임이 단순 신제품 홍보가 아니라 영업·투자자원의 배분 방향을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라는 것이다. 범용재 물량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에너지·전력망·데이터센터·모빌리티·저탄소강 등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으로 제품 믹스를 옮기는 것이 주요 철강사의 공통 대응으로 굳어지고 있다.
노사 리스크는 아직 ‘공급 차질’이 아니라 관전 변수다
포스코 노조는 9월 9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48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사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조업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점에서는 실제 생산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공급 부족 신호로 반영하는 것은 이르다. 다만 9월 초 협상 결과와 실제 조업 영향은 판재류 공급 심리에 단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9월 경영 판단은 ‘판매량’보다 마진·재고·현금흐름
현재 시장을 9월 성수기 직전의 바닥으로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건설 수요는 여전히 약하고, 판재류 가격은 하락했으며, 원료비는 다시 상승했다. 반면 수출은 일부 완충 역할을 하고 있고 고부가 제품과 전력·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처는 분명한 성장축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경영의 우선순위는 범용재 판매량을 늘리는 데 있기보다 재고 회전일수와 현금흐름을 관리하면서 제품 믹스와 판매처별 마진을 선별적으로 높이는 것에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특히 9월 첫째 주에는 철근·형강 출하량과 제강사 재고, 열연 95만원선의 유지 여부, 원료탄 강세 지속 여부, EU·영국 등 주요 수출시장 순마진을 동시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