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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조·유통 현장의 영업 전략 ⑦] 밀어낸 물량은 매출인가 재고인가…자전 거래가 시장가격을 왜곡하는 순간

[철강 제조·유통 현장의 영업 전략 ⑥] 밀어낸 물량은 매출인가 재고인가…자전 거래가 시장가격을 왜곡하는 순간

월말이나 분기말이 가까워지면 철강 유통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물량이 움직인다. 제조사는 판매 목표를 맞춰야 하고, 대리점과 가공센터는 배정 물량을 소화해야 하며, 영업조직은 매출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출하가 늘었다고 해서 최종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다. 실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이 유통단계로 먼저 넘어가면, 장부상 매출은 늘어도 시장 전체의 재고와 채권 부담만 이동하는 상황이 생긴다.


철강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밀어내기’와 ‘자전 거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두 관행을 모두 불법이나 부정거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제조사와 유통사 사이의 정상적인 재고조정, 판매채널 운영, 일시적인 물량 재배분 과정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거래가 최종 수요와 분리된 채 반복될 때다. 이때 매출 숫자는 커지지만 실수요 판매, 현금회수, 재고감소가 따라오지 않으면서 시장가격과 손익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출하는 늘었는데 시장은 왜 약한가

철강 거래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sell-in과 sell-out이다. 제조사가 대리점·가공센터에 출하한 물량은 sell-in이고, 유통단계를 거쳐 실제 수요가로 빠져나간 물량은 sell-out이다. 두 숫자가 비슷하게 움직이면 재고 부담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sell-in이 sell-out보다 빠르게 늘면 재고는 유통단계에 쌓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가 완료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재고의 위치만 바뀐 셈이다.


밀어내기는 보통 판매목표, 배정물량, 월말·분기말 마감과 연결된다. 제조사가 유통사에 추가 출하를 요청하거나, 유통사가 거래선에 아직 필요하지 않은 물량을 앞당겨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유통사도 선매입을 받아들이기 쉽지만, 수요가 약하거나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같은 물량이 곧바로 재고 위험으로 변한다.


자전 거래는 ‘판매’가 아니라 재고의 이동일 수 있다

자전성 거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재고가 여러 유통업체 사이를 연속적으로 돌면서 매출로 잡히는 구조를 말한다. 실제 수요가에게 판매되기 전 A사가 B사에, B사가 다시 C사에 재판매하거나, 거래조건을 맞추기 위해 재고 소유권만 여러 차례 바뀌는 경우가 있다. 물류 효율이나 채권·재고 조정을 위해 필요한 거래도 있으므로 거래 형태만으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동일 물량이 짧은 기간 안에 반복적으로 재판매되고, 각 거래에서 남는 명목 마진보다 금융비용·운송비·보관비가 더 크다면 매출 확대가 곧 이익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물량이 최종 수요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마지막 보유자가 가격하락 위험과 재고금융 비용을 떠안게 된다.


톤당 5천원 마진도 실제로는 손실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조를 하나의 가상 사례로 구성해 보자. A유통사가 1,000톤을 톤당 70만원에 매입하고, 실수요가가 아닌 다른 유통사에 톤당 70만5천원에 재판매했다고 가정한다. 장부상으로는 톤당 5천원, 총 500만원의 매매차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거래 과정에서 운송·상하차비 1만2천원/톤, 연 5.5%의 자금비용으로 60일간 자금이 묶이고, 보관·관리비 2천원/톤이 발생한다면 손익은 정반대로 바뀐다.


항목가상 조건1,000톤 기준 영향
매입가격700,000원/톤700,000,000원
재판매가격705,000원/톤705,000,000원
명목 매매차익+5,000원/톤+5,000,000원
운송·상하차-12,000원/톤-12,000,000원
금융비용연 5.5%, 60일약 -6,330,000원
보관·관리-2,000원/톤-2,000,000원
단순 실질손익약 -15,330원/톤약 -15,330,000원


위 수치는 특정 기업의 실제 거래가 아니라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값이다. 핵심은 장부상 매매차익과 실제 현금손익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가격보전, 반품, 재매입 약정, 추가 할인이나 장기재고 손실이 붙으면 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밀어내기가 반복되면 가격 신호도 흐려진다

시장은 실제 수요와 거래가격을 통해 방향을 읽는다. 그러나 유통단계에서 실수요와 무관한 출하가 늘면 호가와 성약량만으로 시장 강도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제조사 출하량은 늘었지만 건설·자동차·기계·가공업체의 구매가 늘지 않았다면, 그 차이는 결국 유통재고 증가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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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유통사는 재고를 현금화하기 위해 할인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낸 물량이 다음 달에는 가격을 끌어내리는 물량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업체가 동시에 비슷한 재고를 안고 있으면 ‘누가 먼저 가격을 낮춰 현금화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시장가격의 하락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제조사·유통사·수요가가 보는 위험은 다르다

제조사는 판매목표와 가동 안정성이 중요하다. 유통망에 적정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수요보다 빠른 출하가 반복되면 다음 달 주문이 약해지고 가격정책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리점 출하량뿐 아니라 유통재고와 최종 출고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가공센터·유통사는 매출보다 재고회전과 현금회수가 중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받아온 물량이 30일, 60일, 90일을 넘어 장기재고가 되면 금융비용과 가격위험이 빠르게 커진다. 명목 마진이 얇은 거래일수록 무료 운송, 추가 할인, 보관비가 손익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는 시장에 물량이 많아졌다고 해서 실제 공급여력이 늘었다고 단순 판단하기 어렵다. 유통사들이 같은 재고를 돌려 판매하는 국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저가 오퍼가 늘 수 있지만, 이후 재고조정이 끝나면 다시 공급이 타이트해질 수도 있다.


관리자는 ‘매출’보다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밀어내기와 자전성 거래를 통제하려면 월 매출액만으로 영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첫째, 제조사 출하량과 최종 수요가 판매량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거래처별 재고일수와 매출채권 회수기간을 함께 봐야 한다. 셋째, 동일 규격·동일 재고가 짧은 기간에 여러 거래처를 거쳐 반복 거래되는지 추적해야 한다. 넷째, 월말에 집중된 매출이 다음 달 반품·가격보전·할인으로 되돌아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코일 번호, 규격, 중량, 출고일, 도착지, 최종 수요처를 연결하면 장부상 판매와 실제 물류 흐름의 차이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영업실적 관리도 ‘매출액’ 하나보다 실수요 판매량·재고회전일수·매출채권 회수일수·실질 마진을 묶어서 보는 편이 안전하다.


판매의 끝은 출하가 아니라 현금회수다

철강은 단가가 높고 물량이 크기 때문에 재고가 한 번 잘못 쌓이면 손익과 현금흐름에 동시에 부담을 준다. 월말 출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실수요가 따라오지 않은 채 물량만 다음 단계로 넘기는 구조가 반복되면, 어느 시점엔 누군가가 재고와 가격하락을 떠안아야 한다.


제조·유통 영업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번 달 얼마나 출하했는가”가 아니라 “그 물량이 어디까지 팔렸고, 언제 현금으로 돌아오는가”다. 매출은 장부에 먼저 찍히지만 이익은 재고가 소진되고 대금이 회수된 뒤에야 확정된다. 자전 거래와 밀어내기를 보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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