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강철의 계절⑦] 540달러의 남쪽 항로

베트남산 열연 540달러 CFR 등장…중국산 한국향보다 20~30달러 낮아

가격약속의 벽을 비껴온 새 오퍼, 국내 수입재 92만~93만원의 하단을 흔들다



월요일 오전 7시 42분, 해동인터내셔널 서지아 사업부장의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들어왔다.

발신지는 베트남 호찌민이었다.


“Vietnam origin HRC, commercial grade, September shipment.
Korea main port, 540 dollars CFR.”


서지아는 화면을 한동안 바라봤다.

톤당 540달러 CFR.

지난주 중국 제철소가 제시한 한국향 열연 오퍼는 560~570달러 CFR였다. 중국의 일반 수출가격은 500달러 FOB 안팎이었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량에는 가격약속이 적용됐다. 업계가 추정하는 최저수입가격은 톤당 550달러 안팎이었다.


중국산은 그 선 아래로 내려올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오퍼는 베트남산이었다.

중국산과 일본산을 대상으로 세워진 가격약속의 벽을 비껴가는 물량이었다.


서지아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실제 베트남 원산지인가. 생산 철강사와 슬래브 조달처, 밀시트 발행 주체를 확인해 달라.”

가격보다 먼저 원산지를 물었다.


한국 시장에서 540달러는 충분히 매력적인 숫자였다. 그러나 중국산 소재가 베트남을 거쳐 이름만 바꾼 물량이라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됐다.

몇 분 뒤 답장이 왔다.

“베트남 철강사 생산품이다. 원산지증명서와 밀시트 제공 가능하다. 최종 규격 구성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서지아는 중국산 오퍼와 베트남산 오퍼를 나란히 적었다.

중국산 560~570달러 CFR.

베트남산 540달러 CFR.

가격 차이는 톤당 20~30달러였다.

한국향 중국산 최저가격으로 추정되는 550달러보다도 10달러 낮았다.


지난주까지 중국산 열연의 가격약속이 국내 시장의 새로운 하단을 만들고 있었다면, 이번 주에는 베트남산이 그 하단의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가격약속 아래에서 온 오퍼

오전 9시, 해동인터내셔널 수입전략회의가 열렸다.

회의실 화면에는 네 개의 가격이 표시됐다.


구분가격거래 조건시장 의미
중국산 일반 수출가격약 500달러/톤FOB한국향 직접 적용 불가
중국산 한국향 최저가격약 550달러 안팎/톤업계 추정가격약속에 따른 하단
중국산 한국향 실제 오퍼560~570달러/톤CFR 한국가격약속·운임 반영
베트남산 한국향 신규 오퍼약 540달러/톤CFR 한국성약 미확인, 원산지 확인 필요
국내 수입 열연 유통가격92만~93만원/톤국내 창고도기존 재고·반입비·마진 포함
국내 수입대응재94만~95만원/톤국내 유통중국산 신규 원가와 경합
국산 정품 열연97만~98만원/톤국내 유통수입재와 4만~6만원 차이


수입팀장이 베트남산 가격을 가리켰다.

“중국산보다 20~30달러 낮습니다.”


서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화로는 어느 정도 차이지?”

“환율을 달러당 1,380원으로 가정하면 톤당 2만7,600원에서 4만1,400원 정도입니다.”

“작은 차이는 아니군.”

“수입재 유통가격이 92만~93만원이니 계산상 여유가 생깁니다.”


서지아는 화면에서 국내 가격을 바라봤다.

“계산상으로만 그렇지.”

“540달러 CFR면 원화 환산액이 약 74만5천원입니다.”

“하역비와 통관비, 금융비용, 내륙운송비는?”

“보수적으로 7만~9만원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 입고원가는?”

“대략 81만5천~83만5천원입니다. 규격 할증이나 환율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전제입니다.”

“국내에서 92만원에 팔면 8만~10만원 가까이 남는다는 계산인가?”


수입팀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서지아가 펜을 내려놓았다.

“표면적으로 남는 장사가 가장 위험해.”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계약부터 입항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국내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베트남산 540달러 오퍼가 시장에 알려지면 기존 수입재 가격부터 내려갈 수 있었다. 국내 철강사도 수입대응재 가격을 조정할 수 있었다.

오늘 92만원인 가격이 입항 시점에도 92만원일 이유는 없었다.


540달러가 만든 원가 차이

해동인터내셔널은 환율 1,380원을 기준으로 중국산과 베트남산의 예상 원가를 다시 계산했다.


구분베트남산중국산
한국향 CFR 오퍼540달러/톤560~570달러/톤
원화 환산액약 74만5천원약 77만3천~78만7천원
반입·금융·운송 등 예상 비용약 7만~9만원약 7만~9만원
국내 입고원가 추정약 81만5천~83만5천원약 84만3천~87만7천원
국내 수입재 유통가격92만~93만원92만~93만원
단순 가격 여력약 8만5천~11만5천원약 4만3천~8만7천원


표만 보면 베트남산의 경쟁력이 분명했다.

중국산보다 국내 입고원가가 톤당 약 3만~4만원 낮아질 수 있었다. 국내 수입재 가격을 92만~93만원으로 유지한다면 베트남산이 더 넓은 판매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차이는 그대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


베트남산이 대량으로 계약되기 시작하면 국내 수입재의 기준가격이 92만~93만원에서 90만~91만원으로 내려갈 수 있다. 유통업체들은 신규 저가 원가를 근거로 기존 재고까지 낮춰 팔아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베트남산을 계약한 업체는 원가 경쟁력을 얻지만, 이미 중국산을 높은 가격에 들여온 업체는 재고평가손실을 떠안게 된다.

한 회사에는 기회가 되고 다른 회사에는 손실이 되는 가격.

540달러는 단순한 오퍼가 아니었다.

국내 수입 열연시장의 원가 기준이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중국 제철소의 반응

오전 11시, 서지아는 중국 화베이금속의 수출담당 류젠 부장과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베트남산 한국향 열연이 540달러 CFR로 나왔습니다.”

류젠의 표정이 굳었다.

“성약됐습니까?”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퍼 단계입니다.”

“규격은 무엇입니까?”

“상업용 일반강종입니다. 세부 규격은 협의 중입니다.”

“그 가격은 중국산 한국향 최저가격보다 낮습니다.”

“베트남산이니까요.”

류젠이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제철소는 일반 수출시장에서 500달러 FOB 안팎에 열연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향에는 가격약속이 적용돼 560~570달러 CFR 수준을 제시해야 했다.

중국산 열연의 국제가격이 베트남산보다 낮아도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산이 더 비싸지는 구조였다.

“우리가 550달러 CFR로 맞추면 어떻습니까?”

서지아가 고개를 저었다.

“가격약속 기준과 운임을 계산하면 가능한 조건입니까?”


류젠은 대답하지 못했다.

최저가격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운임과 규격 할증을 포함한 최종 조건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약속가격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할인이나 사후 보상도 조심해야 했다.

“가격을 못 낮추면 결제조건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유산스 기간을 늘리는 방식입니까?”

“또는 일부 규격 할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조건을 합산했을 때 가격약속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통상팀과 확인하겠습니다.”


서지아는 중국 제철소가 처한 상황을 이해했다.

중국산은 생산원가가 높아서 베트남산보다 비싼 것이 아니었다.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문턱이 달랐다. 국제시장에서 500달러짜리 중국산 열연이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560~570달러짜리 제품이 됐다.

반면 베트남산은 540달러에 한국행 배를 탈 수 있었다.

가격약속이 중국산의 가격을 지켜주는 동안, 베트남산에는 시장을 열어주고 있었다.


청람철강의 두 재고

오후 1시, 청람철강 김민철 상무는 창고를 둘러보고 있었다.

창고 안에는 지난달 입항한 중국산 열연 코일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원가를 고려하면 92만원 아래로 팔기 어려운 물량이었다.


영업팀장이 다가왔다.

“베트남산 540달러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벌써 고객들도 알고 있나?”

“강관업체 두 곳에서 가격을 물어왔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신규 수입재 원가가 내려갔으니 기존 물량도 90만원에 달라고 합니다.”


김민철은 코일 표면을 손으로 두드렸다.

아직 베트남산은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배에 실리지도 않았고 한국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그 가격으로 기존 중국산 재고를 깎고 있었다.

“540달러는 오퍼일 뿐이라고 설명해.”

“고객들은 중국산보다 30달러나 싸다고 합니다.”

“중국산은 가격약속을 적용받고 베트남산은 적용받지 않는다고 해.”

“구매자 입장에서는 원산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싼 가격이 중요합니다.”


김민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맞았다.

유통업체에는 원산지와 통상제도가 중요했다. 수입업체에는 환율과 입고원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강관사와 가공업체에는 최종 구매가격이 가장 중요했다.


중국산 가격약속이 국내 철강사의 가격을 보호하는 장치라면 베트남산 540달러는 그 보호막의 옆문을 찾는 가격이었다.

“기존 중국산은 92만원을 지킨다.”

김민철이 말했다.

“팔리지 않으면요?”

“필요한 규격만 제한적으로 조정해.”

“베트남산 계약이 확인되면 시장이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때 다시 판단한다.”


김민철은 창고 안쪽을 바라봤다.

높은 원가의 중국산 재고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저가 베트남산이 동시에 국내 가격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는 창고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소문 속에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때로 실제 재고보다 소문에 더 빨리 반응했다.


92만원을 둘러싼 협상

오후 3시, 대진파이프 구매본부장 이재광이 청람철강을 찾았다.

“수입 열연을 톤당 90만원에 주십시오.”

김민철이 웃었다.

“어디서 나온 가격입니까?”

“베트남산이 540달러 CFR라면서요.”

“아직 성약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중국산 560~570달러보다 20~30달러 낮습니다.”

“오늘 납품하는 물량은 베트남산이 아니라 기존 중국산입니다.”

“시장가격은 과거 원가가 아니라 신규 조달원가를 따라가는 것 아닙니까?”

“신규 조달원가가 실제로 확정돼야 따라가지요.”

“540달러면 환산해서 79만~80만원입니다. 비용을 더해도 80만원대 중반 아닙니까?”

“환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전 규격이 기본가격으로 공급되고, 계약조건에 문제가 없으며, 입항할 때 국내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입니다.”

“그래도 지금 92만원은 높습니다.”

“국산 정품은 97만~98만원입니다. 수입대응재도 94만~95만원입니다.”

“그래서 수입재를 사는 것 아닙니까?”


김민철은 잠시 생각한 뒤 가격표를 밀어놓았다.

“대형 규격과 회전이 빠른 품목은 92만원을 유지하겠습니다. 일부 규격은 물량 조건에 따라 협의할 수 있습니다.”

“91만원까지 가능합니까?”

“전체 물량에는 어렵습니다.”

“베트남산이 실제 계약되면 다시 내려주시겠습니까?”

“그 물량의 입항원가와 국내 판매가격을 확인한 뒤 판단하겠습니다.”


이재광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산 가격약속으로 수입재 가격이 높아졌는데 베트남산이 그 가격을 낮추는 것 아닙니까?”

김민철이 대답했다.

“낮출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540달러가 곧바로 국내 90만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겁니다.”

“시장에서는 늘 가장 낮은 숫자를 먼저 기억하니까요.”

지난주 구매자들은 중국산 500달러 FOB를 기억했다.

이번 주에는 베트남산 540달러 CFR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500달러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중국산 가격이었다. 540달러는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베트남산 가격이었다.

두 숫자의 무게는 달랐다.


원산지라는 마지막 문턱

같은 시각, 해동인터내셔널 통상팀은 베트남 공급사가 보내온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생산 철강사 명칭, 밀시트 발행처, 슬래브 조달 기록, 원산지증명서 발급 가능 여부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통상팀장이 서지아에게 말했다.

“베트남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산 열연을 단순 환적한 물량은 아니지?”

“서류상으로는 베트남 생산품입니다. 다만 슬래브 원산지와 실제 압연공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베트남에서 슬래브를 열연 코일로 압연했다면?”

“원산지 판정은 적용 기준과 가공 수준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협정관세 적용 여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격만 보고 계약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향후 우회덤핑이나 원산지 검증이 강화되면 수입업체가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서지아는 베트남 공급사에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생산공정 확인자료, 슬래브 구매기록, 원산지증명서 발급 기준, 밀시트 견본을 보내 달라. 서류 검증 전에는 계약할 수 없다.”

상대방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540달러라는 가격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낮을수록 확인해야 할 것은 많아졌다.


국산재가 마주한 새로운 경쟁자

다음 날 오전, 태산제철 장도현 마케팅전략실장은 수입재 동향 보고를 받았다.

“베트남산 한국향 열연이 540달러 CFR로 오퍼됐습니다.”

“중국산보다 얼마나 낮지?”

“한국향 중국산 오퍼 560~570달러와 비교하면 20~30달러 낮습니다.”

“국내 유통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성약 전이지만 수입재 가격 인하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장도현은 국내 가격표를 확인했다.

국산 정품 열연 97만~98만원.

수입대응재 94만~95만원.

일반 수입재 92만~93만원.


국산 정품과 베트남산 신규 수입재의 예상 입고원가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경쟁은 입고원가가 아니라 국내 판매가격에서 벌어진다.

“베트남산이 90만~91만원에 유통되면 어떻게 되나?”

“기존 수입재가 먼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후 수입대응재와 국산 정품에도 할인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품질 승인은?”

“일반 강관과 구조용 가공재 시장에서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자동차용이나 엄격한 품질 인증이 필요한 시장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장도현은 보고서를 덮었다.


중국산 가격약속은 국산 열연에 시간을 벌어줬다.

그러나 시간을 벌어준 것이지 경쟁을 없앤 것은 아니었다. 중국산이 막히면 수입업체는 베트남산을 찾고, 베트남산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아시아 공급사를 찾는다.

시장은 빈자리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국산 가격은 유지한다.”

장도현이 말했다.

“대신 수입재와 직접 경쟁하는 일반재의 판매조건을 세밀하게 관리해.”

“공식가격을 내리지는 않습니까?”

“아직 베트남산이 성약된 것도 아니다. 오퍼 하나만 보고 가격체계를 흔들 수는 없어.”

“실제 계약이 나오면요?”


장도현이 창밖을 바라봤다.

“그때는 중국산이 아니라 베트남산을 기준으로 시장을 다시 봐야겠지.”


계약 버튼 앞에서

금요일 오후, 베트남 공급사의 최종 회신이 도착했다.

“540달러 CFR 한국, 최소 주문량 1만 톤.
기본 두께 기준. 일부 규격 할증 별도.
원산지 및 생산 관련 서류 제공 가능.”


서지아는 계약조건을 하나씩 확인했다.

최소 주문량 1만 톤.

기본가격 540달러.

얇은 규격과 폭 차이에 따른 할증.

결제조건.

선적 가능 시기.

품질보증 범위.

클레임 처리 방식.


모든 조건을 반영하자 평균 구매가격은 540달러보다 조금 높아졌다. 그래도 중국산 한국향 오퍼보다는 낮았다.

청람철강 김민철 상무에게 전화했다.

“베트남산 최종조건이 왔습니다.”

“540달러 그대로입니까?”

“기본규격은 그렇습니다. 규격 할증을 평균하면 실제 계약단가는 조금 올라갑니다.”

“중국산보다는 싸겠군요.”

“여전히 15~25달러 정도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얼마에 팔 수 있습니까?”

“현재 수입재 가격 92만~93만원을 그대로 적용하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 가격이 입항 때까지 유지될까요?”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수입업체도 같은 오퍼를 받았겠지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업체가 계약하면 수입재 가격이 90만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겠군요.”

“맞습니다.”


김민철이 잠시 침묵했다.

“그래도 필요한 물량은 계약해야 하지 않습니까?”


서지아는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두 개의 선택지를 바라봤다.

중국산 560~570달러 CFR.

베트남산 540달러 CFR.

중국산은 가격약속이라는 벽 위에 있었다.

베트남산은 그 벽 아래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전량은 위험합니다.”

서지아가 말했다.

“그러면 얼마나 합니까?”

“회전이 빠른 일반 규격 중심으로 최소 물량만 검토하겠습니다.”

“1만 톤이 최소라면서요.”

“그래서 공동 구매사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업체와 나누자는 겁니까?”

“가격 위험도 나누고 재고 위험도 나누는 겁니다.”

“서류 검증은 끝났습니까?”

“마지막 확인이 남았습니다.”

“확인되면 진행합시다.”


통화가 끝난 뒤 서지아는 베트남 공급사에 최종 메시지를 작성했다.

“540달러 CFR 조건을 기본으로 계약 검토에 들어간다. 다만 원산지와 생산공정 서류 확인을 계약의 선행조건으로 한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 중국 화베이금속 류젠 부장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국향 새로운 조건을 준비했다.
가격약속을 준수하면서 베트남산과 경쟁할 수 있는 제안이다.”


서지아는 베트남 계약창을 닫지 않은 채 중국 측 첨부파일을 열었다.

표면가격은 여전히 베트남산보다 높았다.


그러나 결제기간과 규격 할증, 선적조건이 달라져 있었다.

어느 쪽이 더 싼지는 이제 오퍼 첫 줄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540달러의 베트남산.

가격약속 위에 선 중국산.

92만~93만원에 버티는 국내 수입재.

세 개의 가격이 한 화면에서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서지아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위험한 숫자는 가장 높은 가격이 아니었다.

가장 낮아 보이는 가격이었다.



이번 주 소설 속 시장 배경

구분가격 수준비교시장 해석
중국산 일반 수출가격약 500달러/톤 FOB기준한국향 직접 계약가격 아님
중국산 한국향 최저가격약 550달러 안팎/톤일반 수출가 대비 +50달러공식 세부가격 비공개, 업계 추정
중국산 한국향 오퍼560~570달러/톤 CFR베트남산 대비 +20~30달러가격약속과 운임 반영
베트남산 한국향 오퍼약 540달러/톤 CFR중국산 대비 -20~30달러실제 성약·원산지 확인 필요
국내 수입 열연92만~93만원/톤국내 유통 기준기존 재고원가와 반입비 반영
국내 수입대응재94만~95만원/톤수입재 대비 +2만원신규 베트남산과 경합 가능
국산 정품 열연97만~98만원/톤수입재 대비 +4만~6만원품질·납기·공급 안정성 우위


베트남산 540달러 CFR는 중국산 한국향 오퍼보다 톤당 20~30달러 낮다. 환율을 달러당 1,380원으로 가정하면 원화 기준으로 약 2만7,600~4만1,400원의 차이다.

베트남산이 실제 계약·입항으로 이어지면 국내 수입재 유통가격 92만~93만원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규격 할증과 금융비용, 하역·내륙운송비, 원산지 검증비용을 모두 반영하면 540달러가 그대로 국내 입고원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540달러는 현재 시장에서 제시된 오퍼로 봐야 하며 대규모 성약가격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급사, 생산공정, 규격, 최소주문량과 결제조건에 따라 실제 평균 계약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회사와 인물, 계약협상은 모두 허구다. 가격과 통상제도는 2026년 7월 한국·중국·베트남 열연시장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다음 회 예고

《강철의 계절⑦》 협회의 닫힌 회의실

철근과 H형강은 하락하고 열연은 약보합, 냉연도금재와 후판은 보합을 유지한다. 제조사는 가격 방어를 요구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월말 자금 부담을 호소한다.

한국금속산업협회 정하린 본부장은 철강사·제강사·유통업체·건설사·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정훈 과장과 정원증권 강현우 연구위원도 참석한다.

회의의 의제는 ‘국내 철강 유통시장 안정’이다.

그러나 문이 닫히자 제조사는 유통업체의 저가 판매를 탓하고, 유통업체는 제조사의 높은 공급가격을 문제 삼는다. 수요업체는 철강재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정부는 감산과 공급망 안정 대책을 동시에 주문한다.

누구나 시장 안정을 말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안정의 가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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