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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6]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전진하지만 원가는 멈춰 세운다…상업화의 승부처는 ‘수소·전력·원료’

[기획 연재 6]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전진하지만 원가는 멈춰 세운다…상업화의 승부처는 ‘수소·전력·원료’


수소환원제철은 실증과 건설 단계로 전진하고 있지만 수소·전력·고품위 원료 비용 때문에 상업화 속도는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포스코 HyREX와 글로벌 H2-DRI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개발과 경제성 사이의 간극, 그리고 한국 철강산업이 확보해야 할 공급망 조건을 분석했다.


수소환원제철의 경쟁은 이제 “누가 먼저 수소로 철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누가 그 철을 시장가격에 가까운 원가로 지속 생산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은 전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과 수소 가격, 고품위 철광석과 DRI 조달, 대규모 설비투자, 그리고 저탄소 철강에 대한 고객의 추가 지불 의사가 동시에 따라오지 않으면 상업화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이 간극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9월 3일 호주 BHP와 HyREX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BHP 철광석을 활용해 다양한 원료 조건에서 수소환원제철 성능을 검증하기로 했다. 단순한 연구 협약이라기보다 상용설비 이전 단계에서 “어떤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가”를 공급망 차원에서 확인하는 작업에 가깝다. 포스코가 포항에 추진 중인 HyREX 실증설비는 연산 30만톤 규모다. 2026년 4월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단계적 시험조업을 통해 상용기술을 확보한다는 일정이다.


실증은 앞으로, 글로벌 투자 파이프라인은 뒤로

흥미로운 점은 개별 철강사의 기술개발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글로벌 수소 공급과 저탄소 철강 투자 파이프라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IEA의 2026년 글로벌 수소 리뷰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발표된 저배출 수소 생산 프로젝트 규모는 약 2,700만톤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이미 투자결정이 내려졌거나 2030년 가동 가능성이 높은 물량은 600만톤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년 평가 때 1,000만톤 수준이던 ‘확도 높은’ 프로젝트가 다시 줄어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에는 이 숫자가 중요하다. 철강사는 환원로와 전기로를 설치할 수 있지만, 실제 운전원료인 수소가 충분한 양과 가격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설비는 계획대로 돌기 어렵다. IEA는 정책 지원이 없는 경우 대부분 지역·산업에서 저배출 수소의 수용 가능한 가격이 kg당 2달러 아래에 머물고, 철강은 기존 공정과의 비용 격차가 특히 큰 분야라고 분석한다. 탄소가격이나 보조금, 장기 구매계약이 함께 붙지 않으면 수소환원제철만으로 기존 고로-전로 공정과 원가 경쟁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항목수치·상태기준의미
포스코 HyREX 실증설비연산 30만 metric ton2026~20302028년 완공 목표, 2030년까지 상용기술 검증
저배출 수소 발표 프로젝트약 2,700만 metric ton/년2030년 목표IEA 2026 평가에서 발표 파이프라인 축소
2030년 가동 가능성이 높은 저배출 수소600만 metric ton/년 초과IEA 2026전년 1,000만 ton 수준에서 감소
글로벌 DRI 생산1억4,560만 metric ton2024인도·이란이 70% 이상 차지
2027년까지 저배출 철강 프로젝트 보류 비중약 19%2025년 상반기 조사과잉설비·고에너지비·규제 불확실성 영향

자료: POSCO, IEA, OECD. 프로젝트 수치는 발표·계획 단계와 실제 상업가동을 구분해야 한다.


유럽이 보여주는 현실…“수소가 비싸면 DRI도 멈춘다”

유럽은 수소환원제철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의 간극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역이다. 스웨덴의 Stegra는 보덴 프로젝트에서 2026년 4월 그린수소 설비의 전해조 모듈 37기 설치를 마치고 시운전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반대로 ArcelorMittal은 유럽의 높은 그린수소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을 이유로 일부 DRI-EAF 전환 프로젝트를 당장 진척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같은 대륙에서 한쪽은 건설을 계속하고 다른 쪽은 투자속도를 낮추는 모습이다.


이 차이는 기술 우열보다 사업 조건의 차이에 가깝다. 수소환원제철은 전기를 이용해 만든 그린수소를 대량 소비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가격과 전력망, 수전해 설비 가동률이 철강 원가로 직접 들어온다. IEA는 2035년을 가정한 분석에서도 지역별 전력가격 격차 때문에 수소 기반 DRI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미국·중국·인도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의 에너지 확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조건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유럽과 일본은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생산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철광석도 바뀐다…고로용 원료와 수소환원용 원료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수소환원제철의 또 다른 병목은 원료다. 전통 고로는 소결광·펠릿·코크스를 조합해 철광석을 환원하고 용융한다. 반면 DRI 기반 공정은 환원가스와 직접 접촉하는 철광석의 품질과 물성에 더 민감하다. 고품위 펠릿과 DRI용 원료광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글로벌 DRI 생산은 2024년 1억4,560만톤까지 늘었지만 인도와 이란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생산지역이 편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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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BHP와 원료단계부터 HyREX 검증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HyREX는 FINEX의 유동환원 기술을 기반으로 분광 사용 범위를 넓히려는 방식이어서 기존의 펠릿 중심 H2-DRI와 차별점이 있다. 하지만 분광을 직접 활용한다고 해서 원료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광석의 철분 함량, 불순물, 환원성, 입도분포가 설비 안정성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운전조건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번 협력은 수소환원제철의 경쟁이 공정기술만이 아니라 광산-원료-제철소를 묶는 공급망 경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소 100%’보다 먼저 오는 과도기 시장

현실의 전환은 한 번에 고로를 끄고 수소환원제철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천연가스 기반 DRI에서 수소 혼입률을 높이거나, 스크랩과 DRI·HBI를 전기로에서 함께 사용하고, 기존 고로에서도 스크랩 투입과 저탄소 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과도기 공정이 상당 기간 병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광양에 연산 250만톤급 전기로를 완공해 2026년부터 저탄소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HyREX는 별도의 실증-상용화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이 경쟁관계라기보다 시간차를 두고 결합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스크랩과 전기로가 탄소배출을 낮추는 현실적 수단이고, 중장기적으로는 DRI·HBI와 HyREX 기반 환원철이 고로 의존도를 낮추는 축이 된다.


한국 철강업계의 질문은 ‘기술 보유’가 아니라 ‘경제성 있는 공급망 보유’

한국은 철광석과 에너지 모두 해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 상업화에서는 기술 국산화만으로 경쟁력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생산할 것인지, 중동·호주 등에서 수입할 것인지, 아니면 저가 재생에너지가 있는 지역에서 DRI·HBI를 생산해 들여올 것인지에 따라 원가구조가 달라진다. 이 결정은 단순 원료구매가 아니라 향후 제철소 입지와 글로벌 생산거점 전략까지 바꿀 수 있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수소와 전력의 장기계약, DRI용 철광석 확보, 전기로·용융설비의 투자순서가 핵심이다. 트레이더와 원료상사에는 DRI·HBI가 새로운 국제 교역품으로 커질 가능성이 열린다. 유통·가공업체는 저탄소 철강 프리미엄이 실제 판매가격에 전가되는지, 완성차·조선·에너지기업이 그 프리미엄을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요가가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철소의 탈탄소 투자비는 결국 철강사 내부에서 흡수돼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상업화의 마지막 문턱은 시장이다

수소환원제철은 더 이상 개념기술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증을 넘어 건설과 시운전 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다”와 “상업적으로 계속 만들 수 있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 이 간격을 결정하는 것은 환원로 성능 하나가 아니다. 저가 수소, 안정적인 전력, 적합한 철광석, DRI·HBI 물류망, 탄소가격, 저탄소 철강 프리미엄, 정부 지원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향후 3~4년은 이 가운데 무엇이 먼저 병목으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시기다. 포스코 HyREX의 실증설비가 2028년 완공되고 2030년 상용기술 검증 단계에 들어갈 때, 시장이 보게 될 것은 단순한 성공 여부가 아닐 것이다. 톤당 수소 사용량과 전력소비, 원료 적용 범위, 생산성, 제품 품질, 그리고 기존 고로 대비 비용 격차가 실제 숫자로 제시되는 순간 수소환원제철의 경쟁지도도 비로소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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