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감산에도 5대 강재 재고 전년 대비 21% 증가…국내 수입 철근 재고도 올해 최고
열연·반제품 오퍼와 환율 동반 하락…판재류와 봉형강 회복 격차 확대

중국 철강시장의 정책 기대가 약해지면서 한국 철강 유통시장의 가격 방어 여건이 다시 나빠지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재고는 오히려 늘었고, 중국산 열연과 동남아산 반제품 수출가격도 하락했다. 여기에 7월 원화 강세가 달러 표시 철강재의 원화 환산원가를 끌어내리면서 8~10월 국내 도착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서는 수입 철근 재고가 올해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장마·폭염과 하계휴가에 따른 단기적 출하 공백의 영향이 크지만, 건설경기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지 않으면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와 구매 관망이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8월 국내 철강시장의 핵심 변수는 제강사의 명목상 가격 인상보다 중국 재고 감소 여부, 수입재 도착원가, 국내 유통재고의 회전 속도가 될 전망이다.
중국, 감산보다 재고 증가가 빨랐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 철강시장의 수급 악화다. 철강정보원이 8월 4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국 247개 고로 철강사의 용선 생산량은 7월 말 하루 236만톤으로 한 달 전보다 3.2% 감소했다. 4주 연속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철강사와 유통업체가 보유한 철근·선재·열연·냉연·후판 등 5대 탄소강 제품 재고는 1,640만톤으로 전월 말보다 0.8%,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생산 감소보다 수요 위축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철근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35개 도시의 철근 유통재고는 전주보다 1.6% 증가한 514만톤을 기록했고, 철근·선재·코일철근 일평균 거래량은 8만1,318톤으로 4.7% 감소했다. 철강사 재고는 출하로 줄었지만 최종 수요가 물량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유통창고에 재고가 쌓인 것이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4일]
가격도 다시 하락 방향으로 기울었다. 중국 대형 철강사의 9월 선적분 SS400 열연 오퍼는 톤당 490~500달러(FOB)로 전주보다 10달러 내려갔다. 중형 철강사 오퍼는 485~490달러까지 낮아졌다.
호주산 62% 철광석 가격은 톤당 96달러(CFR 중국)로 떨어졌고, 중국 47개 주요 항만의 수입 철광석 재고는 7월 30일 약 1억7,400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2.3% 많았다. 원료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철강사의 생산원가는 낮아지지만 완제품 가격의 원가 방어선도 함께 내려간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4일]
중국 감산은 아직 가격 반등 신호라기보다 판매 부진의 결과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일일 용선 생산량이 적어도 232만톤 이하로 낮아지고 철강사·유통재고가 함께 줄어야 실질적인 공급 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저가 오퍼와 원화 강세 동시 압박
수입재 가격 압력은 중국산 완제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덱신스틸은 8월 3일 빌렛을 톤당 456달러, 슬래브를 460달러, 선재를 475달러(이상 FOB)에 제시했다. 7월 13일과 비교하면 빌렛은 4달러, 슬래브와 선재는 각각 10달러 낮아졌다.
슬래브와 선재는 9월 말 이전 선적 조건이어서 9~10월 아시아 도착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빌렛은 11월 말 이전 선적으로 제시돼 단기 도착 물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규격·정련·합금 할증과 운임까지 더한 최종 도착원가도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3일]
환율도 수입 채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549.4원에서 7월 31일 1,424.0원으로 한 달 동안 125.4원 하락했다.
달러 표시 가격이 같다고 가정하면 톤당 550달러 제품의 단순 원화 환산금액은 약 85만2,000원에서 78만3,000원으로 약 6만9,000원 낮아진다. 운임·보험료·관세·금융비용을 제외한 계산이지만 기존 고환율 재고와 신규 입고 물량의 원가 차이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3일]
원화 강세가 수입업체의 이익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규 계약과 미결제 물량에는 유리하지만, 높은 환율로 들여온 기존 재고에는 평가손과 판매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요가 약한 품목에서는 수입 확대보다 기존 고가 재고의 가격 조정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수입 철근 재고 3주 만에 두 배
국내 봉형강 시장에서도 재고 부담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 수입 철근 창고 재고는 3만7,300톤으로 전주 2만6,500톤보다 1만800톤, 약 41% 증가했다. 올해 가장 큰 주간 증가 폭이다.
수입 철근 재고는 7월 13일 1만9,150톤에서 20일 2만5,000톤, 28일 2만6,500톤을 거쳐 8월 3일 3만7,300톤으로 늘었다. 3주 동안 약 95% 증가한 셈이다. 장마와 휴가로 건설현장 출하가 둔화된 사이 기존 계약 물량의 입항이 이어진 결과다.
이번 재고 증가에는 계절적 요인이 크다. 따라서 8월 초 수치만으로 수입 철근의 구조적인 점유율 확대나 국내 가격 급락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문제는 휴가 이후의 소진 속도다.
8월 중순 이후 현장 출하가 회복돼 재고가 빠르게 3만톤 아래로 내려가면 가격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출하 회복 없이 추가 입항이 이어지면 수입업체의 현금화 매물이 늘면서 국산 철근에도 하방 압력이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 수요의 기초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시장 분석에서 건설수주 외형 확대와 달리 건설기성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민간 건축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행지표인 수주가 늘더라도 실제 철강재 투입까지는 시차가 있어 철근·형강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6년 6월]
제강사 가격표와 실제 거래가격 괴리
최근 확인 가능한 전국 단위 국내 유통가격은 7월 넷째 주 조사다. 당시 국산 철근 SD400 10㎜는 톤당 86만~87만원, 일부 현금 매물은 85만원대였고 수입 철근은 83만원 안팎이었다. 제강사 유통향 판매가격인 91만원대와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가 확대됐다.
국산 중소형 H형강은 톤당 116만~117만원으로 3주 연속 하락했다. 열연은 국산 정품이 95만~96만원, 수입대응재가 93만~94만원, 일반 수입재가 92만원 안팎이었다. 후판은 국산 SS400이 99만원, 수입재는 95만~96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철강정보원, 2026년 7월 27일]
8월 4일까지 이 가격대를 대체할 전국 단위 최신 유통가격 조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은 국내 가격이 이미 급락했다기보다 중국·동남아 오퍼와 환율 하락으로 국내 가격 하단을 지지하던 수입 대체원가가 낮아지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제강사가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출하 제한과 실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명목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괴리만 커질 수 있다. 특히 철근 85만원대 현금 매물이 소진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입항 물량까지 늘어나면 유통업체의 재고평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판재류 회복과 봉형강 부진의 온도차
국내 대형 철강사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개선됐지만 품목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판매량 증가와 제품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을 일부 회복했다. 판재류는 반덤핑 조치와 저가 수입재 감소가 수급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철근·형강 등 봉형강은 건설경기 침체로 회복 속도가 더뎠다. 자동차·조선용 판재류는 장기계약과 프로젝트 수요가 가격을 지지하지만 그 효과가 일반 열연·냉연 유통시장이나 건설용 강재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대한제강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도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7.3% 증가했지만, 개선을 자회사가 주도했다. 연결 실적의 반등을 국내 철근 본업의 전면적인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통상장벽 대응, 수출 확대에서 현지생산으로
중국발 가격 경쟁이 거세지는 동시에 주요국의 무역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중국·한국산 용융아연도금 강대·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기간을 2026년 12월 12일까지 연장했다. 예비 조사에서 추산된 한국 업체별 덤핑마진은 32.49~42.69%지만 아직 잠정관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이는 확정 비용이 아니라 일본향 도금재 계약에 반영해야 할 조건부 위험이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4일]
포스코는 이러한 보호무역 환경에 대응해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약 500만톤인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2031년까지 1,000만톤으로 늘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존 열연·후판 설비에 냉연·도금공정을 연결해 자동차강판까지 현지 생산하는 체계를 추진한다.
인도에서는 JSW스틸과 연산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미국에서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판재류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관세·쿼터·반덤핑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한 구조적 변화다. [철강정보원, 2026년 8월 4일]
8월의 시험대는 가격 인상보다 재고 회전
확인된 사실은 중국이 감산하고도 재고를 줄이지 못했고, 중국·동남아 수출 오퍼와 원료가격이 다시 하락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수입 철근 재고가 올해 최고치로 증가했고, 원화 강세로 신규 수입재의 원화 환산원가도 낮아졌다.
중국의 일일 용선 생산량이 232만톤 이하로 내려가고 유통재고까지 감소한다면 아시아 가격 하락세는 둔화될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재고가 계속 늘고 열연 오퍼가 480달러대로 추가 하락하면 국내 열연·냉연뿐 아니라 슬래브와 빌렛을 사용하는 재압연 제품까지 하방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봉형강 시장도 제강사의 출하가격 인상만으로 반전되기는 어렵다. 실제 건설현장 반입량, 수입 철근 재고 소진, 85만원대 현금 매물, H형강 공급 제한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
유통업체에는 평균 재고원가보다 입고 시점별 원가와 회전일수를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존 고환율 재고와 신규 저환율 물량을 같은 원가로 관리하면 실제 손익과 할인 가능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이 확인해야 할 지표는 중국 5대 철강재 재고와 일일 용선 생산, 8~10월 중국·동남아산 도착량, 국내 수입 철근 재고, 철근 현금가격, 원·달러 환율, 일본의 도금재 반덤핑 최종판정이다. 현재까지의 증거는 강한 가격 반등보다 재고가치와 마진 방어가 8월 철강 유통시장의 우선 과제임을 가리키고 있다.