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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산책] 짐작과 고집이 마진을 깎는 순간

[철의 산책] 짐작과 고집이 마진을 깎는 순간


철강 영업회의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때로 숫자가 아니라 확신이다. “이번 주에는 반드시 오른다”, “저 거래처는 결국 우리 물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입재는 더 내려갈 여지가 없다” 같은 문장은 현장에서 자주 들린다. 경험이 쌓일수록 판단은 빨라지지만, 그만큼 자신의 경험을 시장의 법칙으로 착각하기도 쉽다.


원자료는 논어의 ‘절사’를 통해 네 가지 경계를 전한다. 함부로 짐작하지 말고, 자기 판단만 옳다고 단정하지 말고, 고집을 끝까지 붙들지 말고, 자신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말라는 뜻이다. 이를 철강 비즈니스의 언어로 옮기면 의외로 선명하다. 시장을 단정하지 말고, 거래 상대의 사정을 한 번 더 확인하며, 틀린 판단은 빨리 수정하고, 개인의 자존심보다 회사의 현금과 신용을 먼저 보라는 주문이다.


가격보다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내가 맞다’는 확신이다

철강시장은 같은 숫자를 보고도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곳이다. 재고가 적다는 사실은 어떤 유통업체에는 매입 신호가 되지만, 현금이 부족한 업체에는 오히려 판매를 서둘러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 환율이 안정돼 수입 원가 부담이 줄어도 납기와 운임, 통관 시점이 엇갈리면 실제 조달원가는 달라진다. 제철소 가격정책이 강해 보여도 수요산업의 주문이 따라오지 않으면 유통시장의 체감은 다르게 움직인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무의(毋意)’의 반대편, 즉 근거보다 앞선 짐작이다. 시장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재고를 늘리거나, 특정 거래처가 반드시 주문할 것이라 믿고 물량을 선점하면 판단이 맞을 때는 수익이 커지지만 틀릴 때는 재고금융과 할인판매가 한꺼번에 따라온다. 철강업에서 잘못된 짐작은 생각의 오류로 끝나지 않는다. 곧바로 재고회전일수와 이자비용, 현금흐름으로 번진다.


고집은 재고가 되고, 자존심은 외상매출금이 된다

‘무필(毋必)’과 ‘무고(毋固)’는 특히 영업과 구매가 충돌하는 순간 의미가 커진다. 구매는 원가를 기준으로 더 높은 판매가격을 요구하고, 영업은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양쪽 모두 자기 논리가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자신의 판단을 절대화할 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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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장이 꺾였는데 매입단가를 이유로 판매가격을 끝까지 지키면 재고는 쌓인다. 반대로 거래처를 놓치지 않겠다는 이유로 낮은 가격과 긴 결제조건을 반복해서 허용하면 매출은 유지돼도 현금은 마른다. 철강회사의 손익은 판매가격 한 줄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고평가손익, 여신한도, 결제기간, 운전자금, 클레임 가능성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고집을 꺾는 것은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회전의 문제다.


상대를 이기는 거래보다 오래 가는 거래가 강하다

‘무아(毋我)’는 거래관계에서 더 현실적이다. 철강 유통과 트레이딩은 한 번의 흥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급이 빠듯할 때 물량을 배정받는 힘, 시장이 급락했을 때 서로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놓고 끝없이 다투지 않고 해결책을 찾는 관계가 장기적으로는 가격 몇 천 원보다 큰 자산이 된다.


물론 양보가 곧 좋은 경영은 아니다. 신용한도를 무시한 외상판매나 손실을 감수한 무리한 가격 대응은 배려가 아니라 관리 실패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입장만 앞세우지 않되, 거래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조건을 조정하는 일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태도와 회사의 원칙을 함께 지키는 것이 실무에서의 ‘무아’에 가깝다.


철강회사가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질문

결국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판단의 질은 정보량보다 태도에서 갈린다. 

지금의 매입은 확인된 수요에 근거한 것인가, 내가 보고 싶은 방향을 시장의 방향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이미 틀린 판단을 원가나 체면 때문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이번 거래가 단기 마진만 남기고 신용과 현금을 훼손하지는 않는가를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철강시장에서 겸손은 부드러운 미덕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시장은 언제든 경험 많은 사람의 확신을 틀리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오래 살아남는 회사는 항상 맞는 회사가 아니라, 틀렸을 때 빨리 인정하고 조건을 바꾸며 다음 거래를 준비하는 회사다. 짐작을 줄이고, 단정을 늦추고, 고집을 접고, 거래 상대와 회사의 형편을 함께 보는 것. 불확실한 시장에서 마진을 지키는 출발점은 의외로 그 네 가지 태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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