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의 시장금리가 다시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글로벌 긴축이 마무리되고 금리 인하 국면으로 넘어가는 듯했던 금융시장은 2026년 들어 다시 방향을 틀었다. 국제유가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이번 금리 상승의 핵심은 단순히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10년과 30년 만기 국채를 중심으로 장기금리가 정책금리보다 강하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초 4.7%대 후반, 30년물은 5.2%대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목표범위가 3.50~3.75%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금리가 정책금리를 상당 폭 웃돌고 있다.
장기금리는 향후 정책금리 전망과 기대 인플레이션, 그리고 장기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이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기간 프리미엄이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배경은 재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국방비와 사회보장 지출, 에너지 전환,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 지출이 늘어날수록 국채 발행도 증가한다. 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투자자들은 이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장기금리가 상승한다.
구조는 단순하다. 재정적자 확대 → 국채 발행 증가 → 채권 공급 증가 → 채권가격 하락 →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으로 시장을 떠받치는 상황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영국은 양적긴축을 진행하거나 만기 도래 자산의 재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일본의 변화도 글로벌 금리에 중요한 변수다.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 중이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르면 일본의 은행·보험사·연기금 입장에서는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면서 미국이나 유럽 채권을 사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일본 자금의 국내 회귀가 본격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 장기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도 금리 인하에서 재상승 국면으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국의 금리 인상 배경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예상보다 강한 경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견조한 가운데 내수도 회복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둘째는 물가다. 소비자물가가 다소 둔화하더라도 근원물가와 서비스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은행으로서는 긴축을 쉽게 풀기 어렵다.
셋째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경우 부동산과 가계대출을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 넷째는 글로벌 금리와 환율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낮추면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구분 | 금리 상승 배경 | 시장 영향 |
|---|---|---|
| 미국 | 인플레이션·재정적자·국채 공급 | 10·30년 장기금리 상승 |
| 유럽 | 에너지·물가 압력 | 추가 긴축 경계 |
| 일본 | 통화정책 정상화 | 글로벌 채권자금 재배치 |
| 한국 | 성장·물가·주택·가계대출·환율 | 기준금리 3.00%로 인상 |
2027년은 ‘더 오르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높으냐’
향후 금리 흐름은 2026년 말까지 추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고, 2027년 상반기에는 고점 부근에서 높은 수준의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 정책금리 인상은 멈출 수 있지만,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금리는 과거처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중앙은행이 몇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다. 정책금리 인상이 끝난 뒤에도 10년·30년 국채금리와 기업의 실제 조달금리가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철강시장 역시 이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건설·부동산에서는 PF와 주택담보대출, 건설사 조달금리가 올라 착공과 신규 투자가 늦어질 수 있다. 철강사와 제강사의 설비투자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국내 철강 유통업계는 금리 상승이 재고금융 비용을 통해 곧바로 손익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다. 이 문제는 다음 편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